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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by 글방구리

하루 중에서 16시간을 잔다는 우리 삶을 사람들은 뭐라고 생각할까.

옛날에는 수험생들에게 '4당5락'이라는 말이 회자되곤 했는데

지금 수험생들에게도 해당되는지는 모르겠네.

왜, 네 시간만 자고 공부하면 붙고 다섯 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그 오래된 밈.


학창시절에는 시험 때만 되면,

직장생활을 할 때는 마감 시기만 되면 잠이 쏟아졌던 걸 경험한 당신들은

그야말로 시도때도 없이 자고 있는 우리들이 부럽기도 할 게야.

잠자리가 바뀌면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는 사람들도 마찬가지겠고.

우리는 바닥이든, 식탁 끝이든, 볕이 고스란히 들어오는 창가든

어디에서고 '냥모나이트'나 '식빵 자세'로 금세 잠에 빠져드니까. 마음이 편하면 네 다리를 쭉 뻗거나, 뱃살 다 내놓고 잠을 즐기지.


우리가 잠을 많이 자는 건,

야생에서 사냥을 하며 지내던 습성이 본성 어딘가에 굳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하더군.


막힌 변기를 뚫어 본 적이 있나?

꽉 막힌 걸 뚫으려면 한참 기다리며 물을 모아야 해. 물 한 방울의 힘은 약하지만, 그것들을 모아 단번에 쏟아부으면 막고 있던 오물이 쑥 내려가지.


그렇게 변기 물 모으듯 한시간 두시간 토막잠을 자며 충전한 힘을 모았다가

포르르 날아오르는 참새의 목을 단번에 틀어쥐는 거지.


기회를 놓치지 않는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


이 말은,

하루종일 뛰어다니며 낚아채는 연습을 하거나

발톱과 이빨을 날카롭게 가는 것보다도

고요히 눈을 감고 잠을 청하면서 내 안에 힘을 차곡차곡 축적하는 것이

최대치의 힘을 단번에 발휘할 때 더 필요하다는 말이지.

그렇게 우리들은 사냥 성공률 70%라는 놀라운 능력을 갖게 된 거야.


사람들은 자주 잠을 쫓아.

그러고 뭘 하는 줄 아나?

우리처럼 먹고살자고 사냥을 하는 게 아니야.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배 터지게 먹는 걸 입맛 다시며 보고 있더라고.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인간들!


아, 우리가 하루 중 긴 시간을 눈 감고 있다고 해서

우리를 게으름뱅이로 여기진 말아 주게.

우리는 잠귀가 아주 밝아서

바스락거리는 아주 작은 소리에도 잠을 깨거든.

그러니 당신들도 '괭이잠'이라는 말을 만들어 쓰는 게 아니던가?


잠을 자면서도

귀는 깨어 있어야,

그간 모은 최대치의 힘을 쏟아낼

그 순간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네.


어떤가, 자면서 쌓은 내공으로 우리에게 온 기회를 놓치지 않는 삶, 제법 근사하지 않은가?


같은 자세로 잠을 자면서 같은 꿈을 꾸고 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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