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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live Jun 04. 2021

여름에 몬태나로 놀러 오신다면

물놀이, 캠핑, 낚시 어떠세요?

Summertime is always the best of what might be. -Charles Bowden-


몬태나 보즈만에 놀러 가게 된다면 무조건 여름이다. 스키나 스노보드, 크로스컨트리 등 겨울 스포츠를 좋아한다면 겨울에 가도 좋다. 새하얗고 뽀송뽀송한 눈과 추운 날씨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겨울에 가도 멋진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름과 겨울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여름을 추천하고 싶다. 기왕이면 여름에 가서 더워도 덥지 않은 몬태나의 여름을 즐기고 싶다.


몬태나의 여름은 두말할 것도 없다. 여름 내내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무료 식사 프로그램이 제공되고, 도시 곳곳에서 가족 이벤트가 열린다. 멋진 산이 많은 이곳에서 해설사가 함께 하는 하이킹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수 있다. 온도가 높은 여름날에도 습도가 낮기에 땀이 거의 나지 않고 그늘에 들어가면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이 좋은 몬태나의 여름에 꼭 해봐야 하는 활동들이 있다. 그건 물놀이, 캠핑, 낚시이다.


# 물놀이


몬태나의 여름에 사람들이 꼭 즐기는, 즐겨야 하는 활동이라면 바로 물놀이다. 몬태나에는 바다가 없지만 강과 호수가 많다. 호수에 가려면 산 꼭대기로 가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강은 호수보다 접근성이 좋기에 많은 사람들은 강에서 물놀이를 즐긴다. 강은 보즈만에서 서쪽으로 십여 분만 가면 만날 수 있는 갤러틴 강과 조금 더 서쪽에 있는 매디슨 강이 유명하다.


갤러틴 강은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북서쪽 모퉁이에 있는 로키 산맥의 갤라틴 산맥에서 시작이 된다. 이 강은 보즈만에서 남쪽으로 한 시간 떨어진 작은 도시, 빅스카이(Big Sky)를 지나 북서쪽으로 흐르고 보즈만 근처의 제퍼슨 강과 매디슨 강에 합류한다. 갤러틴 강의 물은 아주 맑고 깨끗해서 옐로스톤-티톤 지역의 화이트워터(one of the best whitewater)로 불린다. 꽤 많은 물이 높은 산 사이로 굽이쳐 흐르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래프팅과 낚시가 많이 이루어진다. 또한 갤러틴 강 근처에는 많은 캠핑장이 운영되고 있다.



매디슨 강은 갤러틴 강을 지나 서쪽으로 20분 정도 더 가면 만날 수 있다. 매디슨 강은 와이오밍 북서쪽 지역에서 시작이 되어 남쪽에서 북쪽으로 흐른다. 강의 길이는 갤러틴 강보다 길지만 수심이 훨씬 얕고 잔잔하게 흐른다. 매디슨 강에도 캠핑장이 많고 낚시를 즐길 수도 있지만 얕은 수심 때문에 래프팅을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대신 이곳에서는 남녀노소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물놀이가 이루어진다. 커다란 튜브를 타고 물 위에 둥둥 떠서 즐기는 튜빙이 대표적이다.


솔직히 나는 물과 안 친하다. 물에 들어가는 것이라면 질색을 한다. 어릴 적 물에 빠진 이후부터 생긴 물에 대한 공포감 때문에 어쩔 수 없다. 하지만 튜빙은 전혀 문제가 없었다. 물을 무서워하는 나도, 어린 똘똘이도 즐길 수 있었던 튜빙은 정말 안전했다. 처음에는 물속에 들어가는 거라 걱정을 조금 했는데 물에 들어가 보니 수심이 내내 성인 기준 무릎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팀끼리는 튜브를 서로 엮어서 같이 다닐 수 있고 작은 아이스박스도 같이 실어서 시원한 음료나 맥주를 즐길 수도 있다.


튜빙을 하기 위해서 우리 가족이 찾은 곳은 보즈만 시내에 있는 매디슨 강 튜빙(Madison River Tubing). 이곳에서는 여름 내내 보즈만 시내에서 매디슨 강까지의 왕복 셔틀버스와 디럭스 튜브 및 구명조끼를 제공하는 튜빙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가격은 $25불로 한화 약 3만원. 한 시간이 넘는 왕복 셔틀버스와 2시간 정도의 튜빙 시간을 포함하는 프로그램이므로 비싸지 않다. 커다란 튜브 위에서 안전하게 멋진 강과 하늘의 움직임을 즐길 수 있는 튜빙은 우리 가족에게 안성맞춤이었다.


여름 내내 매디슨 강에서 실시되는 튜빙은 남녀노소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물놀이

# 캠핑


몬태나의 여름에 캠핑은 필수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캠핑장도 많다. 우리도 몬태나에서 사는 동안 많은 캠핑장에서 캠핑을 할 수 있었다. 제일 처음 캠핑을 한 곳은 선배 언니가 예약을 해 주었던 그랜드티턴 국립공원이었다. 그땐 5월 말, 이사 온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았을 때였고 캠핑을 하기에도 좀 이른 때였다. 캠핑 장비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었고 밤에는 정말 많이 추웠다.


