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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두부 Aug 01. 2022

메리 크리스마스

종이에 색연필, 수채


잊힌 곳은 여전히 고요하게 그 자리에 자리 잡고 있었다. 했다. 색이 바래고 오래된 나무집들이 드문드문 자리 잡은 이곳에 한 남자가 찾아왔다. 포투나 콜런은 세계를 여행하는 중년의 여행가였다. 그는 어깨까지 내려오는 장발의 머리를 스윽 넘기며 이 오래된 거리를 걷고 있었다. 그의 마지막 여행지인 이곳 예르 벳 9번지에는 크리스마스 준비로 한창이었다. 거리를 채우는 캐럴은 없었지만 낡은 나무집들과 나무집들 안에서는 성탄절 찬송 소리가 들렸다.

이곳 사람들은 반짝이는 조명과 값비싼 선물을 주고받는 대신 구멍을 메운 양말 속에 동그란 사탕과 이곳을 듬뿍 넣어 아이들에게 건네주었다. 사탕같이 동그란 눈을  빛내며 서로 받은 사탕을 나누는 아이들의 손에는 향긋하고 달콤함 냄새가 가득했다. 포투 아는  가장 낮고 누추한 곳에서 태어났다는 예수가 이곳 예르벳 9번지와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가진 것이 적어 보이는 사람들이었지만 그가 다녔던 어느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 중 제일 행복해 보이고 편안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포투 아는 높이가 맞지 않는 의자에 걸터앉아 모서리가 닳은 낡은 가죽 다이어리를 펼쳤다. 누런 아이보리빛 종이에 파란 잉크로 짧은 문장이 적혔다.

"마지막 여행지:예르 벳 가 9번지 눈물이 없는 곳은 없다. 하지만 눈물을 닦아주는 이가 많은 곳은 여기 예르벳뿐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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