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ona Mar 25. 2024

19. 3월의 겨울, 3월의 봄

어쩌면 꽤 빨리 여름이 될지도 모르겠다



  긴 겨울이 다 지나갔다. 취업을 하기 위해 겨울 동안 서류를 꽤 많이 넣었고, 면접을 대여섯 번 봤다. 그렇게 바쁘게 지낸 건 아닌데 이상하게도 이번 겨울은 유난히 길었다. 매년 비슷한 기간인데도 불구하고.


  날이 꽤 따뜻해졌다. 아침에 창문을 열면 미지근한 바람이 들어온다. 집안의 온도도 많이 높아졌다. 그래서 그런가 바니가 더이상 그렇게 사랑하던 전기장판 위에 올라가지 않는다. 요즘의 바니는 전기장판 위에 발끝을 살짝 대보고 따끈하면 자리를 후다닥 뜬다. 일이주 전만 해도 전기장판에 딱 붙어서 죽고 못 살았는데 역시 변하지 않는 사랑은 없구나. 그래, 이젠 정리할 때인가 보다. 겨울 용품은 넣고 슬슬 선풍기를 꺼내고 에어컨 필터를 청소해야겠다. 여름이 되는 건 한순간이니까.


하필 컵누들 상자에서 일광욕하는 바니……

 

   바니는 요즘 부쩍 창문을 자주 내다본다. 겨울에는 추워서 잠깐 내다보고 이불 안으로 쏠랑 들어왔는데 요새는 베란다에 꽤 오래 나가있다. 뭐가 있나 싶어서 슬쩍 보면 역시나 평소처럼 별게 없다. 지나가는 자동차나 사람, 아파트 주변을 날아다니는 새, 흔들리는 나뭇가지 같은 것들이다. 내가 보기엔 겨울이든 봄이든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다 똑같다. 그런데 왜 바니는 매일 다른 걸 보듯 흥미롭게 보는 걸까.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바니는 내가 보지 못하는 걸 자주, 오랫동안 바라보는 것 같다고. 그럼 바니에게 문득 물어보고 싶어진다. 네게는 겨울이었던 3월과 봄이 된 3월이 어떻게 다르냐고. 너에게는 어디부터가 겨울의 끝이었고 어디부터 봄이 시작됐냐고.



  내 봄은 바니가 바깥을 아주 오랫동안 구경해서 온몸에 뽀송뽀송한 햇볕 냄새가 날 때부터 시작인 것 같다. 그렇다면 이제 봄이 왔다고 말할 수 있겠지. 요새 바니의 몸에서는 제법 보송한 냄새가 나니까. 겨울이 참 길었다.



 

  바니에게 말해주고 싶다. 여름이 오기 전까지 창밖 구경을 실컷 즐겨두라고. 이것도 앞으로 이 삼주뿐이라고. 곧 장난 아닌, 얼마나 장난 아니냐면 진심으로 지옥 같은 더위의 여름이 올 거라고…… 매년 그랬듯이 말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