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들과의 정보 공유, 왜 어려울까?

진실할 것

by 광현



매년 시행되는 조직문화 진단의 결과를 보면, 개선이 필요한 과제로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주제 중 하나가 '정보의 원활한 공유'입니다. 직원 간, 팀 간의 정보 공유가 잘 되지 않아서 업무적인 비효율이 발생한다고 느끼는 구성원들이 많은 것 같아요.


저는 정보 공유의 필요성과 관련해서 '서점의 미래' 라고 불리는 일본 츠타야 서점의 창립자인 마스다 무네아키의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그가 직원들을 아주 강하게 질책할 때가 있는데, 회사의 중요한 정보를 제대로 공유하지 않았을 때라고 합니다. 구성원이 어떤 이유로 정보 공유를 하지 않는 순간 주변 동료들은 그만큼 그 정보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갖지 못하게 되고, 그 시간만큼 조직의 협력과 혁신의 속도가 늦춰진다고 여기기 때문이지요.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우리가 정보 공유에 소홀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아주 명확하게 짚어주고 있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글에서 휴가 계획 대면 보고를 없애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팀즈(협업시스템)를 통해 일정이 자연스럽게 공유되는 덕분에 우리 팀에서는 "얘 오늘 휴가야?" 하는 말이 더 이상 나오지 않게 됐어요. 성숙한 협업에 한걸음 다가간 것 같아 기분이 좋았습니다.


며칠 전에는 정비소에 차를 입고시킬 일이 있었습니다. 근무 중에 길게는 한 시간 정도 자리를 비우게 될 것 같아 팀즈를 통해 일정을 공유했어요.


"저 오늘 차량 수리가 있어 9시에 잠시 나갔다 오려고 합니다. 참고 부탁드려요~"


몇 분 뒤, 팀장님이 자리로 찾아와 생각지도 못한 얘기를 꺼내셨습니다.


"광현씨, 그런 내용은 올리지 마. 팀즈는 기록이 영구적으로 남아서 나중에 개인적으로 불이익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유하겠다는 마음만 앞서 있던 나는 속으로 많이 당황했습니다. 일정 공유를 하지 말라니? 저는 근무시간 관리 시스템에 정식으로 휴식시간 처리할 거라고 말씀드렸고, 팀장님은 그랬냐며, 그래도 어쨌든 팀즈를 쓸 때는 신경을 좀 써야 할 것 같다고 말씀하셨어요.



염려하시는 이유를 모르는 건 아닙니다. 저희 회사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기 전에만 해도 잠깐의 외출 정도는 조직장의 배려로 용인되는 분위기였어요. 하지만 이제는 시스템으로 근무시간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별생각 없이 예전처럼 행동했다가는 나중에 심각한 문제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팀장님과의 대화를 마치고 혼자 골똘히 생각해봤습니다. 팀장님의 염려에 반사적으로 시스템에 등록할 거라고 대답은 했는데, 나는 정말 그렇게 했을까? 팀장님이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았다면 예전처럼 가볍게 생각하고 그냥 나갔다 왔을 수도 있지 않을까? 솔직히 확신이 서지 않았습니다.


이번 일로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하는 문화를 만들려면 무엇이 전제되어야 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보게 됐어요. 진실해야 한다는 것. 자신의 업무 자료나 스케쥴을 동료들에게 적극적으로 공유하려면 일단 그 내용에 윤리적인 문제가 없어야 합니다. 스스로 떳떳하지 못한 부분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정보 공유를 꺼리게 되겠지요.


정보의 투명성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해버리는 조직도 있습니다. 세계 최대의 헤지펀드회사 브리지워터어소시에이츠는 회사의 모든 회의를 녹음해서 전 직원이 언제든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창업자이자 CEO인 레이 달리오는 이 제도의 배경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원칙은 진실에 충실하는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개선에 필요한 본질적인 요소다. 우리가 저지른 실수와 개인의 약점을 꼼꼼하게 따져 우리가 조금이라도 더 나은 상태로 바뀌고 개선되기 위해서는 고도의 투명성을 추구하면서 개인적인 자아를 조금 옆으로 밀쳐놓아야 한다. 이럴 때 우리는 비로소 진실에 도달할 수 있다."

- 책 '구글의 아침은 자유가 시작된다' 중



물론 구성원 간에 정보 공유가 잘 안 되는 이유를 조직 탓으로 돌릴 수도 있습니다. 업무적인 실수가 개인의 평판과 평가에 당장 불이익이 된다는 기본 가정이 강한 조직이라면, 직원들은 자신의 정보를 공유하는 데에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그저 제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변화를 주체적으로 맞이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지요.


그래서 더 진실하고 투명하게 일하고, 사소해 보이는 것들까지 팀원들에게 알리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아직은 혼자 그런 마음인 것 같아 조금 외롭기도 하고, 너무 나대는 것처럼 보일까 봐 걱정도 돼요. 언젠가는 정보의 공유가 디폴트인 조직, 공유를 해야 하는 이유보다 하지 못하는 이유를 애써서 설득해야 하는 그런 조직이 되길 바라봅니다. 그러기 위해서 제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이 있을지 오늘도 고민해봅니다.




keyword
이전 07화직장의 변화, 나의 역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