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조직문화에 대한 동경
책 「규칙 없음」을 읽었습니다. 자유와 책임의 문화, 그에 맞는 리더십으로 혁신을 만들어가는 넷플릭스의 조직문화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넷플릭스는 자유로운 기업문화로 유명합니다. 휴가 규정이 없고, 직원의 경비 지출을 통제하지 않죠. 업무 상의 중요한 문제도 마찬가지인데요. 일일이 상급자의 승인을 받지 않습니다. 수백만 불의 시나리오 입찰을 담당자 혼자 결정하는 일이 흔하다고 하네요. 그저 회사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행동하라는 대원칙이 있을 뿐입니다. 빠르고 유연한 의사결정의 비결이지요.
조직문화 스터디를 시작하고 한동안은 마냥 신기하고 재밌었어요. 실리콘밸리는, 스타트업은 이렇게 일하는구나. 자고로 '월급쟁이'란 그 앞에 '수동적인'이라는 수식이 생략된 단어가 아니었던가? 그런데 자유와 책임이라니. 세상에 그런 회사들이 존재한다는 얘기만 들어도 가슴이 뛰었습니다.
스터디를 하면서 갖게 된 소위 잘나가는 기업문화에 대한 동경은 직장생활에 특별한 욕심이 없던 저의 마음을 자꾸만 들뜨게 만들었습니다. 단순히 더 많은 보상, 더 편한 업무가 아니라 강하고 경쟁력 있는 문화를 경험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돌이켜보면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도 많이 변하긴 했습니다. 2019년부터 정장을 입지 않게 됐고,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면서 팀장님 눈치 보느라 집에 못 가는 분위기도 자연스럽게 없어졌어요. 소주잔 앞에서 충성심을 시험받던 단체 회식도 이제 옛날 얘기가 되었고요.
그럼에도 갈 길은 멀게 만 느껴졌습니다. 실리콘밸리나 국내 스타트업의 성공사례들이 보여주는 기업문화는 그저 부드러운 분위기 정도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으니까요. 그 곳에서는 제가 경험해 본 적 없는 수준의 자유와 책임, 솔직한 피드백 같은 개념들이 이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업무에 있어 전통적인 관료주의와 위계가 여전히 견고한 지금의 직장에서 그런 문화를 실현하기란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게다가 제가 지금까지 직장에서 경험했던 문화적인 변화는 대부분 회사 차원의 제도 개선이나 리더의 자발적인 의지에 의한 것들이었습니다. 회사가 쉽게 바뀔 것 같지 않은 데다, 변화를 위해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도 딱히 없다고 생각되니 많이 답답했어요. 역시, 이직이 답인 걸까요?
어딘가 마음을 털어놓고 싶었지만 직장의 '문화'를 고민한다는 것이 가까운 동료들에겐 너무 순진하고 이상적으로 비춰질 것 같아서 내키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사내 교육과정에서 인연을 맺고 가끔씩 연락을 주고 받던 회사 인재개발원의 교수님이 떠올랐어요. 빈 창을 띄워 푸념 섞인 메일을 써내려 갔습니다.
"교수님, 제가 요즘 조직문화에 관심이 많이 생겼습니다. 더 나은 문화를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드는데, 일개 팀원인 제가 조직의 변화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모르겠어요."
지금 보면 철없는 투정 같기도 한 저의 메일에 교수님은 이렇게 답을 주셨습니다.
(전략)
위대한 조직으로 옮길 것인가,
아니면 위대한 조직을 만들 것인가
이것은 섣불리 옳고 그름을 단언하기 어렵겠지요? 중요한 것은 그 안에서 본인이 의미 있는 몸부림을 했었는가 일 것입니다. 작은 것이라도 말이죠...
그런 사람만이 스토리를 가질 수 있고, 스토리가 있을 때 영향력이란 향기를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영철학자 게리 하멜이 한 말은 이러한 차원에서 우리에게 울림을 선사합니다!
“예산도 권위도 없을 때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달라. 그것이 리더임을 보이는 방법이다.”
(후략)
박사님의 메일을 여러 번 곱씹어보았습니다.
(다음 글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