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는 것 같아서

by 부뚜막위고양이


오랜만이지? 글로 대화를 나누는 건 처음은 아닌데 말이야. 이상하게 떨리네. 내가 이런 글을 쓰는 거 보니 봄이긴 한가보다. 벌써 같이 벚꽃 구경한 게 2년 전이네. 신기하게도 그리 멀게만 느껴지지 않았는데, 숫자로 생각해보니까 꽤 머네. 그만큼 생생한데. 그 날 아무런 계획 없이 만나서 버스를 탔는데 바깥 풍경엔 벚꽃이 확 펴 있는 모습을 보고 어딘지도 모르고 그냥 내렸었지. 길도 삐뚤삐뚤하고 모난 바위처럼 불쑥 튀어 난 나무뿌리도 있었지. 근데 벚꽃 나무는 신기하게 가지런히 심어져 있었어. 우리만 발견한 비밀장소라고 생각했는데, 몇 분 걷다 보니 다른 사람들도 우리처럼 비밀 장소인 줄 알았나 봐. 꽤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더라고. 역시 사람은 비슷한 모습이 있나 봐.

아아, 왜 글을 쓰는지 말을 안 하고 혼자 떠들었구나. 미안. 쓰다 보니 옛 생각이 자주 나서 그랬어. 사실 미안할 건 아닌데, 그치? 아닌가? 모르겠다. 아무튼 날씨가 점점 따뜻해져 가고 있어. 나한텐 별로 좋은 징조는 아니야. 더운 걸 싫어해. 추운 건 힘들지만 싫어하지 않지만 왜 더위만 미운털이 박혀 있는지 모르겠어. 추운 날 만났을 때 항상 내가 가져가던 핫팩 생각나? 추웠기 때문에 널 더 챙겨줄 수 있어서 좋았어. 작은 네모난 모양이 내손과 네 손이 겹쳐져 있을 때 전혀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딱 알 맞은 온도와 크기였는데, 그때는 우리가 그만큼 잘 맞았다고 생각했지. 추운 날씨가 아무런 안부 없이 떠나갔을 무렵에 나도 더 이상 핫팩을 준비하지 않게 되더라고, 그래서 우리가 헤어졌나 싶어. 알아. 우리 잘못인 거 애꿎은 핫팩 잘 못 아닌 거, 근데도 우리 탓은 못하겠어.

사실 헤어지고 나서 의외로 잘 살아지더라고. 너 sns에 남긴 사진들과 짤막한 문장을 보면서 이제 내가 너 세계엔 없는 존재라고 문득 생각이 드니까 막연한 그리움이 좀 올라왔어. 그래도 헤어졌다고 끝난 사이라고 그리움이 남았었나 봐. 아무튼 너도 잘 살고 있더라고. 근데 참 아이러니해. 잘 살고 있으면 다행인가 싶으면서도 아쉽고 서운해. 근데 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잘 살길 바라는 것 같아. 왜 이렇게 고장 났는지 모르겠더라고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한 내 마음 붙들고 한, 두 달 정도 살아가다 보니까 어느새 어디에 속해 있더라고. 근데 난 몰랐어. 여기가 어딘지, 뭘 하는 곳인진 몰라도 잊히더라고 네가. 아마 내 생각엔 거긴 가을이지 않나 싶어. 다시 봄이 되니 너 생각나는 거 보니 난 다시 돌아왔나 봐. 근데 그때처럼 힘들진 않아. 이렇게 글도 쓰면서 널 회생하는 걸 보니 나도 어엿한 어른 인가 하고 자만하게 되네. 이젠 날 어떻게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난 확실히 네가 잘 살았음 해. 그리고 살짝 서운해할게. 그 정도는 괜찮지?

그래. 들어가. 너무 내 얘기만 했다. 언제가 될진 모르겠지만 다음엔 너 얘기도 들려줘. 그때처럼 흘려듣지 않고 잘 기억할게.

그럼 잘 지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