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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live May 13. 2021

몬태나에 봄이 오면 하이킹을

하이킹 장소 BEST 5

Big city turn me loose and set me free somewhere in the middle of Montana. -Merle Haggard-


봄은 언제부터 시작일까? 몬태나에 오기 전까지 한국에서 사십 년을 살아오는 동안 봄은 보통 3월부터 5월까지 해당하는 기간이었다. 한국에서는 일 년 열두 달을 3개월씩 나누어서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칭하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3~5월은 봄, 6~8월은 여름, 9~11월은 가을, 그리고 12~2월은 겨울이라고들 한다.


몬태나에서는 그동안 생각해 왔던 계절에 대한 기준이 전혀 맞지 않았다. 미국 로키 산맥의 한가운데, 우리나라로 따지면 지리산 노고단 위치, 해발 약 1,500미터에 자리 잡은 몬태나의 보즈만이라는 도시. 눈이 많이 오기 때문에 겨울은 무척 길고 여름은 정말 짧다. 긴 겨울과 짧은 여름 사이에 낀 봄과 가을은 참 애매한 계절이다. 3월이 되어서 봄인가 싶으면 눈이 오고, 4월이 되어서 햇살 참 좋다 싶으면 또 눈이 왔다.  


한국에서 눈이 가장 많이 오는 때는 절기상 대설, 12월 초에 해당한다. 하지만 높디높은 로키 산맥이 자리 잡고 있는 몬태나, 와이오밍, 사우스다코다 주의 많은 지역들은 3월에 눈이 가장 많이 온다. 눈 오는 날이 조금씩 줄어들고 새싹이 고개를 내밀 준비를 하는 4월이 지나고, 5월이 시작되면 비로소 몬태나에도 봄의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눈이 오는 날도 많이 줄어들고 눈 덮인 땅도 슬슬 녹기 시작하는 5월. 봄이 시작되고 있는지 여부는 땅의 상태를 보면 알 수 있었다. 늦겨울이나 초봄의 또 다른 이름은 머드 시즌(Mud season, 눈이 녹아서 진흙으로 변하는 계절). 눈이 안 오고 햇살이 좋을 때면 눈이 슬러시처럼 변하고 일부 땅은 눈과 섞이면서 질퍽해지곤 했다. 드디어 봄이 오기 시작하면 몬태나에서 본격적으로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바로 산으로 들로 하이킹을 가는 일이다.


몬태나라는 주의 이름이 스페인어 montaña (“mountain” or “mountainous region”), '산'이라는 의미에서 비롯되었을 만큼 이곳에는 산이 많다. 산에 가면 걸어서 또는 자전거를 타고 하이킹을 할 수 있는 트레일(오솔길)이 잘 갖춰져 있었다. 멀리 가지 않아도 도심 곳곳의 산자락 아래, 산과 연결되는 곳마다 어김없이 아기자기한 트레일이 펼쳐졌다. 봄기운이 느껴지고 날씨가 좋은 날에는 자주 가족들과 친구들과 함께 하이킹을 하러 가곤 했다.


몬태나 보즈만의 많은 하이킹 트레일 중에서 추천하고 싶은 장소 BEST 5를 선정해 보려고 한다.


# College 'M' Trail - 난이도 중/상


보즈만의 많고 많은 하이킹 트레일 중에서 M 트레일은 가장 유명한 곳으로 꼽힌다. 멀리서도 선명하게 보이는 산 중턱의 하얀색 M은 Montana State University의 약자. 보즈만에서 가장 큰 학교이자 가장 큰 단체인 몬태나주립대학교 학생들이 1915년에 만든 트레일이다. 시내에서 10~15분 정도 북동쪽으로 가면 만날 수 있다.  


트레일 헤드(입구)에는 작은 주차장이 있고 조금 올라가자마자 갈래길이 나온다. 왼쪽은 구불구불 다소 평평한 길, 오른쪽은 직진으로 가파른 길. 나는 늘 평평한 왼쪽 길을 이용했기에 오른쪽 길이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 하지만 이곳을 이용해 본 남편의 말로는 빠른 대신 엄청 힘들다고. 평평한 길로는 1시간 반 정도 가야 M자에 다다를 수 있지만, 가파른 길로는 30분 정도면 갈 수 있다. 하이킹을 하면서 보즈만 시내 전경을 감상할 수 있어 좋다.



# Drinking Horse Trail - 난이도 중


드링킹 호스 트레일은 M 트레일 맞은편, 길 건너에 위치해 있는 유명한 트레일 중 하나다. 이곳의 주차장은 M 트레일보다 넓다. 트레일로 진입하기 전, 왼쪽에 나 있는 길로 내려가면 '보즈만 어류 기술 센터(Bozeman Fish Tecnology Center)'에 들러서 구경할 수 있다. 작은 연못도 있고 물고기 구경도 실컷 할 수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둘러보기에 좋은 곳이다.


