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end, we only regret the chances we didn’t take. -Lewis Carroll-
드넓은 하늘과 멋진 자연환경, 그리고 야생동물. 이 모든 것들과 함께 하는 몬태나는 그저 살기 좋은 지역인 줄만 알았는데, 의외의 사실을 알게 되었다. 몬태나에서 오래 사신 분께 이렇게 좋은 곳에서 사시니 얼마나 좋으시냐고 묻자 모두 그렇지는 않을 거라면서 알려주신 사실은, 자살률이 정말 높다는 것.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하며 그저 행복하게만 살아가는 몬태나 사람들인 줄로만 알았기에 자살률이 매우 높다는 말씀을 쉽사리 믿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집에 와서 ‘설마 우리나라의 높은 자살률만 할까?’하는 호기심에 관련 자료를 한번 찾아보았다.
인구 십만 명당 자살률 몬태나 27명, 대한민국 26.9명
2017년까지만 해도 몬태나의 자살률은 미국 내에서도 가장 높은 지역이었고, 가장 최근 자료인 2019년을 보니 인구 십만 명당 27명, 미국의 50개 주 중에서 몬태나의 자살률은 세 번째로 높았다. 미국 평균이 14.5명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높은 비율이다. 이는 2019년 우리나라의 자살률, OECD에서 1위를 차지한 오명의 숫자인 인구 십만 명당 26.9명과 거의 같은 수치다. 한국처럼 높은 자살률이라니... 몬태나의 인구수는 백만 명에 불과하기에 높은 비율에도 불구하고 실제 숫자는 크지 않지만, 높은 비율은 내게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아래 지도는 색깔이 진할수록 자살률이 높은 지역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와이오밍(WY), 알래스카(AK), 그리고 몬태나(MT), 이렇게 3개 주는 자살률이 미국 내에서 가장 높은 Top 3 지역이다. 이 지역들은 공통적으로 넓은 땅에 비해 살고 있는 사람들은 적은, 즉 인구 밀도가 매우 낮은 지역 중 하나다.
몬태나의 자살률이 높은 원인은 무엇일까? 일단 몬태나는 무지 크다. 한반도의 3.8배. 하지만 인구는 단 백만 명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몬태나에서는 사람이 참 귀한 동네다. 물론 내가 살았던 보즈만은 대학 타운이고 인근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영향으로 인구 5만 더하기 연중 최소 50만 이상의 관광객들이 찾는 사람 많은 동네지만, 보즈만에서 10여 분만 차를 타고 나가도 너른 들판에서 소가 풀을 뜯고 집은 띄엄띄엄 보이는 한적한 풍경을 금방 접할 수 있다.
몬태나에는 스퀘어 마일(약 2.6 제곱 킬로미터) 당 단 6.7명의 사람들만 살고 있다고 한다. 미국의 평균인 88.7명과 비교해 보면 넓고 넓은 땅에 얼마나 적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참고로 미국에서 가장 붐비는 곳인 뉴욕은 스퀘어 마일 당 인구가 2만 7천 명이고, 한국과 분위기가 비슷한 LA의 한인타운은 스퀘어 마일 당 인구가 4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나의 삶을 되돌아보면 그동안 살면서 사람이 너무 많아서 힘든 적은 있었어도 사람이 너무 없어서 외로움에 힘들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우리나라는 인구의 90%가 도시에 사는 만큼 어딜 가나 늘 많은 사람들을 접할 수 있다. 하지만 몬태나는 넓디넓은 땅에 적은 인구가 사는 한국과는 상반되는 분위기라 할 수 있다.
몬태나의 높은 자살률의 원인으로 아동 빈곤을 꼽기도 한다. 몬태나 아이들의 20%는 평균 이하의 가난한 아이들이라고 한다. 그런 이유에서 일까? 몬태나에서는 종종 무료 음식을 나누어 주는 행사가 많이 이루어지고, 긴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여름 내내 모든 18세 이하의 아동에게 점심을 무료로 나눠주는 프로그램을 여러 장소에서 운영하고 있다.
몬태나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치열한 경쟁,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자살률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만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몬태나에서는 정반대로 사람이 너무 없어서 느끼는 외로움과 고립감이 자살률에 큰 영향을 주고 있었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정도에 지나친 것과 미치지 못한 것은 같다’는 말이 떠오른다. 너무 많지도, 그렇다고 너무 모자라도 않은 적당한 사람들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사는 삶이 중요한 이유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