이후 캠핑 장비를 이곳저곳에서 구입하고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우리 가족은 캠핑을 많이 다니기 시작했다. 굳이 몇 시간 이상 걸리는 옐로스톤 국립공원이나 티턴 국립공원을 가지 않아도 보즈만 가까이에서 캠핑장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30분에서 한 시간 정도만 가도 멋진 산과 굽이 굽이 흐르는 강을 끼고 있는 캠핑장에 도착할 수 있었고 그곳에서도 국립공원 못지않은 멋진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동안 보즈만에서 가보았던 많은 캠핑장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을 꼽자면 스파이어 락(Spire Rock)을 들고 싶다. 보즈만에서 남서쪽으로 40분 떨어진 이곳은 갤러틴 강 옆에 위치해 있다. 캠프 사이트가 19개밖에 되지 않는 작은 캠핑장으로 다른 곳에 비해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따라서 예약도 다른 곳에 비해서 비교적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큰 도로에서 조금 떨어진 캠핑장이라 차 소음이 안 들리는 곳, 평화롭게 흐르는 시냇물과 새소리만 들리는 곳. 스파이어 락에서는 몬태나의 분위기를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스파이어 락 캠핑장에서 차로 3분 정도 서쪽으로 가면 스톰 캐슬 피크(Storm Castle Peak) 트레일에 갈 수 있다. 이곳은 멋진 경관으로 유명하다. 하이킹 수준이 중상급이므로 제대로 하이킹을 하려면 신발을 갖춰 신는 것이 좋다. 바로 옆의 갤러틴 강에는 래프팅과 라인을 즐길 수 있는 Montana Whitewater Rafting & Zipline - Gallatin도 있다. 모험 스포츠를 원하는 분들은 이곳에서 도전해 봐도 좋을 것이다.


내가 뽑은 베스트 오브 베스트 캠핑장, 스파이어 락

# 낚시


몬태나에서 낚시는 많은 사람들의 취미로 사랑을 받고 있다. 일반적인 낚시도 많이 하고 가슴 높이까지 오는 방수 옷을 입고 물속에 들어가서 즐기는 플라이 낚시도 많이 한다. 1992년에 개봉한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 (A River Runs Through It)'에서도 몬태나를 배경으로 한 플라이 낚시가 아름답게 연출이 된 바 있다. 낚시를 하기 위해서는 낚시 장비와 낚시 라이선스가 있어야 한다. 라이선스는 대형 마트나 낚시 장비를 파는 가게에서 구매할 수 있다.


그동안 만나 뵌 몬태나 분들 중에서 낚시를 가장 즐기신 분은 몬태나주 한인회장님이신 허 박사님. 우리에게 낚시를 알려주시기도 하셨고 송어(트라우트)를 잡을 때면 종종 나눠주시기도 하셨다. 허 박사님께서는 여름 내내 캠핑을 다니시고 낚시를 즐기신다. 캠핑장으로 자주 놀러 오라고 해 주셔서 찾아뵐 수 있었고 잡은 송어도 맛보게 해 주셨다. 송어를 구울 때마다 똘똘이는 신이 나서 기다리곤 했다. 송어 고기는 연분홍색을 띠며 담백한 맛을 지닌다. 캠핑장에서 맛보는 송어의 맛은 소고기보다 한 수 위였다.


동네 이웃이 이사를 가면서 우리에게 낚시 장비를 다 주고 간 덕분에 그 이후로 우리 가족끼리도 낚시를 해 보곤 했다. 매년 보즈만에서는 여름마다 2~3번 정도 무료로 가족 낚시 행사가 열리는데 그땐 낚시 장비와 라이선스 없이도 낚시를 즐길 수 있었다. 보즈만 연못(Bozeman Pond)에서 열렸던 낚시 행사에서는 잡은 물고기의 무게를 재서 상품을 주었던 적이 있다. 똘똘이가 잡은 물고기로 기대를 했지만 아깝게 순위 안에 못 들어서 상품을 타진 못했다. 상품을 타진 못 했어도 맛있는 햄버거도 먹고 가족과 함께 낚시를 하며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었다. 물론 잡은 물고기는 무게를 잰 후 모두 방생을 해 주었다.


보즈만 연못에서 열린 가족 낚시 행사, (우) 똘똘이가 잡은 물고기
허 박사님 캠핑장에서 송어를 구울 때마다 똘똘이는 신이 났다.

몬태나의 여름은 참 좋지만 참 짧다. 8월 한 달을 완벽한 여름이라 할 수 있고 앞과 뒤를 포함해서 약 두어 달 정도를 눈이 오지 않는 몬태나의 진짜 여름이라 할 수 있다. 여름 내내 많은 관광객들이 몬태나에 오고 있고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만큼 다른 도시에 비해 렌터카, 숙박비도 비싸다.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여름에 몬태나를 찾는 이유는 뭘까. 그만큼 좋고 특별하기 때문이 아닐까.



[참고 자료]

http://www.madisonrivertubing.com/

https://www.montanawhitewater.com/

https://www.recreation.gov/camping/campgrounds/233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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