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by 부뚜막위고양이

어느 날 아는 지인과 대화를 하게 되었는데, 뜬금없이 청춘에 대한 대화를 짤막하게 이어갔다. 지인은 “우리 부모님이 벌써 60대시네. 벌써 나이가 그렇게 됐네.” 나는 대답을 “야 60대가 어때서? 아직 청춘이야. 이제 시작 인디?”라고 답했다. 이어진 대답은 조금 충격적이다. “에이~ 뭔 청춘이야~다 늙으셨지.” 헐. 아무리 철없는 말을 자주 뱉던 지인이지만 자신의 부모님을 그렇게 생각할 줄은 몰랐다. 거기에 나는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가지 못했다. 아니 이어가기 싫었다.

부모님의 청춘은 우리가 태어나기 전이라고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도 꽤 계실 거다. 하지만 오히려 청춘이라고 말하는 20대인 나도 지금의 청춘을 청춘답게 살아가는지 의문이다. 어쩔 때는 위태롭고 권태롭고 어쩔 때는 도전적이며 열정적이었다. 중년의 삶은 내가 겪어보진 않았지만 20대보다 충분히 열정적이고 도전적인 분들은 많다는 것. 자신의 인생이 막이 내려가고 있다 생각하지 않고 이제 새로운 막을 열 수 있다는 걸 아는 것. 그것만 있어도 ‘청춘’에 어울리는 가치가 아닌가 싶다. 나이와 주름으로 사람을 판단하기엔 사람이란 존재는 미지수다. 하지만 중년에 접어들면 20대의 패기와 건강, 체력이 받혀주지 않는다고 한다. 맞다 세월 앞에 장사란 없다. 대신 노련과 경험이란 새로운 무기로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고 본다.

그 사례로 요즘 유튜브엔 중년 여성의 동영상 크리에이티브가 증가하고 있다. 시골에 사는 여성분들이 자신의 삶을 영상으로 찍어 편집해서 유튜브에 올려 다른 분들과 소통하며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신다.

유명한 크리에이티브인 ‘박막례’ 할머님이 대표적인 예다. 유튜브를 시작한 계기는 손녀와 같이 호주 여행을 짧게 편집한 영상이 꽤나 주목을 받았다. 그 뒤로 할머니께서 직접 영상을 찍으시며 활동한다. 구독자는 131만 명. 꽤 높은 구독자를 가진 채널이다. 박막례 할머님과 그의 손녀인 유라님. 두 분이서 떠난 여행이 꽤나 참신했다.

막례 할머님은 소녀부터 일흔의 나이까지 일을 손에서 놓으신 적이 없다. 어렵게 돈을 벌고 쉽게 모은 돈을 항상 사기당했다. 가정엔 관심 없는 남편이 집을 나간 뒤 가장 노릇을 해야 됐다. 파출소 일부터 상가의 식당일을 하며 꾸준히, 성실히 돈을 모으며 살아간 할머님. 몸이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하지만 어떻게 명절 빼고 꾸준히 해온 일을 손에 놓을 수 있을까. 그래서인지 병원에선 할머니가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아졌다고 했다. 그 사실을 안 유라님은 회사를 퇴사하고 할머니와 같이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호주 케언즈라는 곳을 떠난다는 것이 막례 할머니에겐 꽤나 큰 일탈이다. 소처럼 일하는 일상에서 벗어나 나를 위해 돈을 쓰고 나를 위해 걸어 다닌 곳은 꽤나 멋진 풍경을 자아냈다. 할머니라는 말이 무색하게 어릴 적 순수함을 잃지 않고 그대로 간직하고 계신 모습이었다. 우리나라에선 입기 힘든 민소매 원피스와 진한 화장을 한 뒤 거리를 나서도 외국에선 할머니 그 자체를 존중하듯 누구 하나 쳐다보지 않았다. 할머니는 자기를 위해 사는 삶보단 타인을 위해 살아오셨다. 그만큼 자신을 위해 무언갈 한다는 건 그만큼 자신의 가치를 찾아가는 일이 아닌가 싶다. 여행은 단순히 관광의 목적도 있지만 자신의 본모습을 찾아볼 수 있는 중요한 취미이지 싶다. (박막례 할머니와 손녀 유라 님의 이야기를 담은 책, ‘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라는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이렇듯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 해 청춘이 뭔지,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모르는 이에게 전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자신이 좋아하는 걸 하기 바란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서 벗어나는 게 두려울 수는 있으나 정말 자신을 알고 싶다면 변해야 한다. 자그마한 것이라도 자신을 위한 일을 한 번 찾아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