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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live Feb 16. 2021

몬태나에는 공룡이 숨 쉰다.

Museum of the Rockies

Once upon a time, 

in a place now known as Montana, dinosaurs roamed the land.


몬태나 보즈만은 인구 5만이 조금 넘는, 한국의 도시와 비교하면 작은 도시지만 여러 박물관들이 있어 아이와 함께 가서 시간을 보내기에 딱 좋았다. 어린이 박물관, 예술 박물관, 역사박물관 등등. 여러 곳 중에서 우리들이 가장 많이 방문했고 또 제일 유명한 곳을 꼽는다면 Museum of the Rockies, 바로 로키 박물관이다.


Rockies는 로키 산맥(Rocky Mountains)을 뜻한다. 로키 산맥은 길이가 약 4,800km에 달하는 북아메리카 서부의 대산맥이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산맥으로 캐나다의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에서 미국 뉴멕시코 주까지 걸쳐 이어져 있다. 미국에서는 몬태나, 아이다호, 와이오밍, 유타, 콜로라도, 뉴멕시코 지역의 대부분을 이 산맥이 차지하고 있다. 이 6개의 주 중에서 몬태나 보즈만은 옐로스톤 국립공원 바로 위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거대한 로키 산맥의 중심에 있는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세계에서 가장 긴 산맥은 남아메리카 서쪽 해안을 따라 약 7,000km가 이어져 있는 안데스 산맥이다.


이 엄청난 산맥의 이름을 딴 박물관이라고? 이름부터가 뭔가 엄청난 느낌을 주었다. 보즈만에서 아이와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어디가 좋을까 물으면 마치 같은 대답을 하기로 약속이라도 한 듯 모든 사람들이 Museum of the Rockies부터 가보라고 입을 모았다. 도대체 어떤 곳이길래? 훗날 몬태나 생활을 되돌아보니, 보즈만에서 사는 동안 여러 박물관 중에서 가장 먼저 찾은 곳도 이 곳이요, 또 가장 많이 찾은 곳도 이 박물관이 되었다. 


로키 박물관의 위치는 대학 캠퍼스에 위치한 우리집에서 무척이나 가까웠다. 차로 6~7분 거리. 참고로 보즈만은 몬태나주립대학교(Montana State University, 이하 MSU)를 중심으로 하는 전형적인 대학타운이다. 전체 인구 약 5만 중에서 2만 명 이상이 대학교 학생과 교직원 그리고 그 사람들의 가족 등 MSU와 관련된 사람들이라고 하니 그야말로 MSU 마을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 보즈만에는 특별한 공장도 없고 큰 회사도 오라클, 대형 마트 등을 제외하면 찾아보기 힘들다. 따라서 보즈만에서는 MSU가 가장 큰 단체이고 기업과도 같다고 할 수 있다. 가장 높은 건물도 MSU의 기숙사 건물인 12층 건물이 최고 높이. 한국과 비교하면 빌딩 하나 없는 작은 시골 도시라 할 수 있겠지만, 인구 5만이란 숫자는 몬태나 내에서 굉장히 큰 숫자이기 때문에 한국의 시골과는 느낌이 전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로키 박물관 또한 MSU의 한 부속기관으로 대학에서 운영하는 비영리 단체이며 세계 최고의 연구 및 역사박물관으로 인정받고 있다. 몬태나 주는 로키 산맥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일까? 많은 공룡들이 발굴되는 지역으로도 유명하다. 사실 몬태나로 이사 오기 전까지는 공룡이 이 곳에서 유명하지 전혀 몰랐다. 곰, 사슴 등 야생동물로만 유명할 줄 알았다. 하지만 몬태나 주에는 모두 12개의 공룡을 주제로 하는 박물관이 있을 정도로 공룡의 본거지였다. 그중에서도 보즈만에 위치한 로키 박물관은 이름의 무게만큼이나 유명한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아래 지도는 몬태나의 12개 박물관의 위치를 보여주고 있는데,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가장 가까운 3번이 보즈만에 위치한 로키 박물관이다.



몬태나에서 화석이 발굴되고 있다는 소식은 뉴스만 검색해 봐도 금방 찾을 수 있다. 2011년에는 몬태나의 야생동물 사냥꾼에 의해서 약 7천만 년 전의 바다공룡이 발굴되었는데, 이 화석은 기존에 발견된 것들보다 목이 훨씬 짧은 신종 바다공룡으로 밝혀져 주목을 받았다. 2013년 몬태나의 한 농부는 공룡 화석을 찾은 이후 경매에 부쳐져 백만장자가 되기도 했다. 이 농부는 몬태나에 있는 자신의 목장에서 38피트(약 11.5m) 길이의 티 렉스(티라노사우르스) 화석과 트라이세라탑스(우리말로는 트리케라톱스) 머리뼈를 발견했다. 이 중 티 렉스의 골격은 무려 40%가 보존되어 있는 상태여서 세계 상위 20위 안에 드는 매우 귀한 화석이었다고 한다. 몬태나 지역 중에서도 특히 동부지역은 공룡 화석들이 발굴되는 세계 최고의 지역으로 꼽힌다.  


