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I. 왜 나의 점수는 오르지 않을까
※ 아래 내용은 <PSAT 원래 이렇게 푸는거야>에 수록된 본문입니다.
출판사와 협의 후 도서 원문 일부를 브런치에 수록합니다. (구매링크는 본문 하단에 있습니다)
오늘날 PSAT은 다양한 공직 분야의 1차 시험으로 활용되고 있다.
PSAT은 언어논리, 자료해석, 상황판단 세 과목으로 구성된다. 언어논리에는 수능 비문학 스타일의 지문형과 논리학(퀴즈) 문제들, 7급의 경우 이에 더해 신유형인 실무형 문제(보고서 수정 등)가 등장한다. 자료해석은 데이터를 정확히 분석하여 사실관계를 판단하는 과목으로 복잡한 표가 많이 등장하고 때로는 계산이 필요하다. 상황판단에는 퀴즈와 법조문 해석, 언어논리와 유사한 비문학 지문 등이 등장하며 역시 퀴즈 중 일부 계산 문제가 섞여 있다. 일각에서는 상황판단과 언어논리의 일부 문제 유형이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지적을 해 왔는데, 이러한 비판을 고려한 탓인지 최근 상황판단 내 퀴즈의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다.
PSAT은 이론상 문제당 2분 이내에 풀어야 OMR 작성까지 안전하게 마칠 수 있는 시험이나, 여타 인적성 평가가 그렇듯 문제 난도에 비해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100점을 노리기보다는 일부 어려운 문제를 버리는 전략을 택해야 한다. 나 또한 과목당 몇 문제는 풀지 못했거나 일부러 풀지 않았다.
여러 PSAT 중 가장 어려운 시험은 입법고시 PSAT이다. 최근 몇 년간 5급 공채보다 커트라인이 높게 형성되면서 평이해졌다는 평이 있었지만, 2021년 다시 극악의 난이도로 출제되면서 평락(평균 60점 미만이면 등수와 관계없이 탈락)만 면하면 합격할 수 있었다. 극소수 인원만 선발하는 특성상 난이도를 조절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듯한데, 커트라인이 평락 점수(60점)에서 형성되었다는 것은 명백한 난이도 조절 실패다. 평락은 기본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을 거르기 위한 선이지 커트라인의 마지노선이 아니기 때문이다. 난이도 조절에 실패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겠지만 문제의 완성도도 5급 공채에 비해 떨어지는 편이다. 출제 경향이나 문제 유형에서도 다소 차이를 보인다. 무지막지한 계산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인사혁신처 PSAT보다는 학원 모의고사와 유사하다.
다음으로 어려운 시험은 5급 공채 PSAT이다. 일반적으로 ‘PSAT’이라고 하면 5급 공채 PSAT을 지칭한다. 그만큼 가장 대표적인 시험이고 나름의 역사도 길다. 외교관후보자와 기술직도 동일한 문제로 시험을 치른다. 5급 PSAT은 초창기(2000년대)에 비해 어려워졌다는 평이 일반적이지만, 계속해서 어려워지던 최근 경향과 달리 2023년에는 다소 평이하게 출제되었다.
최근 10개년 커트라인을 볼 때 5급 PSAT 역시 (입법고시 수준은 아니지만) 해마다 난이도가 들쑥날쑥한 편이라서 2023년 난이도만으로 출제 경향이 바뀌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출제위원 개개인이 모여 출제하다 보니 그때그때 형성되는 분위기에 따라 난이도가 달라지는 경향이 있다. 2022년 커트라인이 60점대로 내려앉은 사태(?)를 고려해 이번에는 조금 쉽게 내자는 암묵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기출 중에는 7급 PSAT이 가장 쉽다. 당초 민간경력자채용(5급, 7급)을 위한 시험이었으나 2021년 7급 공채에 확대 도입되었다. 25문제로 문항 수가 적고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있지만, 문제당 배점(4점)이 높아 실수로 인한 피해가 더 크다.
사실 PSAT은 상대평가라서 내년 시험의 난이도를 예측하는 일은 큰 의미가 없다. 난이도 추정은 커트라인이 공개되기 전, 자신의 합격 가능성을 가늠할 때만 필요할 뿐이다. 그러니 우리는 5급 PSAT이 모든 인적성 평가 중 가장 어려운 축에 속한다는 사실과 최근 어려워지는 경향이 있으나 간혹 쉽게 출제되는 해도 있다는 정도만 알면 된다. 시험이 어렵게 출제될수록 열심히 준비한 수험생에겐 유리하다. 기출에 쉬운 문제가 많이 나올 때보다 어려운 문제로 가득할 때 더 기분 좋아야 하는 이유다.
브런치북 <PSAT 공부가 아닌 훈련이다>가 <PSAT 원래 이렇게 푸는거야>로 새롭게 탄생했습니다. 2023년 기출문제 분석을 더했고, 본문의 많은 내용을 수정보완했으며 기존 브런치북에 싣지 못했던 내용도 더했습니다. 무엇보다 현직 사무관 10여명의 감수를 통해 설명이 모호했던 부분을 명료하게 다듬었습니다. 이제 종이책으로 편하게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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