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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링엄마 May 26. 2024

너라는 극명한 온기의 서사를 기록하는 방법

언어의 방식

 벚꽃이 하늘에서 팝콘비처럼 내리다 너에게 종착한다.  아지랑이처럼 하늘을 걷던 벚꽃 잎 한 장이 솜사탕 마냥 포슬포슬한 너의 머리 위에 살포시 내려앉는다.  너의 앙증맞은 뒤통수는 작고 여린 꽃잎 한 장의 침대가 된다. 나는 행여나 그 작은 기적의 순간을 놓칠세라 다급하게 스마트폰을 내어 카메라를 수도 없이 작동시킨다.


 나는 번갈아 본다. 사진 속 너를 한 번, 여전히 꽃잎의 침대가 되어주고 있는 다정한  실재(實在)를 한 번. 그리고 문득 사진의 방식이  한 올 한 올 자아가 있는 듯 숨 쉬는 너를 전혀 담아내지 못함을 깨닫는다.


 순간을 정지시켜 아름다움의 기억을 붙잡 사진의 방식은 너를 기록할 수 다. 너의 아름다움은 꼬투리가 터지듯 생생하고 역동적인 아름다움이라, 팔 할이 다정함이며 보지 않고도 느껴지는 각별한 따듯함이라, 네모난 프레임은 도무지 너를 속삭이지 못한다.


 그러므로 나는 너라는 극명한 온기의 서사를 언어의 방식으로 기록한다. 비눗방울에 닿아도 터지지 않을 투명하고, 빛나고, 둥글둥글한 단어들을 조각보처럼 모아 너를 적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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