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를 목욕시킨 뒤 너의 털이 잘 마른 리넨처럼 보송보송해질 때까지 드라이어로 한 올 한 올 말리는 그 시간이 좋다. 양반 다리를 하고 그 사이에 너를 앉힌 채로 한 손은 너의 축축한 털을 뒤적이고, 다른 한 손은 드라이어를 들고 종횡무진한다. 나는 꽃망울을 부풀리는 햇살의 마음으로 너의 털을 속속들이 말린다.
그러고 있자면 드라이어의 미지근한 바람에 실린 너의 냄새는 물 내음과 샴푸 향이 섞인 채로 방안을 메우는데 여념이 없다. 그리고 마침내 너의 냄새를 잔뜩 머금은 공기가 내 얼굴을 가로지르는 게 느껴진다.
나는 갈비뼈를 부풀려 너의 냄새를 한껏 들이마신다. 너의 마음이 쌓여서일까. 나의 마음이 쌓여서일까. 마음이 켜켜이 쌓인 너의 냄새는 크림빵 속 커스터드 크림처럼 포근하고 보들보들하다.
이윽고 너의 털에 아롱아롱 맺혔던 물기와 함께 나의 삶의 물기도 증발함을 느낀다. 물기를 말리는 것이 너인지, 아니면 나인지 헷갈린다.다만젖은 너의 한 조각이 나를 위로해주고 싶어 한다는 감각. 그 감각만으로도 나는충분한 위안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