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롱거리는 나날

by 북극성 문학일기

동부간선도로에 진입하기 직전, 광역버스는 한강 위를 1시간째 벗어나지 못하고 시간만 축내고 덜컹거리며 간신히 이동하고 있습니다. 아스팔트가 버스 바퀴에 달라붙기라도 한 듯 좀처럼 버스가 속력을 내지 못하는 저녁 퇴근 시간입니다. 그 와중에 노을은 아름다워 망할 놈의 한강엔 햇빛이 부서지고 물결을 따라 반짝거렸습니다. 그 안엔 겸연쩍게 낭만도 살짝 곁들여져 있네요.


꾸벅꾸벅 졸면서 하릴없이 창밖만 바라보던 그때, 어디선가 대포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드디어 전쟁이…. 아직 집에 도착하지도 못했는데요. 여기서 생을 마감할 수 없다며 정신을 번쩍 차리려는 순간, 옆자리 대리님이 입은 나풀거리던 하늘색 원피스가 떠올랐습니다. 아, 그렇습니다. 오늘은 불꽃 축제가 있는 날입니다.


펑펑 큰 소리가 나며 하늘은 화려하고도 다채로운 불꽃을 토해냈어요. 불꽃은 속절없이 흐르는 강물에도 어른거렸고, 정신없이 빠르게 터지는 불꽃과는 달리 더 느려진 버스 속력으로 인해 머리가 핑핑 돌기 시작했습니다.


펑-


버스는 정체 중이고 고속도로 한가운데서 내릴 방법도 없는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창문으로 바깥만 바라보는 일. 펑 하나에 내일 이어서 해야 할 일 생각. 펑 하나에 오늘 한 실수 생각. 펑 하나에 퇴사 생각. 펑 하나에 10일 뒤에 돌아올 월급날을 생각하며…. 부드러운 크림색 스웨터에 데님 팬츠, 또각또각 소리 나는 은색 구두. 아롱거리는 은방울처럼 사뿐 거리면서도 분주하게 일하는 파워 직장인.


환상 속 멋진 직장인은 창문에 비치는 저는 확실히 아니네요. 금방이라도 녹아내리기 직전에 버스에 탄 이 사람은 그대로 녹게 두고, 어느 멀티버스를 상상했습니다. 여긴 은방울이라기보다는 멜팅 캐러멜을 맡을게요. 눈 펑펑 내리는 겨울, 은방울 자아로 사는 다른 지구에서는 부디 제 꿈을 이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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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