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형성

Z세대 소외계층의 모순적 삶의 양식과 신용불량자의 탄생

by 정준민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어떤 정체성을 갖게 되는가, 어떤 직업을 갖게 되는가, 어떤 습관을 갖게 되는가,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가,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음식을 먹으며, 어떤 집에서 사는가..

위의 질문에 대하여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 타고난 소질 등 많은 요인이 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욕망이 어떻게 형성되느냐'가 가장 중요한 요인이 아닐까 싶다. 물론 욕망이 원인이 되는 요인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욕망 역시 실은 결과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가장 욕망의 형성에 결정적인 요인일까? 몇몇 드라마의 사례를 통해 직관적으로 이해해 보자.


욕망 형성의 결정적 요인 : 경험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한 살 차이 민호와 윤호 형제를 기억하는가. 한 에피소드에서 전교 1등 민호와 싸움 짱 윤호가 실은 어렸을 때까지는 모두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었다고 알려준다. 형제의 엄마는 그들이 달라졌던 이유로 윤호가 어쩌다 오토바이를 멋있게 타는 아빠 친구의 오토바이를 타는 경험을 하게 됐기 때문이라고 제시한다. 그 경험 때문에 윤호는 공부를 잘하는 것보다 오토바이를 잘 타고 소위 마초적인 남성에 대한 욕망을 갖게 된 것이라고.

민호 윤호 체인지.jpg https://www.youtube.com/watch?v=AR-D0sVpjhk

<퀸스 갬빗>에서 주인공 베스는 아빠에게 버림받고, 엄마가 자살하여 고아원으로 가게 된다. 고아원에서의 생활 또한 그녀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입으라는 것을 입고, 먹으라는 것을 먹고, 공부하라는 것을 공부하고. 그렇게 하염없이 막연한 입양을 기다린다. 그녀의 삶은 통제할 수 없는 고통스러운 경험으로 가득하다. 그런 그녀가 청소 관리인을 통해 체스를 접하게 된다. 그녀가 온전히 통제할 수 있는 64개의 칸과 기물들. 심지어 타인이란 변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천부적 재능으로 통제가 가능하다는 그 짜릿함. 그녀가 체스에 중독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통제할 수 없었던 삶의 경험들로부터 벗어나 통제할 수 있는 세계를 욕망하게 된 것.

1-1170x563.jpg http://mebian.asuscomm.com/wordpress/?p=7440

물론 위의 사례처럼 몸이 직접 겪은 경험만이 욕망을 형성하는 것은 아니다. 책, TV, 인터넷을 통해 접한 간접 경험도 욕망의 형성에 기여한다. Z세대의 경우 그 이전의 세대에 비해 훨씬 더 이 간접경험에 의해 욕망이 형성된다. 이는 모두가 동일한 욕망을 추구하게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 욕망을 더욱 다른 이들과 구별 짓기 하기 위해 노력하게 만든다.


멀티미디어를 통한 Z세대의 욕망 형성 : 동일성의 추구와 동시에 구별짓기 추구


동일한 욕망을 추구하게 만드는 측면은 인터넷을 비롯한 수많은 멀티미디어의 발전으로 인해 소위 ‘힙’하다고 여겨지는 삶의 모습이 순식간에 퍼지기 때문에 강화된다. 이를 테면 아주 예쁜 카페에서 멋들어진 디저트를 먹는 사진이 있는 인스타그램. 남부럽지 않은 직업을 갖고, 휴가를 즐기는 브이로그. 좋은 집에서 좋은 식자재로 만든 훌륭한 음식들을 먹는 유튜브. 성공한 벤처 사업가의 TV 속 모습. 물론 이런 것들도 아주 순식간에 다른 힙한 것에 자리를 내주곤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런 힙한 유행에 Z세대가 더욱 민감해지고 빠르게 공유하게 되는 것. 그러니까 동일한 시점에 특정 세대들이 같은 것을 욕망하게 되는 것. 그것이 동일한 욕망을 추구하게 만드는 측면이라고 볼 수 있다.

인스타그램 카페 사진.jpg https://www.instagram.com/p/CKRBkPtsQaY/?igshid=1f5112t715fjk


다른 한편으로 큰 흐름은 같지만, 그 흐름을 디테일하게 나누어 자신을 다른 이들과 구별짓기 위한 욕망이 강화된다. 이는 마찬가지로 엄청난 발전을 이룬 멀티미디어의 무수히 세부적으로 나뉜 콘텐츠를 경험하게 되면서 이루어진다. 이를 테면 아주 예쁜 카페에서 먹는 디저트가 티라미수냐, 크로플이냐, 치즈케잌이냐, 수수부꾸미냐. 남부럽지 않은 직업이 개발자냐, 공무원이냐, 변호사냐, 대기업 직원이냐. 좋은 집이 현대식 한옥이냐, 유럽풍 단독주택이냐. 훌륭한 음식이 한식이냐, 일식이냐, 중식이냐, 양식이냐, 인도 요리냐, 멕시코 요리냐. 성공한 벤처 사업가가 인공지능 분야냐, 바이오 분야냐, 요식 분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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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된 삶의 양식, 신용불량자의 탄생


그래서 옛날이라면 소박한 욕망을 꿈꿨을 소외계층의 자녀들도 소박하지 않은 꿈을 꿀 수 있게 됐다. 이 아이들도 큰 흐름에서 힙한 것을 욕망하고, 세부적으로 다른 이들과 자신을 구별할 수 있는 욕망을 키워나가는 것이다. 그런데 그 꿈에 다가서진 못한다. 왜냐하면 적절하게 꿈에 다가서기 위해 필요한 여러 경험들을 제공해 줄 사람들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이는 소외계층 아이들에게 반복적으로 욕망이 꺾이는 경험을 제공한다.

이렇게 실패경험이 반복되면 이들은 삶의 스타일은 여전히 똑같이 꿈꾸면서, 그 스타일을 이룰 수 있는 직업을 갖는 것을 포기하게 된다. 쉽게 말하면 소비패턴은 그들이 접하는 멀티미디어의 그것을 따르지만, 그 소비패턴을 본인들이 감당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그렇게 수많은 아이들이 신용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는 20대가 되면 신용불량자가 되어 버린다.

73ced0c1-3c63-4f2a-bf21-a3a897cb634f.jpg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출처: 중앙일보] 팍팍한 삶에 마통에 손 댄다, 20대 청춘들 대출잔액 2조 돌파


소외계층 아이들은 욕망의 크기를 줄여야만 할까?


그렇다면 다시 옛날처럼 그들이 소박한 욕망을 꿈꾸게 해야 할까? 소박하지 않은 꿈을 꿀 수 있도록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네트워킹이 제공되어야 할까? 당연히 후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후자가 지역아동센터에서 3년 동안 아이들을 만나면서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된 입장에서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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