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II. 그간의 잘못된 공부법
※ 아래 내용은 <PSAT 원래 이렇게 푸는거야>에 수록된 본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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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 연습에 이어 지적할 잘못된 공부법은 ‘양치기’다. 양치기란 ‘하루에 PSAT 한 세트(3과목) 혹은 그보다 많은 문제를 푸는 행위’를 의미한다. 수험생들은 양치기를 통해 ① 문제 유형에 익숙해지고 ② 푸는 속도도 향상되며 ③ 실수까지 줄어들 것을 기대한다. 기대대로 이루어진다면 참 좋겠지만, 애석하게도 양치기는 이러한 효과를 가져다줄 수 없다. 이 책에서 지적하는 나쁜 공부법 중에서도 양치기는 단연코 최악의 공부법이다. 누군가 양치기로 효과를 봤다고 말한다면, 그는 자신이 치른 기회비용이 얼마나 큰지는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위 기대효과를 하나하나 짚어보자. 첫째로, 문제 유형에 익숙해질까? 얼핏 그럴싸해 보인다. 문제를 많이 풀수록 유형에 익숙해지는 건 맞다. 하지만 하루에 많이 풀어야만 문제 유형에 익숙해지는 건 아니다. 3년 치 기출문제를 하루에 다 풀든 열흘에 걸쳐 풀든 유형에 대한 이해도는 똑같이 높아진다.
둘째로, 푸는 속도가 빨라질까? 그랬다면 양치기를 할수록 점점 문제를 푸는 속도가 빨라져 점수가 향상되었어야 한다. 그러나 몇 년을 양치기해도 기출문제를 달달 외울 뿐, 문제 푸는 속도는 별반 차이 없고 여전히 시간은 부족하다. 즉 경험칙상 양치기는 속도 향상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1장에서 말했듯이 PSAT은 사전지식을 테스트하는 시험이 아니다. 문제를 많이 풀어 도움이 되는 것은 암기 시험에나 적용될 법한 이야기다. 일례로 비슷한 소재가 반복해서 등장하는 한국사 문제를 수천 개 푸는 건 유효한 공부법이다. 그러나 항상 새로운 소재가 등장하는 PSAT에는 문제를 많이 푸는 게 별 효과가 없다.
셋째로, 양치기를 하면 실수가 줄어들까? 오히려 실수가 늘어날 소지가 크다. PSAT은 착오를 범하지 않고 주어진 상황을 올바르게 판단하는 것이 관건이다. 그 말인즉슨, 순간의 집중력에 따라 맞고 틀린다는 의미다. PSAT 40문제 중 5~6문제를 실수하는 사람도 단 한 문제만 풀도록 하면 거의 실수하지 않는다. 한 문제를 푸는 동안은 집중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그리고 양치기는 문제에 순간적으로 몰입하는 힘을 키우는 데에 적합하지 않다. 오히려 넋이 나간 채 기계처럼 문제만 풀게 될 소지가 크다.
양치기 소년 이야기는 나라마다 조금씩 다른데 어느 버전을 봐도 소년의 끝이 좋은 경우는 없었다. PSAT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양치기로 인해 많은 것을 잃고 있다. 우리가 무엇을 잃고 있는지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첫째로, 시간을 잃는다. 하루에 PSAT 2세트를 푸는 수험생의 경우 1세트당 90분(1과목) × 3과목 = 270분, 휴식 시간을 더하면 최소 300분의 사이클을 2번 반복하여 600분을 쏟아부어야 한다. 이는 10시간에 달하는데, 아침 9시에 시작해 저녁 7시에 끝날 정도로 긴 시간이다. 종일 PSAT만 풀어도 벅차다. 혹자는 하루 2~3세트를 풀었던 경험을 무용담처럼 늘어놓기도 하는데, 자랑할 일이 아니다.
