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at the stage in my life where I don’t wanna be crazy in love anymore. I wanna be calm in love, patient in love, happy in love, and understood in love.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미쳐야 미친다'라는 말을 자주 들어왔다. 앞의 '미침'은 미치려고 하는 행동에 무게를 뒀고 뒤의 '미침'은 뭔가를 이뤄낼 수 있는 미침의 가치에 힘을 실었다. 서점에 가 보면 아예 대 놓고 '미쳐라'라고 조언하는 책들도 수두룩 하다. '미쳐라 책'이 단어로 이미지 검색을 해 보면 아마도 깜짝 놀랄지도 모른다. '미쳐라'로 된 책의 제목이 이렇게나 많다니.
일정 기간(1년, 100일, 3개월 등)에 미쳐라! 돈(재테크, 부동산, 내 집 마련)에 미쳐라! 나잇대(10대, 20대, 40대 등)에 미쳐라! 하고 있는 것(공부, 일, 꿈)에 미쳐라! 무조건 (기본에, 미치려면) 미쳐라!
아예 미쳐야 무엇을 할 수 있다고 하는 경우도 많다. 미쳐야 산다. 미쳐야 공부다, 미쳐야 성공한다, 미쳐야 청춘이다, 미쳐야 꽃이 핀다 등등. 이쯤 되면 우리 사회가 정말 '미친 거 아냐?'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미쳐야 미칠 수 있다는 말을 역설적인 표현이라고만 보기에는 약간 불편하다. 무슨 일에 미친 사람처럼 끈질기게 집중하고 몰두해야 목표한 바에 도달할 수 있다는 말은 선뜻 아주 아름답고 공정한 말처럼 보인다. 내 노력만으로 모든 것을 이룰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불광불급(不狂不及)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
'미쳐야 미친다'는 말은 '불광불급'이라는 네 글자로 표현이 될 수 있다.불광불급(不狂不及)은 아닐 不불, 미치광이 狂광, 미칠 及급으로 이루어진 사자성어다. 여기서 미칠 狂(광)은 개 견(犬) 변에 임금 왕(王)의 합성어로 왕이 개처럼 되어버린 것을 의미한다. 미칠 及(급)은 들어갈 입(入)과 또 우(又) 합성어로 손으로 물이나 액체를 따라 그릇 안에 채우거나 그 그릇의 용량과 한도에 미치다(도달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즉,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는 말이다.
우리말의 '미치다'는 표현은 얼빠졌다는 것 말고 도달(到達)한다는 뜻 또한 있어서 어리둥절하다.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 미친 사람처럼 그 일에 미쳐야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말을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남이 미치지 못할 경지에 다다르려면 스스로가 미치지 않고는 안 된다는 말은 맞는 말일까. 이 말은 어느 하나의 일에 치열하게 몰입하고 몰두하는 광인(狂人)이 되어야 비로소 세상 앞에 반짝반짝 이름을 빛낼 수 있는 광인(光人)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내포하고 있다고도 한다.
광인(光人)이 되려면 광인(狂人)이 되어야 한다?
'미칠 광'이 '빛날 광'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니 마치 꿈만 같다. 미칠 정도로, 미칠 만큼 노력을 하면 반드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지금은 무척 괴롭고 힘들어서 미쳐버릴 것 같더라도, 아니 설령 미치는 한이 있더라도 더 참고 더 견디면 나중에는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 과연 맞을까? 위험하진 않을까? 어떤 일에 치열하게 몰입한 광인(狂人)이라야 비로소 광인(光人)이 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불광불급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청춘의 시절을 다 보내고 마흔 중반을 넘어 선 중년의 나는 더 이상 불광불급에 대해 믿지 않게 되었다. 미치기 전에 진짜 미쳐버릴 수 있다. 빛나는 광인이 되려다 성공이라는 광기에 사로잡힌 미치광이가 되어버린 사람도 있었다. 그동안 미칠 정도로 열심히 살다가 결국 정신병(우울증, 공황, 불안 등)이나 만성 질환(암, 디스크, 위염 등)을 얻게 되어 미치는 것만큼의 불행을 경험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보았다. 미칠 정도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도 중요할지 모르겠지만 집안의 재력이나 학벌, 또는 운이 더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숱했다.
미치고 싶고, 어디엔가 도달하고 싶고 무언가를 이루고 싶은 마음.그런 생각이 얼마나 신기루 같은 것인지, 어쩌면 허황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본다. 미치기 전에 미칠지도, 혹은 지칠지도 모른다. 광인(光人)이 되려다 광인(狂人)이 되어 버릴 수도 있다. 미치기보다는 그저 묵묵히, 성실하게 미래를 준비하는 삶을 사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겠는가. 미치려 하기보다는 반복되는 일상에 지치지 않아야 할 것이다.무엇보다도 현재의 내 모습과지금이라는 선물을 마음껏 누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