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써니 Aug 20. 2021

그걸 꼭 말로 해야 알아요?

며칠 전 아침을 먹으면서 아들에게 말했다.


"또미야 엄마가 오늘 코로나 백신 2차 접종을 하러 가거든. 한 시간 정도 집에 혼자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괜찮지?"


당연히 아들이 혼자 집에 있는 것은 괜찮을 것이고, 아마 내가 한 시간 집을 비우는 것을 즐길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들이라고 하루 종일, 매일 엄마랑 보내는 시간이 즐거울리는 없을 것이다.


"에휴!"


그런데 아들은 대답 대신 깊은 한숨을 쉬셨다. 뭐지? 엄마와 한 시간 떨어지는 게 싫어서? 아니면 고작 한 시간 만에 돌아오는 내가 싫어서일까?


"또미야 무슨 일이야? 그 한숨의 의미는 뭘까?"

"휴! 엄마 제발 이번에는 열 안 나고 지나갔으면 좋겠네요."


백신 1차 접종 후에 나는 이틀을 열로 고생했다. 그리고도 일주일을 어지러워서 앉았다 일어나면 의자를 붙잡고 서있어야 했다.


"또미야 너 엄마가 열나고 아파서 혹시 속상했어?"


나는 의심을 가득 담은 말투로 물었다.


"당연하죠."

"그런데 왜 아무 말 안 했어?"

"그걸 꼭 말로 해야 알아요?"


내가 열이 나서 끙끙 앓아누워 있을 때도 아들은 많이 아프세요 라거나 엄마 괜찮으세요 라는 말 한마디가 없었다. 그저 평소처럼 게임도 하고 책도 읽고 텔레비전도 봤다. 그래서 나는 아들이 내가 아픈 것에 신경을 전혀 안 쓴다고 생각했다. 내심 서운하기도 했지만 원래 감정 표현을 잘 안 하는 아이라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마음으로는 나를 걱정하고 있었다니 고맙기도 하고 그런 마음 말로 해주면 얼마나 좋아 싶기도 했다.


"응 꼭 말로 해야 알아. 그러니까 다음부터는 마구마구 말로 해줘."

"아이 참나."


아이는 괜히 툭 내뱉고는 별말이 없었다. 그리고 잠시 후 엄마 쿠키런에서 라고 게임 이야기를 시작했다. 하루 종일 재잘재잘 게임 이야기, 책 이야기는 잘도 하면서 속마음 얘기하는 것은 가뭄에 콩 나듯 한다. 그래 놓고는 그걸 말로 해야 아냐고 되묻는 아들, 왜 그러는 걸까? 어릴 때부터 좋은 일 속상한 일 슬픈 일 화난 일 모두 모두 표현하면서 살자고 감정카드놀이도 많이 했는데 타고난 천성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그래도 속으로 나를 걱정했다는 아들의 말에 기분은 좋았다. 다행히 아들의 바람대로 2차 백신은 무증상으로 편하게 넘어갔다. 아들은 무증상이라 좋다거나 다행이라거나 여전히 별말씀 없으셨다. 아마 그걸 꼭 말로 해야 아나요? 속으로 이러고 있는 모양이다.


이전 19화 아빠의 키보드 소리에 아들이 말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