모든 시간을 PSAT에 쏟아선 곤란하다. PSAT은 시작에 불과하다. 우리 앞엔 2차 시험이 기다리고 있다. PSAT에 과도하게 시간을 쏟아부으면 2차 공부는 언제 할까. 내가 양치기에 하루를 버리는 동안 옆자리 친구는 2차 과목까지 공부하며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다. 앞서 본 바와 같이 PSAT은 시간을 들이는 만큼 결과가 나오는 시험이 아니다. 시간 투입에 따른 한계효용이 크게 체감한다. 반면 2차 시험은 암기가 바탕이 되므로 시간을 들이는 만큼 결과가 나온다. 이런 이유로, PSAT에 하루 전부를 투자해서는 곤란하다. 하루 2~3시간, 아무리 오래 해도 5~6시간이면 충분하다. 하루의 일부는 반드시 2차 시험에 투자해야 한다.
둘째로, 체력을 잃는다. PSAT은 고도의 몰입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한 과목만 풀어도 피로가 몰려오는데, 양치기를 하면 녹초가 될 수밖에 없다. 혹자는 양치기를 거듭하면 정신력이 길러져서 많은 문제를 풀어도 거뜬하다고 주장하는데, 배고픔을 잘 참기 위해 매일 굶겠다는 논리만큼이나 궤변이다. 아무리 양치기를 해도 시험 당일에는 힘들다. 시험 당일의 체력이 걱정된다면 잘 먹고, 잘 자고, 시험 당일 틈틈이 당을 보충하면 된다. 문제를 많이 풀어서 문제 수에 익숙해지겠다는 일차원적 전략에서 벗어나자. 맷집을 기르기 위해 맞는 연습만 해서는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 맞다가 죽는 수가 있다. 상대의 주먹을 피하는 법과 효과적으로 공격하는 법을 훈련해야 한다.
셋째로, 좋은 문제를 잃는다. 문제를 잃는다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 PSAT 실력은 철저한 훈련을 통해 기를 수 있다고 말했는데, 후술하겠지만 이 훈련은 기출문제로 해야 한다. 그래야 문제에 대한 선구안이 길러지기 때문이다. 학원 모의고사를 풀어서는 정확한 선구안을 갖출 수 없다. 효과적인 PSAT 훈련을 위해서는 ‘낯선’ 기출문제가 필수다. 처음 보는 기출문제를 풀면서 실수하지 않고 답을 찾는 훈련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양치기를 통해 기출문제를 수차례 풀어 버리면 나중에는 한 줄만 읽어도 답을 알 수 있는 경지(?)에 올라 버리기 때문에 훈련의 효과가 급감한다.
마지막으로 이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인데, 집중력을 잃는다. 양치기를 하면 그날의 공부 계획은 ‘PSAT 2세트 풀기’와 같이 정량적 목표가 되어 버리고 ‘어제보다 더 몰입하기’라는 정성적 목표는 상실된다. 이처럼 목표가 정량적 수준에 머물게 되면 양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리게 되고, 문제 하나하나에 대한 집중력은 떨어진다. 결국 종일 문제만 풀었는데도 실력은 향상되지 않는 비극이 발생한다. 예컨대, 운동의 궁극적 목적은 ‘몸만들기’임에도, ‘덤벨 100번 들기’와 같은 정량적 목표에 매몰되어 무너진 자세로 어정쩡하게 횟수만 채우는 경우와 비슷하다. 불량한 자세로 운동 횟수를 채우는 데에 급급하면 몸만들기라는 궁극적인 목적은 달성할 수 없다. 몸을 만들기 위해서는 적은 횟수라도 올바른 자세로 근육에 제대로 자극을 주어야 한다. PSAT 훈련도 마찬가지다.
우리에게 필요한 역량은 ‘길게 집중하는 능력’이 아니라 ‘깊게 집중하는 능력’이다.
.. (이하 내용은 도서를 통해 확인해 주세요)
브런치북 <PSAT 공부가 아닌 훈련이다>가 <PSAT 원래 이렇게 푸는거야>로 새롭게 탄생했습니다. 2023년 기출문제 분석을 더했고, 본문의 많은 내용을 수정보완했으며 기존 브런치북에 싣지 못했던 내용도 더했습니다. 무엇보다 현직 사무관 10여명의 감수를 통해 설명이 모호했던 부분을 명료하게 다듬었습니다. 이제 종이책으로 편하게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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