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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두부 Jan 07. 2025

여기에 살 줄은 몰랐지

그것도 5년이 넘게 말입니다

연남동의 한 카페

1. 홍대입구역은 원래 살던  경기도에서는 버스로 약 40분 정도가 걸린다. 차가 막힌다면 1시간. 홍대부근과 연희동은 할아버지댁이 있는 곳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학생일 때의 나는 홍대의 그 북적거림과 수많은 인파가 징글맞게도 싫었다. 지금도 조용한 것을 좋아하지만 그때는 그 북적임이 지금만큼  익숙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에너지가 넘치는 이곳에서 되려 에너지를 충전해 가기도 하겠지만 나는 오래된 배터리처럼 금방 에너지가 소진되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홍대에 산지 6년이 다 되어가는 이 시점에서 지금은 그 북적임이 많이 익숙해졌다. 하지만 늘 조용하고 한적한 곳을 그리워한다. 얄미운 서울이다.


2. 다행히도 내가 사는 집의 골목은  조용한 편이라 집에만 있으면 홍대에 살고 있다는 느낌은 덜하다. 홍대의 중심거리(?)를 벗어나 연남동과 동교동의 골목들에는 주말을 제외하고는 사람이 많지는 않은 편인데 어쩌면 그래서 이곳을 밉게 보기는 힘든 이유가 되기도 했다. 낮은 빌라 건물들이 늘어서고 오래된 철물상과 작은 카페, 그리고 밥집들 정겨운 동네마트 같은 것들이 주는 따스함 같은 것들이 있다. 세련되지 않은 것들이 이곳에도 있다. 오래된 것들 사이에 예쁜 가게들이 흰쌀밥에 잡곡 같다.  서울의 여러 동네에서 살아 보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의 나의 서울은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곳이 되었다. 외롭고 우울하던 나에게 괜찮다고 말해주었던 곳이기 때문이다. 사는 모습이 너무 다른 사람들이 모여있고 서로가 어떻게 사는지도 모르는 이곳이 아이러니하게도 나에겐 큰 위안이 된 것이다. 아무도 내 슬픔을 알지 못하고 관심도 없다는 게 위로가 될 일인가 이해가 가지 않지만 이상하게도 내 슬픔이 가벼워지는 것 같았나 보다.


3. 언제까지 홍대에 살지는 모르겠지만 눈물콧물이 잔뜩 묻은 이 홍대가 나는 분명히 그리워질 것 같다. 그러니 지나고 보면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얼마나 작은 깃털 같은 것인지 문득 놀라게 된다. 조용하던 고향을 그리워하던 몇 년 전의 내가 이제는 이 시끄러운 홍대가 편해졌으니 말이다. 또 몇 년이 지나면 내 마음이 어떻게 변할지도 모를 일이다. 살아있다면 나는 계속 움직일 것이고 변할 것이고 어디론가 흘러갈 것이다. 이곳에  왔다 가는 무수한 사람들 틈에서 작은 먼지 같은 내 삶이 끝없이 부유할 것이다. 때로는 햇살을 받아 반짝 빛나기도 흐린 날에는 뿌연 안개에 가려지기도 하면서.


4. 그러니까 누군가 홍대로 이사를 갈지 고민이라면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이 곳도  좋은 곳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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