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플로우> 리뷰
긴즈 질발로디스 감독이 연출한 <플로우>는 애니메이션 영화로 2025년 3월 19일 개봉할 예정이다. 제77회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되며 큰 화제를 모았다. <플로우>는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간 파운데이션상, 관객상, 심사위원상, 음악상을 수상하며 주목을 받았고, 제82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애니메이션상,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하며 전 세계적인 찬사를 받았다.
인간이 존재했던 흔적만 남아있는 세상. 갑작스러운 대홍수로 인해 온 세상이 순식간에 물에 잠긴다. 까만 고양이는 홀로 살던 중, 대홍수로 인해 집을 잃게 된다. 점점 불어나는 물을 피해 도망치던 고양이는 카피바라의 도움으로 배에 올라타게 된다. 다른 동물들이 합류하기 시작하며 이들은 함께 생활하게 된다. 도움을 주고, 받으면서 이들은 점점 하나가 되어간다.
영화의 주인공인 까만 고양이는 혼자 있는 것을 선호한다. 평화롭고 아늑했던 터전을 잃게 되어 절망했던 고양이는 다른 동물들에게 도움을 받고 함께 생활하며 다른 동물들을 이해하고 공동체를 형성해 간다. 이해와 관용은 인류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던 오만한 생각을 깨뜨린다. 특히 고양이가 적극적으로 다른 동물들을 돕고 먼저 다가가는 모습은 잔잔한 감동을 자아낸다. 이 세상은 결코 혼자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전달되는 요소와 다른 종의 동물들이 교류하고 연대하는 모습을 통해 진한 따뜻함이 느껴졌다. 기존의 일상과 다른 현재를 맞이하게 된다면 우리는 어떤 동물의 모습으로 살아가게 될까? 선택할 수 있다면 평온한 표정과 행동으로 타종을 돕던 카피바라로 살아가고 싶다.
대화 없이 비언어적 표현으로만 전달되는 고요함에 평화로운 나날이 계속될 것만 같이 느껴진다. <플로우>의 세상은 사람이 존재하지 않고, 동물들만 등장한다. 대사 없이 오로지 동물들의 시선 그리고 움직임을 통해 모든 것을 판단하게 하는 영화의 시선이 매우 흥미롭다. 무엇보다 자연의 섭리에 개입하지 않으며 자연스럽게 이들의 움직임을 관찰할 뿐이다. 그대로 보여주는 것에 충실하며 동물들의 이야기를 펼쳐내고 있다. 그리고 먹이사슬, 생존에 급급했던 동물들이 어떻게 협력해나 가는지에 대해 그저 보여줄 뿐이다. 인간의 존재가 사라지고 흔적만이 남은 <플로우> 속 세계는 마냥 평화롭지만은 않다. 대홍수로 인해 또 다른 혼란이 찾아왔으며 생존을 위해 행동하는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이 대립하는 상황도 펼쳐진다. 그러면서 서로 돕고 도우며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 나가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간다. 앞으로의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는 모르겠으나 이때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flow) 흘러가는 것처럼 살아가지 않을까. 그들이 평화롭고 따뜻한 햇살을 맞으며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동물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의 대부분은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전달하거나 동물들이 인간의 말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런 모습을 일절 보여주지 않는다. 특히 인간의 개입 없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영화의 이야기는 있는 그대로의 감정을 전달하며 <플로우>만의 세계관을 구축해 나간다. 인간은 개입하지 않고 그저 자연스레 흘러가는 것을 바라보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 영화에도 아쉬운 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대사 없이 진행되는 만큼 최대한 자연스럽게 연출하려는 시도는 좋았으나 일부 장면에서는 인간의 시선이 투영된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동물의 시선을 빌려 공생이라는 주제를 강조하고 인간적인 가치관과 도덕적인 교훈을 전달하는 시도처럼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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