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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산박 Sep 21. 2022

사이비(似而非) 치료

통증이 가셨다


때로는 병원보다 입소문으로 찾아간, 소위 영험이 있다는 곳이 소문 그대로 빠른 치료가 되는 경우도 있다. 정식 병원은 아니지만 상당한 효험을 본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공공 병원에서는 함부로 이런 곳에는 가지 말라고 한다. 의료 사고가 있을 수 있고 보장이 안되기 때문이다. 사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의중에는 불편한 심기도 있다. 정식 병원을 믿지 못하고 깎아내리는 것처럼 여겨서다.


목디스크로 한방, 양방을 찾았다. 전에도 똑같이 거북목, 일자목 때문에 고생을 했는데 또 재발이 됐다. 정형외과에 가면 도수치료를 받는다. 보통 1회 한 시간에 10만 원 이상이다. 한방에 가면 침, 뜸, 장비 등으로 물리치료를 한다. 그곳도 큰 병원은 양방과 연결되어 도수치료를 받는다. 그런데 다녀오면 도로 원위치다. 의사는 재활치료받듯 계속 기약 없이 좋아질 때까지 받아야 한다고 했다. 처음엔 두어 번 받다 거꾸리를 구입해서 운동으로 치료했다.


2년이 지나고 또 찾아온 일자목. 똑같이 병원을 갔다. 다섯 번을 넘게 치료를 받는데 너무 힘들고 갈수록 더 아팠다. 추석엔 고향에 갈 수 없을 정도로 통증이 계속됐다. 병원에 가면 ‘계속’ 치료를 해야 한다고 했다. 마치 교회에서 무조건적인 ‘열심’을 강조하는 것과 똑같은 말이었다. 그것은 둘 다 제대로 진단을 못한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정확한 ‘근원’을 진단하게 되면 해결 방법이 나오는데 그것을 진단할 수 없으니 기약없는 ‘계속’이나 ‘열심’이 튀어나온다.


고향에 내려간 사촌이 내 소식을 듣고 이른바 목디스크에 영험한 곳이 있다며 알려주었다. 집사람이 기어서 갔다가 걸어서 나왔다고 했다.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아프고 만사가 귀찮아서 한번 가보기로 했다. 그곳은 맹인 치료사가 교정치료를 하는 공식 지압원으로 아예 뼈를 맞추는 것 같았다. 물어보니 30년 경력의 전문가였다. 한 시간 받고 돌아왔지만 별로 달라진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3일째 되는 날 아침부터 이상하게 아프기 전 상태로 되돌아간 것 같았다. 거꾸리는 계속했다. 무엇 때문에 나은 건지 모호했지만 교정치료 효과는 분명한 것 같았다.


아프지 않아도 한 번만 더 오면 확실히 낫는다고 해서 전혀 아프지도 않은데 오늘 또 갔다. 너무 멀어서 전철 안에서 엊그제 도착한 김훈의 ‘하얼빈’을 오가는 동안 다 읽었다. 상당히 몸이 부드러워졌다고 한다. 앞으론 이상 없으면 6개월에 한 번 정도 자세 교정하면 괜찮을 거라고 한다. 병원 도수치료에 대해서 말하니까 얼마를 받는지, 치료효과가 어떤지 묻더니 ‘사이비’라고 한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사이비(似而非)란 ‘겉으로는 비슷하나 속으로는 완전히 다름‘이라고 해석돼 있다. 세상은 사이비를 경멸한다. 속이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사이비는 주로 종교적인 이단세력을 부를 때 종종 사용한다. 어떤 정해놓은 기준과 다를 때, 또는 사람들을 속일 때 사이비라고 부른다. 그분이 내 대답을 듣고 ‘사이비’라고 했을 때 웃음이 나왔던 것은 비웃음이 아니라 상식의 뒤틀림 때문이었다. 주장은 논리가 있어야 하고 논리는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분의 주장은 최소한 내가 경험한 바로는 틀리지 않았다. 그분은 맥을 짚었고 병원은 못 짚어냈다는 단순 이유 때문이었다. 그분 주장은 근거 있는 말이었다. 그것은 나 혼자만의 경험이 아니라 소개해 준 사촌은 물론, 전국에서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현재 진행형의 일이기 때문이었다. 자, 그럼 누구를 사이비로 불러야 옳은가. 난 누구도 사이비라 아니라 말할 자격은 없다. 내가 증명하지 못하므로. 다만, 내가 너무 단순하고 쉽게 그 고통 속에서 벗어난 일은 분명하기에 경험자로서 그분의 손을 들어줄 순 있다.


교회도 그렇다. ’열심‘이나 ‘확실’이란 말은 무턱대고 쓰면 안 된다. 잘못된 교리를 열심을 갖고 확실하게 배웠다고 해서 진리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더 잘못된 길로 가기 때문이다. 기준점이 다른 것을 맞다고 오인하여 잘못된 길로 가는 사람들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가. 오진율(%)이 아무리 낮다 해도 오진받은 당사자는 잘못하면 죽음에 이를 수 있다. 사이비는 어느 집단에게도 적용되지만 각 개인에게도 무수히 나타난다. 개인이 습관적인 거짓말을 일삼고 사람들을 속이면 ‘사기꾼’으로 부른다.


사람들은 자기를 빼고 남을 향해 쉽게 사이비라 부른다. 겉모습만 보면 누가 사이비인지 모호할 때가 참 많다. 분명한 것은 지켜보면 안다는 것이다. 누가 사이비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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