이 트레일의 이름은 마치 산의 능선이 물을 마시기 위해 고개를 숙인 말의 모양과 닮았다고 해서 '물 마시는 말'로 지어졌다. 트레일 정상까지는 1시간에서 1시간 반 정도 걸리며 약간 가파르다. 정상을 중심으로 한 바퀴 돌아서 나올 수 있는 루프 길로 되어 있다. 5월 말이나 6월 초에 가면 노란 야생화인 화살 잎 발삼 루트(Arrowleaf Balsamroot)를 많이 볼 수 있다. 이 꽃은 몬태나에서 가장 흔한 봄 꽃 중 하나다.

 


# Bozeman Beach - 난이도 하


바다가 없는데 해수욕장이 있다고요? 처음에 보즈만 비치를 들었을 때 내 반응이었다. 보즈만에도 비치가 있다니! 북쪽으로 15분 정도 가면 Glen Lake Rotary Park(이전 East Gallatin Recreation Area)가 나온다. 원래의 이름은 다소 길지만 이 곳은 보즈만 사람들에게 그저 보즈만 비치로 불리는 곳. 호수이기에 물이 짜지 않고 맑아서 좋지만 가운데 부분은 깊으니 조심해야 한다.


호수 주변에는 작은 모래사장과 소풍 테이블이 있고 근처에는 모래 배구장, 암벽 타기 돌도 갖춰져 있다. 도시락과 물놀이 용품을 챙겨서 놀러 가기에 좋은 곳으로 5월 중순부터 보즈만 사람들은 이곳에서 물놀이를 즐기기 시작한다. 호수 뒤쪽으로는 트레일이 펼쳐지는데 평평하고 쉬운 길이라 어린아이와 함께 해도 부담 없이 하이킹을 할 수 있다. 물놀이도 하고 하이킹도 하고 일석이조처럼 느껴지는 보물 같은 장소이다.  

 


# Peets Hill/Burke Park - 난이도 하


보즈만 시립도서관은 모든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공공장소라 할 수 있다. 시내와 이어지는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고 여름 내내 아동 무료 점심, 각종 워크숍과 스토리텔링 이벤트가 개최되는 곳이다. 도서관 뒤로는 넓은 잔디밭이 펼쳐지고 멋진 두 개의 공원이 이어진다. 왼쪽으로는 놀이터와 파빌리언이 있는 린들리 파크(Lindley Park), 쭉 직진을 하면 하이킹을 할 수 있는 벌크 파크(Burke Park)가 나온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뒤쪽으로 나와서 잔디밭에서 뛰어놀고 하이킹을 하고 싶으면 바로 이어지는 벌크 파크로 향하면 된다. 벌크 파크의 난이도는 쉬운 편이라 아이와도 함께 가기에 좋았다. 벌크 파크는 겨울에 눈썰매를 타는 곳으로도 유명한 피츠 힐(Peets Hill)과 바로 붙어있다. 눈이 없는 피츠 힐의 모습은 왠지 같은 듯 다른 모습이었다.

 

5월 말 도서관 뒷쪽에는 민들레가 많이 핀다.
(좌) 벌크 파크의 트레일 모습, (중) 5월의 피츠 힐, (우) 같은 곳에서 찍은 1월의 피츠 힐

# Triple Tree Trail - 난이도 중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싶은 다섯 번째 하이킹 장소는 트리플 트리 트레일. 앞서 소개했던 M, 드링킹 호스, 보즈만 비치는 모두 북쪽 편에 위치하고 있지만 트리플 트리는 보즈만의 남쪽에 위치하고 있다. 이곳을 선정한 이유는 남쪽에서 바라보는 보즈만 시내 전경의 모습도 아주 훌륭하기 때문이다.


트레일을 가는 길이 아주 쉽지는 않다. 어린아이와 함께라면 같이 정상까지 가는 것을 힘들어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쉬엄쉬엄 간다면 충분히 가능할 거라 생각한다. 올라가는 길은 조금 가파르기도 하고 나무에 가려져 시내의 전경이 잘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정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탁 트인 보즈만 시내의 모습은 보상과 만족감을 선사해 줄 것이다.



몬태나 보즈만에는 수많은 트레일이 있고 다양한 하이킹을 즐길 수 있다. 이 중에서 그리 멀지 않아서 많이 가본 곳, 만족스러웠던 장소 다섯 군데를 소개해 보았다. 아이가 있다면 시립도서관에 먼저 가 보는 것을 추천한다. 물놀이를 좋아한다면 보즈만 비치, 인기 있는 보즈만 북쪽의 하이킹 장소에 가 보고 싶다면 M과 드링킹 호스, 보즈만 남쪽에서 하이킹을 하고 싶다면 트리플 트리로 가면 된다.


하이킹은 눈이 녹고 땅이 드러나는 4~5월이 되어야 가능하다. 몬태나의 겨울은 다른 계절보다 훨씬 더 긴데, 겨울에 하이킹을 즐기고 싶다면? 그땐 스노 슈잉(snowshoeing), 크로스컨트리 스키(Cross-country ski)를 하면 된다. 하지만 나는 따뜻한 봄 햇살을 받으며 운동화로 걷는 하이킹이 훨씬 좋았다. 몬태나의 봄에는 하이킹이 제격이었다.



[참고 자료]

https://weather.com/storms/winter/news/snowiest-month-of-the-year-ma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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