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분명히 그 밑으로 들어가는 걸 봤다는 사람이 있어.라고 대답하자 진은 내 눈을 몇 초간 빤히 쳐다봤다. 분명 거짓말이 아닌데 내 눈을 빤히 바라보는 진 때문에 마치 거짓말을 한 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진은 다시 와인을 따르면서 말했다.
"유령이겠지. 뭐 커다란 곰 같은 거라던가."
유령과 마녀를 싫어하는 진은 이 이야기에 대해 더 얘기하고 싶어 하지 않아 보였다.
"너도 알지? 난 핼러윈도 싫어하는 사람인 거. 분명 핼러윈에 미친 사람이 지어낸 이야기겠지."
진은 내 앞에 놓인 접시에 치즈를 잘라주며 다시 말했다. 나는 진을 조금 더 놀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그 이야기를 한 사람이 거짓말을 할 사람도 아니었다.
"너도 봤지? 그 고양이 동상이 있는 돌무덤말이야. 그 밑에서 소리가 나고 최근엔 호박향이 난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니까, 고양이 소리도 들었다고 하더라고."
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애써 겁을 먹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이 이야기를 하면서 나는 조금 더 그곳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갔다. 호박향이 나는 그 무덤 밑에서 정말 누군가 살고 있는 건지 소름이 돋으면서도 이미 머릿속으로 무덤 밑의 사람과 고양이를 상상하고 있었다. 그 묘지는 진의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기에 나는 와인을 조금 마시며 창 밖에 묘지가 있는 쪽을 바라봤다. 분홍빛 노을이 점점 더 보랏빛이 되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