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해외 직구)
우리 집에 새로운 손님이 왔다. 바로 중국에서부터 날아온 뱀이다.
바니의 장난감이 전부 아작이(...) 나서 새 물건을 찾아보던 와중 눈에 띈 게 해외에서 직구를 해야만 살 수 있는 이 뱀이었다. 사실 해외 직구 경험이 별로 없어서 좀 두려웠는데, 뱀의 매력에 빠져 저질러버렸다.
그 매력이 무엇이냐 하면 이렇다.
자동 센서가 있어서 장애물을 알아서 피해 다닌다.
관절이 세분화되어 있어 움직임이 아주 현란하다. 진짜 뱀 같다.
5핀 케이블로 충전이 가능하다.
그 외 눈에서 빨간 불빛이 나온다, 날름거리는 혀가 사실적이다 등등… 무엇보다 가격이 5,000원이었기 때문에 이 매력덩어리를 안 살 이유가 없었다. 기왕 뱀을 사는 김에 다른 것도 마구 담았다. 해바라기 목칼라, 계란프라이를 닮은 빗, 둥근 모양의 먹이퍼즐. 전부 바니 거다. 기회가 된다면 다른 직구템 후기도 써보려고 한다…….
뱀은 일주일 만에 우리 집에 왔다.
뱀은 내 생각보다 조금 더 컸고, 내 생각보다 많이 어리숙(...)했다. 분명 장애물을 피해 다니는 자동 센서가 있다고 했는데, 이 뱀은 정신을 못 차리고 제자리에서 빙빙 돌았다. 좀 가다가 후진하고, 후진하다가 장애물에 막혀서 다시 후진, 후진, 빙글빙글, 빙글빙글 빙글… 왜 그러는 거야. 우리 집이 좁아서 그러는 거야? 피하지 못할 장애물이 많아서 그래? 제자리에서 무한대로 돌아가는 뱀을 보고 있자니 심란했고 바니도 나와 같아 보였다.
사실 난 바니가 이 뱀을 무서워하거나 관심이 없거나, 이 둘 중 하나일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바니는 어리둥절해 보였다. 뱀을 피해 다니는 바니의 표정을 말로 표현하자면 이런 느낌이었다. 쟤 뭐야? 저 이상한 거 도대체 뭐냐고. 쟤 좀 어떻게 좀 해 봐.
뱀을 만난 지 오늘로 삼일 째. 나는 뱀을 당x마켓에 내다 팔기로 결정했다.
바니가 너를 싫어해. 미안하다.
잘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