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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두부 Aug 01. 2022

12 그리고 다시 1

종이에 수채 , 색연필


알리사는 12월의 마지막 날이면 항상 그 해의 1월을 생각하곤 했다. 제일 맞닿아 있는 두 달이 막상 제일 멀게 느껴지는 그 아이러니가 묘하게 그녀를 슬프게 만들었다. 그저 나이에 숫자를 더해서 생기는 슬픔 따위가 아니었다. 말을 까먹은 사람처럼  이유는 설명할 수 없었지만 지나온 올 해의 1월이 그립고 슬프고 저리기만 했다. 하루만 지나면 1월인데 말이다. 알리사는 이상한 슬픔을 없애기 위해 머리를 귀 위로 짧게 자르고 크리스마스트리도 치우지 않았다. 그녀는 하얀 머그컵에 달지 않은 핫초코를 만들었다. 사실 알리사의 올해 1월은  영원히 멈춰있는 달 이자 멈춰있는 때였다. 그녀의 가장 가까운 친구인 엠마를 1월 이후 영영 볼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알리사가 하루 뒤 맞을 1월을 달가워하지 못하는 이유가 그것에 있었지만  힘주어 외면했다. 알리사는 식탁에 앉아 엠마와 했던 대화를 떠올렸다. 따스한 엠마의 눈빛이 아른거리는 것 같아 알리사는 떨리는 손으로 머그컵에 핫초코를 식히지도 않고 마실 뻔했다. 트리에 둘러진 오색 전구가 차가운 바닥을 위로하듯 비추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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