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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두부 Aug 01. 2022

난 겨울에 넌 여름에

종이에 오일파스텔, 색연필



그녀는 겨울을 좋아했지만 그녀의 연인은 여름을 좋아했다. 두 사람은 정말 겨울과 여름만큼이나 달랐지만 신기하게도 서로를 사랑했다. 그녀는 기타를 연주하는 사람이었는데 매 해 겨울이 되면, 더 정확히는 11월이 되면 작은 카페에서 기타를 연주하곤 했다. 그를 만난 것도 11월 그곳이었다. 따뜻한 기타 소리와 얇고 가벼운 그녀의 목소리가 차가운 나무 바닥을 따뜻하게 채워나갔다. 기타를 처음 시작하겠다고 했을 때 그녀의 어머니는 일찍 세상을 등진 남편을 생각했다. 기타를 가르쳐주던 때를 생각하며 이미 굳어버린 자신의 손가락을 한참 쳐다본 후에 그녀의 결심에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기쁜 마음으로 기타를 연주했고 처음 노래를 완성했을 때 어느 마을 귀퉁이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추운 날씨에 그녀의 노래를 들어주는 사람은 몇 사람뿐이었지만 몹시 행복했다. 연주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심술궂은 겨울의 찬바람이 소리를 내며 그녀에게 말을 걸었음에도 기쁘고 들뜬 마음 때문에 그녀는 그 바람소리도 듣지 못했다. 

그녀가 겨울을 좋아하는 이유는 겨울이 따뜻해서였다. 그녀의 연인은 그 말에 한바탕 웃었지만 그녀는 큰 두 눈을 반짝이며 정말이야!라고 말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말할 때마다 그녀는 겨울을 더 사랑하게 되는 것 같았다. 11월의 연주를 앞둔 그녀는 오래된 녹색 소파에 앉아 노래를 쓰기 시작했다.      

네가 좋아하는 코드로 만든 작은 곡에

내가 좋아하는 가사를 붙여봤어

여긴 겨울이라 너희는 여름까지

들리지 않겠지만

내가 여름이 되고 네가 겨울이 되면 

그때는 들을 수 있을지도 몰라

이렇게 다른 온도지만

우리는 한 계절 속에 있으니까

언젠가 닿을 수 있을 거야.

그건 내가 널 사랑하니까

내가 겨울이고 네가 여름이어도 난 상관없어

그건 내가 널 사랑하니까

난 따뜻한 겨울에 있어

그렇게 그녀의 노랫소리가 겨울밤 새 부드럽게 맴돌았다. 부드럽게 맴돌아진 노랫소리는 낡은 나무 밑에 들어가 깊게 잠을 잔 후 여름의 연인에게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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