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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누누 Feb 28. 2021

하나 남은 반지

신혼백서

나는 반지 끼는 것을 좋아한다.

한쪽 손에 반지 세 개를 끼기도 하고 양손에 나누어서 끼기도 한다.

치렁치렁한 것이 불편해 보이지만 밋밋해 보이는 손을 감춰주고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만 같다.


반지를 끼지 못하고 출근하는 날이면 하루 내내 손이 허전해서 반지가 끼워져 있던 자리를 문질 대고는 한다.

20살부터 하나하나씩 모으던 반지들은 어느새 여러 개가 되었고 그만큼 손도 무거워져 갔다.


그러다가 가장 특별한 반지를 만나게 되었다.

다른 반지들은 어느 손가락에 끼워져 있어도 어색하지 않지만 정해진 손가락에 끼워져 있을 때

그 의미를 빛나게 하는 반지가 생기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결혼반지다.


결혼반지를 처음 맞추러 갔을 때, 점원 분께 내 손을 보여주며

"제가 원래 끼고 있는 반지랑 결혼반지를 같이 껴도 될까요?"라고 물어보면서

내 반지들을 지키기 위해서 힘썼다.

하지만 아내도 반지는 딱 한 가지만 끼는 것을 추천했고

결국 지금 내 왼손에는 결혼반지 만이 남아있다.


문득 내가 반지를 끼고 다녔던 이유에 대해서 생각을 했다.

밋밋해 보이는 손을 감춰주고 개성 있게 보이기도 하고

이 다양한 반지들로 인해서 나에 대해 표현하고자 했던 것 같다.


결혼식 날짜가 각인돼있는 지금의 결혼반지는 내가 지칠 때 힘을 낼 수 있는 이유를 제시해준다.

가끔은 이 무게가 반지를 여러 개 끼던 때보다 무겁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다른 반지를 정리하고 하나의 반지를 남길 만큼 너무도 소중한 반지 그 이상의 것을 의미한다.

단 한 개의 반지로 나를 충분히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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