가족들과 함께 박물관에 처음 찾은 날, 멀리 들어가는 길에서부터 문 앞에 있는 커다란 뼈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입구로 들어가기 전 건물 바로 앞에는 커다란 티라노사우르스 청동 화석이 놓여 있다. 마치 박물관의 수호신이라도 되는 양, 모든 관광객들에게 어서 들어오라며 반겨주는 듯했다. 이 녀석의 이름은 빅 마이크(Big Mike). 1988년 몬태나에서는 티렉스의 팔 일부가 발견되었는데 이것은 가장 완전한 형태의 뼈 일부였다고 한다. 이 뼈를 이용하여 세계 최초 실물 크기의 청동 티렉스가 2001년 만들어지게 되었고 이것을 박물관에 기증한 마이클 박사의 이름을 본떠 마이크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고 한다.  


이 곳의 입장료는 어른 2, 아이 1의 가격이 약 4만 원, 하지만, 세 가족이 일 년 동안 무제한으로 들어올 수 있는 가족 멤버십은 10만 원 정도로 저렴했다. 우리는 가족권을 주저 없이 결제했다. 


박물관에는 40억 년의 지구 역사를 보여주는 다양한 전시관이 자리하고 있다. 중앙 전시관에는 시기마다 흥미로운 다양한 주제로 전시가 되고 있으며, 제일 안쪽에는 몬태나 주의 원주민들과 최근까지의 역사를 보여주는 옐로스톤 컨트리 전시장이 위치하고 있다. 로키 박물관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곳은 다양한 공룡의 화석을 다양하게 전시해 놓은 시벨 공룡 콤플렉스(Siebel Di nosaur Complex)다. 이 곳에 들어가면 엄청난 수와 크기를 자랑하는 티 렉스와 트라이세라탑스를 볼 수 있다. 전시관 바깥쪽인 출입문 바로 옆에는 극장으로 들어가는 문이 보이는데, 이 곳은 돔 안에 들어가서 천장 전체로 디지털 영화를 볼 수 있는 타일러 천문관(Taylor Planetarium)이다. 계절마다 다양한 주제로 영상이 상영이 되고 있는데 주로 우주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이 된다. 거의 눕다시피 앉아서 천장 전체를 덮는 거대한 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우주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전시관 이외에도 박물관에서는 어린이와 어른들을 위한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중에서 어린 아이 엄마라면 정기적으로 운영되는 만 3~5살 유아를 위한 Tours for Tots라는 박물관 투어 프로그램을 추천하고 싶다. Tot는 어린아이라는 뜻. 박물관 투어 선생님이 한 시간 동안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다양한 주제를 중심으로 박물관을 돌아보며 재미있는 놀이 활동도 함께 해 주신다. 

Tours for Tots: 태양과 지구에 대해서 배우는 중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모든 것들은 만지거나 가지고 놀 수 없지만 위층에 위치한 Explore Yellowstone에서 다양한 놀이를 직접 할 수 있다. 잠시 커다란 놀이방에 아이들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싶다면 위층으로 올라가서 한숨 돌릴 수 있다. 


박물관 바깥으로 나가면 왼쪽에 멋스러운 옛날 집과 밭이 자리 잡고 있는데, 이 건물과 농장의 이름은 여름에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Living History Farm이다. 이 곳은 몬태나 남서부에서 1890~1910년까지 발견된 전형적인 거주지를 보여준다. 집과 주변 정원뿐 아니라, 젖 짜는 헛간, 대장간, 닭장, 지하실 등 다양한 주변 건물이 있다. 여름에 방문을 하게 되면 집 안으로 들어가서 옛날 몬태나 사람들이 생활하는 모습, 여러 가지 가구와 물건 등을 보며 배울 수 있다. 


공룡을 주제로 한 장소는 로키 박물관 이외에도 공룡 공원을 들 수 있다. 보즈만의 중심에서 북쪽으로 10분 정도만 가면 공룡 공원(Dinosaur Park)을 만날 수 있다. 이 곳에 가면 잠시나마 편안한 휴식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공룡의 모양을 본 다양한 놀이 시설에서 아이들이 신나게 놀고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 낯을 많이 가렸던 우리 아들도 공룡 놀이터에서 만큼은 자유를 펼쳤다. 


외동아들에게 늘 친구가 되어 준 공룡들, 그리고 박물관과 공원을 찾을 때마다 반갑게 "Hi, how are you?" 인사를 해 주던 몬태나 사람들이 종종 그리워진다. 



[참고자료]

https://www.visitmt.com/things-to-do/history/dinosaur-trail.html

https://www.dailymail.co.uk/sciencetech/article-2473280/Farmer-millionaire-2-DINOSAUR-skeletons-discovered-land.html

https://museumoftherockie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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