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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방구리 Sep 22. 2024

올해는, 처서와 백로 절기에

말도 못 하게 더웠습니다

글쓰기 하는 아이들이 가장 많이 다니는 초등학교가 올해는 9월 둘째 주나 되어서 개학을 했습니다. 제가 다닐 때는 여름, 겨울방학이 일정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급식실, 운동장, 강당 등 학교 사정에 따라서 공사를 하면서 여름방학이 길어지곤 합니다.


한여름에도 등굣길에 긴 팔 옷을 꼭 챙겨가는 딸내미를 보면, 요즘 학교 교실에는 에어컨이 강하게 나오나 봅니다. 제가 일한 어린이집에서는 십여 년 전만 해도 여름을 여름답게, 겨울을 겨울답게 보내기를 경험하게 해 주느라 에어컨은 거의 틀지 않고 지냈습니다만, 지금 그랬다가는 아동학대로 신고당할 듯합니다. 세상에. 더워도 더워도 너무 더웠으니까요.


그렇습니다. 저는 지금 처서와 백로 절기를 지내며, 아이들이 절기 그림에 집중하지 못했던 것과 그나마 그려준 그림들을 갈무리해 올리지 못한 이유로 더위 핑계를 대는 중이랍니다. 어제 왕창 쏟아진 비로 서늘해진 추분날 아침이 되어서화들짝 놀라, 아이들의 눈에 비친 두 절기를 부지런히 모아 올리고 있습니다.

입추 절기 마지막날 그린 그림. 텃밭에 풀밖에 없어서 폭탄이 떨어진 것 같았다네요.
십 년 전 처서 절기. 사마귀와 연가시, 도마뱀, 황소개구리 등이 아이들 눈에 들어왔네요.
5학년 아이들의 그림에는 열매들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백로 절기에는 언제나 달님이 주인공입니다. 십 년 전에는 달님이 쉴 수 있는 날이 오도록 우리가 자주 봐주자는 이야기를 들려줬나 봅니다.
메리골드, 도꼬마리, 배추, 봉숭아 등 아이들의 시선을 끄는 식물들의 가을도 있으나, 시원해져서 놀기 좋아진 마음도 표현되어 있네요.

너무 더워서 배추 모종도 예년에 비해 늦게 심었습니다. 무는 씨앗을 뿌렸더니 이틀 만에 나왔다고 하네요. 어린이 농부들이 개학이 늦어 마냥 놀고만 있는 줄 알았더니, 어느 틈에 겨울 양식을 준비하기 시작했네요.

씨앗을 뿌리고 모종을 심고 나면 마음은 벌써 수확을 하고 있습니다. 김장도 담그고, 팔기도 하고, 깍두기도 담가 먹으려면 자주 들여다봐야 하겠지요?

한가위 연휴를 보내고 온 아이들에게 연휴 동안 경험한 날씨를 글로 써보자고 했습니다. 글을 쓰기 전에 아이들과 명절 지낸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연휴 동안 날마다 텃밭에 와서 배추에 물을 주고, 달팽이 밥을 주었다고 선생님의 칭찬을 한껏 받았던 수현이, 뒤통수를 긁으며 머쓱해하던 이유를 알겠습니다. 자기가 오고 싶어 온 게 아니고, 아빠가 가자고 해서 다녀갔기 때문이랍니다.


9월 20일에 쓴 아이들의 날씨 기록입니다. 내년에는, 후년에는, 십 년쯤 지난 뒤에는 또 어떤 날씨가 기록될지 궁금합니다. 2024년만 유달리 힘들었다고, 그 후로 지구 온도는 정상을 되찾았다고 써진 글이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요.

