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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두부 Aug 01. 2022

외로움과 행복 사이로

종이에 마카, 색연필



 수는 까다롭기로 소문난 사람이었다. 그녀는 침구를 만드는 회사에서 꽤 높은 직책을 맡고 있었는데 모두들 그녀의 밑에서 일하기를 꺼려했다. 수 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처음엔 자신은 그저 열심히 일하고자 하는 마음이 클 뿐 꽤 여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몇 달 전 끝난 연애에서 들은 비난 때문에 큰 상처를 받고 자신에 대해 더 부정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수 의 전 연인은 "넌 그 빌어먹을 깐깐함 때문에 어딜 가도 환영받지 못할 거야"라는 말을 남기고 그녀를 떠났다. 수는 그 말 한마디에 몇 달을 끙끙 앓았다. 그녀는 전혀 독한 사함이 아니었다. 자신이 처음으로 만든 베갯잇이 눈물과 콧물로 흥건해질 때까지 그녀는 매일 밤을 울고 또 울었다. 그렇게 가을부터 울고 나니 겨울이 왔고 수는 전보다 조금은 나아진 자신에 안도했다. 여전히 그 말은 떠올리면 아프긴 마찬가지였지만 한 편으로는 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평소 하고 싶던 빨간 머리를 하기 위해 회사 근처의 미용실에 들려 염색을 하고 집으로 향했다. 하얀 눈이 아파트 계단에 수북이 쌓여있는 걸 보고는 왠지 모를 행복함이 느껴졌다. 그날도 자신을 피하는 직원들을 뒤로한 채  혼자 점심을 먹으며 삶에 대해 비관하기까지 했지만 쌓인 눈을 보니 이유 없이 행복해진 것이다. 그녀는 올해 자신이 기획한 이불을 덮고 제일 좋아하는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어두운 집 안으로 들어섰다. 곧 그녀의 집이 노란색 빛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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