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 올 생리가 두렵지 않도록
바로 생리 때다. 평소보다 더, 더 실수하는 시기. 내 눈에 거슬리는 부분은 바로 지적하고, 때로는 필요 이상으로 화를 내어 누군가를 상처주고, 갑자기 한 턱 쏘겠다며 과소비를 저지르기도 한다. 이런 실수들은 대개 충동적으로 저질러진다. 맞다. 나의 대표적인 PMS 증상 중 하나는, 충동성 증가다.
물론 나만 그런건 아니겠다만
검색창에 '생리할 때 충동적으로 한 행동'을 쳐보면, 가임기 여성들의 여러가지 재밌는 사연을 찾아볼 수 있다. 머리 자르기, 관계 손절하기, 물건 부수기, 당일 여행 · 당일 파토 등 다양한데, 그 중에서도 내가 본 최고의 충동은 자퇴였다. 또 '생리 도벽'으로 절도 행위를 저지르는 사례도 몇 번 들어본 것 같다.
충동성 증가가 왜 위험하냐면
생각해보면, '충동성 증가'는 그 자체로 나쁜 게 아니다. 다만 이성의 힘이 평소보다 더 약하기 때문에, 기분이 곧바로 성급하게 행동으로 이어지기 쉽다. 그리고 그렇게 시작한 '행동'은 제어가 어렵다. 특히나 더더욱 충동성이 증가하는 시기라면, 행동은 절대 한 번으로 끝내지 않는다. 수문이 열리면 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지듯.
한 번 터지면 멈출 수 없더라
언젠가 정당한 이유로 화를 내야할 상황이 있었다. 그래서 화를 냈는데, 하필이면 그게 생리할 때였다. 그래서 입을 열기 시작했는데, 문제는 말을 할수록 점점 더 화가 나는 거다. 그래서 어떻게 끝났냐고? 시작은 정당한 '주장'이었으나, 끝은 막말이었다. 적정량의 화가 아니라, 감정을 뭉탱이로 던지고 싸지른거다.
이미 수 차례 충동적으로 가지가지 저질러봤고 그만큼 많은 폐해를 입어봐서 그런가. 사실 스스로도 대충 답을 알고 있다. 어차피 불건강한 시기라면, 해결책은 간단하다
1. 그냥 안 하기 (충동에서 그치기)
충동성이 증가하는 것 그 자체는 막을 수가 없다. 그런 시기이긴 하니까.
다만 충동적인 '기분'까지는 수용하되, 그걸 행동까지는 옮기지 않는 것.
(before)
충동 O → 행동 O → 수습 O → 스트레스
충동 O → 행동 O → 수습 X → 더 큰 스트레스
(after)
충동 O → 행동 X (→ 수습할 필요 X, 스트레스 X )
장황하고 어려운 공식 같지만, 의미는 간단하다.
그저 기쁠 때 약속하지 말고, 슬플 때 결심하지 말고, 화났을 때 말하지 말자는 스스로와의 약속인 것.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악순환적 패턴이라면, 되도록 이 시기에는 '시작 조차 하지말자'는 거다.
2. (꼭 해야 겠다면) 절대적인 시간 갖기
집 나간 이성이 되돌아올 시간을 주자.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길어도 7일이다.
딱 일주일. 그 동안 다각도로 생각해본다. 그래도 정당하면 그땐 내 의견과 생각을 믿고, 행동에 옮긴다.
아이패드, 겨우 일주일 늦게 산다고 손해보지 않는다. 정말 필요한지 생각해보고 사자.
화난 감정, 겨우 일주일 늦게 털어놓는다고 홧병날 일 없다. 오히려 차분하게 정리해보자.
단발 뽐뿌, 겨우 일주일 늦게 머리 자른다고 큰일나지 않는다. 후회하지 않을지 생각하자.
서운한 마음, 일주일 늦게 전한다고 부정당하지 않는다. 그럴 인연이면 이미 틀렸다.
폭풍같은 생리가 지나가면, PMS가 남긴 잔해들로 괴롭다. 충동적으로 저지른 것들에 늘 후회만 남고, 앞으로도 그럴 거다. 그럼에도 병원이나 약없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노력은 결국 '한 번 더 참기'인 것 같다.
셰익스피어 <리어왕>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
"있다고 다 보여주지 말고, 가졌다고 다 빌려주지 말고
안다고 다 말하지 말고, 들었다고 다 믿지 말라."
이미 저질러버린 행동을 어쩔 수 없이 수습하는 것도 스트레스지만, 만약 내 행동이 수습을 못할 정도라면 그건 더 큰 스트레스로 이어질 것이다. 그러니, 충동성 하나만 잘 잡아보자. 그러면 우린 더 괜찮아질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