이번 추석의 날씨는 대체적으로 더웠다. 토요일은 기온이 31도까지 올라갔다. 일요일도 아주 더웠다. 얼마나 더웠냐면 내 몸이 녹아내릴 정도였다. 그리고 구름은 많이 없었고, 물통이 핫팩이 된 느낌이었다. 월요일도 생각보다 훨씬 더웠다. 내가 계수 배추 물 줄 때 밖에 잠깐 있었는데 땀이 뻘뻘 났다. 화요일도 너무너무 더웠다. 어쩌면 달봉이도 말라비틀어졌을 거다. 수요일에는 비가 엄청 많이 왔다. 번개가 번쩍번쩍 쳤고 천둥이 우르르 쾅쾅 엄청 많이 쳤다.(수현)
이번 추석에는 생각보다 더웠다. 그래도 바람이 불어서 땀이 별로 안 났다. 집에 많이 있었는데 집에 에어컨을 켰을 때 30도였다. 집이 너무 더워서 죽을 것 같았다. 밖에 나왔는데 생각보다 별로 안 더웠다. 하늘을 봤는데 먹구름이 껴 있었다. 자연드림을 가는 길에 비가 엄청 와서 놀랐다. 자연드림을 들어갔는데 쉬는 날이었다. 번개와 천둥이 너무 많이 쳤다. 비도 너무 많이 와서 홍수가 날 것 같았다.(승연)
이번 추석 날씨는 아주 더웠다. 원래 그래도 추석 때는 조금 선선했었는데 요번 추석은 한여름처럼 더웠다. 내가 고모네와 식당에 갔는데 차를 대고 잠깐 식당에 들어가는 그 30초도 안 되는 순간에 햇볕이 쨍쨍해 눈도 제대로 떠지지 않았다. 또 할머니 집에 갈 때 앞에 있는 놀이터에서 그네랑 철봉 했는데 그땐 오히려 선선했다. 그리고 내가 집에서 밤에 자려고 했는데 쿠르릉 소리가 연이어 나더니 천둥 번개가 쳤다. 그런데 계속 번쩍번쩍 번개가 쳐서 잠이 도통 오질 않았다. 비도 와서 어디 밖에 나갈 일이 있었는데 비가 집 안으로 들어올까 봐 빨래도 집안으로 가져오고 창문도 모두 닫고 나갔다. 정말 오락가락한 날씨의 추석이었다.(예설)
추석 날씨는 맑았다. 조금 덥기도 했다. 시간이 흐르니 더 더웠다. 그늘에 와도 여전히 더운 날씨였다. 너무나도 신경이 쓰였다. 실내로 들어오면 안 더웠는데 문 앞에 오면 뜨거워졌다. 시원한 간식과 음식을 먹을 땐 괜찮았는데 다 먹고 나니 다시 더워졌다. 너무 더웠고 힘들어서 왠지 짜증이 나기도 했다. 엄청 시원한 데에 있다가 문 앞에만 와도 뜨거워지고 창문에 가까이 와서 조금만 문을 열어도 뜨거웠다. 조금만 시원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수인)
내가 추석에 할머니 집을 갔을 때 날씨가 너무 더워서 땀띠가 났을 때가 있다. 그래서 난 여름이 싫다. 지금이 가을인데도 어마어마하게 덥다. 더워서 짜증이 났다. 짜증이 나니깐 모기 다섯 방을 물렸다. 그런데 어저께 수요일 날 저녁에는 번개와 천둥이 쳤다. 번개가 번쩍! 하더니 몇 초 뒤에 우르릉 쾅쾅! 아주 시끄러웠다. 내가 비 오는 건 싫어하지만 더운 여름 같은 날씨보다는 비가 오는 것이 좋다.(세빈)
추석에 서산에 갔을 때 해가 너무 뜨거워서 내가 아이스크림처럼 녹아 버릴 것 같았다. 밖에 잠깐만 나가도 땀이 물처럼 흘러내렸다. 그리고 1초라도 하늘을 보면 눈이 다 타버릴 것 같고, 조금만 밖에서 모자를 쓰지 않으면 머리가 프라이팬처럼 뜨거워진 것 같았다. 그리고 다음날에는 구름이 아예 없었고, 해가 나한테만 오는 느낌이 들어서 힘이 들었다. 또 선풍기를 에어컨 없이 쐬면 왠지 뜨거운 바람이 오는 느낌이 들었다. 그다음에는 해는 셌지만 저녁에는 그나마 선선해졌고, 또 다음날엔 비, 바람과 천둥 번개가 쳤다.(주연)
올해 처음 만나 반해 버린 꽃, 새깃 유홍초. 내년엔 우리 집에서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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