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니 닮은 인형을 사다
바니는 인형을 좋아한다. 자세히는 조그맣고 보들보들해서 누가 봐도 '바니 거' 같은 인형을 말이다. 7년간 지켜본 결과 큰 인형은 싫어하는 것 같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집에 있던 조금 큰 인형들은 한놈도 빼놓지 않고 갈기갈기 뜯어놓은 걸로 봐서는 증오(?)하는 것 같기도 하다. 어째서일까? 바니보다 덩치가 커서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걸까…….
하여튼, 바니와 함께 산 이후부터 집에 조그만 인형이 많아졌다. 장난감 겸용으로 나와서 물면 삑삑 소리가 나는 인형, 그냥 천인형, 솜인형 등등. 바니 덕분에 다이so에 가면 반려동물 코너부터 보게 된다.
어느 날, 다이so에 갔는데 바니와 닮은 인형을 발견했다. 사실 내 눈에만 그런 걸지도 모르겠는데 하여간에 보자마자 운명이다 싶어서 냅다 구매했고, 집에 와서 보니 바니와 표정이 또옥같더라. 저 뚱한 표정! 왼쪽이 갈색 무늬, 오른쪽이 회색 무늬인 것도 같았다. 바니도 자기를 닮은 인형이 좋은지 입에 물고 집을 돌아다녔다. 바니가 그럴 때마다 난 바니가 바보 같고 귀여워서 미치겠다.
바니는 내가 자기를 위해서 인형을 사 왔다는 걸 아는 걸까. 바니는 내가 가져온 인형을 모두 좋아한다. 아주 애지중지 그루밍을 해주기도 하고 보통은 스크래쳐에 귀하게 모셔둔다. 그럴 때마다 신기하다. 어떻게 아는 걸까, 싶어서. 바니를 주려고 사 온 게 아니라 그냥 내가 좋아서 사온 인형은 어떻게 알고 다 물어뜯나 싶어서. 정말 기가 막히게 안다, 바니는.
인형을 사 왔을 때 바니가 후다닥 달려오는 모습을 보는 게 좋다. 인형을 물고 노는 모습도, 스크래쳐마다 인형이 두세 개 모셔져 있는 것도 모두. 이렇게 좋아해 주니까 인형을 안 사 올 수가 없다. 집안이 온통 인형 천지가 되었지만 나름 인테리어 같고 괜찮을……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