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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몬태나까지.

몬태나주립대학교로 가게 되었습니다.

by Olive

Making a big life change is pretty scary.

But, know what’s even scarier?


Regret.


몬태나에 오기로 결정을 하게 된 것은 남편이 포스트닥터과정(이하 포닥)에 가게 되었기 때문이다. 여러 군데에 지원서를 냈지만 2016년 여름 딱 한 군데에서 합격 소식을 전했고 바로 이 곳 보즈만에 있는 몬태나주립대학교(Montana State University)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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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은 합격소식을 듣고도 몬태나로 갈지 그냥 한국에 있을지 고민이 많았다. 남편이 포닥에 지원을 한 이유는 남편이 다니고 있는 연구소에서 최대 2년 과정으로 포닥을 지원해 주는 제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막상 남편의 포닥이 정해지자 연구소에서는 지원 과정을 허락해 주지 않았고 차일 피일 결재를 미루면서 팀장 승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가지 않기를 바란다고 태도를 바꾸었다.


우리 부부는 고민에 빠졌다. 한국에 그냥 있을 경우, 남편은 팀장으로 승진할 수 있을 것이고, 교직 18년 차였던 나 또한 교장 승진의 길로 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고민은 얼마가지 않았다. 맞벌이 부부로서 직장과 일에 하루 하루 매진하며 정작 가정에는 소홀했던 지난 5년의 결혼생활을 되돌아보며 우리 가족은 과감히 떠나기로 결심했다. 남편은 휴직이 허락되지 않았기에 사표를 던졌고, 나는 다행히 휴직을 할 수 있었기에 한 번도 내 본적 없었던 휴직신청을 하고 우리 가족은 그렇게 몬태나의 작은 마을, 보즈만으로 가기로 결정을 했다.


교직 18년만의 첫 휴직, 아마 휴직 후 한국으로 돌아오면 나는 승진이 불가능할 것이다. 또한, 남편도 안정적인 정규직 연구원의 신분 이상의 자리를 얻을 수 없을지 모른다. 다만, 확실한 것은 지금 이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몬태나에서 살아볼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을 2016년 가을 몬태나 보즈만으로 떠나리라 결심을 하였다.


몬태나로 떠날 결심을 하고 나니 무엇보다도 얼른 집부터 알아봐야 했다. 그래서 몬태나주립대학교의 교직원 주택에 신청을 했고 자리가 나길 기다렸다. 그리고 이듬 해인 2017년 2월 말 우리는 몬태나로 떠나기 위해 비행기표를 예매했다. 교직원 주택에 자리가 금방 있을 거라는 기대와는 달리 빈 자리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몇 달 후인 떠나기 한 달 전, 다행히 교직원 주택이 딱 하나 빈다고 연락이 왔다. 교직원 주택 중에서 가장 작은 집이었지만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가려고 마음을 먹으니 무엇보다도 몬태나가 어떤 곳인지, 보즈만이라는 도시에 한국 사람은 있는지부터 알아봐야 했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 보니 몬타나주립대학으로 단기 교환학생을 다녀온 학생들의 후기 몇 개와 보즈만에서 한국식당을 운영하고 계시고 시의원으로 당선되신 이호 사장님에 대한 짤막한 뉴스가 전부였다. 그러던 중 보즈만의 한국교회 연락처를 찾게 되었고 교회 목사님께 이메일을 드려서 그 곳에 계신 한인 회장님을 소개받을 수 있었다.


회장님과 전화 통화를 하니 멀게만 느껴졌던 몬태나가 좀 가깝게 느껴졌다. 몬태나에 도착을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각에 할 거라 어떻게 집까지 갈 수 있을까 여쭈어 보니 흔쾌히 도착하는 날 하룻밤을 재워주신다고 하셨다. 얼굴 한번 뵌 적 없는 분이지만 단지 한국사람이라는 이유로 호의를 베풀어 주시니 너무 감사했다.


우리 가족은 점점 바빠지기 시작했다. 4살이었던 아들의 장난감을 포함, 모든 짐을 정리하고 팔고 기부를 하다 보니 금세 겨울이 다가왔다. 2017년 2월 말, 출발을 앞두고 1월 초부터 가방을 싸기 시작했다. 커다란 이민 가방을 사서 이불 몇 개와 입을 옷, 김과 참치 캔 등 음식거리를 먼저 넣었다. 도착하자마자 밥을 해 먹어야 하니 전기밥솥과 변압기를 챙겼고, 컴퓨터 본체와 모니터를 잘 포장해서 들고 갈 수 있도록 하였다.


짐을 많이 뺀다고 했지만 왠지 모를 불안감에 옷도 더 넣고 양말도 더 넣어서 가지고 갈 수 있는 최대의 짐을 꽉 채운 후에야 우리는 비로소 짐을 다 쌀 수 있었다. 이제 몬태나로 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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