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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Jan 26. 2022

명품가방보다 고양이!

한 달에 두 번 만나는 독서회에서의 일이다. 이번에는 차로 30분 거리의 대관 카페에서 모임을 가지게 되었다. 카페는 아주 예쁘고 마치 독서회를 위해 만들어진 공간처럼 보였다. 독서회를 시작하기 전에 근황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회원 중 한 명이 가방을 들어서 보여주었다. 그때까지 나는 회원이 왜 가방을 보여주는지 알지 못했다. 그때 다른 회원이 말했다.

"샤넬 샀어?"

"샀지. 큰맘 먹고. 지난번에 까만색 샀는데 까만색이라 자주 안 들어서 흰색으로 다시 샀어."

"와~~ 대단! 나는 어차피 명품가방 들어도 다 짝퉁인 줄 알까 봐 못 사겠더라."

"명품가방 들어봐. 옷 아무렇게나 입어도 그냥 내가 명품 되는 거야."

"얼마?"

"오백 넘게 줬어. 흰색이 확실히 더 예뻐."

명품가방을 들고 온 회원은 뿌듯해하고, 옆의 회원은 부럽다며 명품가방 사도 들고 갈 데도 없다는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진심으로 전혀 부럽지가 않았다. 나에게는 이미 샤넬 가방 두세 개가 있는 것처럼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 나는 단 한 개의 명품가방도 없다. 명품가방은 사 본 적도 없다. 하지만 나는 명품가방이 전혀 부럽지가 않다. 단지 오백만 원이라는 금액에 놀란 가슴만 콩닥거렸다. 나는 아마 로또에 당첨되지 않는 한 평생 샤넬 가방을 사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산을 하고 임신과 출산으로 고생했다는 말과 함께 남편은 괜찮은 가방 하나 사라며 이백만 원을 준 적이 있었다. 나는 그때 기왕이면 샤넬 가방 살 것 아니면 명품가방 따위 사지 않겠다며 가방을 사지 않았다. 정말 샤넬 가방을 사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 돈을 가방 하나를 사는데 쓸 수 있는 용기가 없었다. 그 돈으로 나는 아이의 유모차를 샀다. 꽤 좋은 것으로 샀다. 남은 돈으로 아이의 범퍼침대를 샀다. 남은 돈으로 소소한 육아용품을 더 살 수 있었다. 그때 명품가방을 사지 않은 것을 후회한 적이 한 번도, 결단코 단 한 번도 없었다. 육아에 지친 육아 동기가 스트레스받을 때마다 사 오던 명품가방을 봐도 나는 전혀 부럽지가 않았다.


그런 내가 지금 가장 부러운 것이 있다. 바로 집사로 사는 사람들이다. 하얀색 빛 고운 샤넬 가방을 든 그녀는 전혀 부럽지 않은데 열 마리가 넘는 고양이와 사는 크집사만 보면 배가 아플 만큼 부럽다. 티티 고양이와 뽀뽀하는 크집사는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하면 질투가 나서 미치겠다. 최근에는 니니 고양이라는 유튜브를 보는데 캣 대디가 고양이와 노는 것을 보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게 정신없이 보고 있다. 그러다가 갑자기 버럭 소리를 지른다.

"나만 없어 고양이!"


나는 독서회 회원이 오백만 원이 넘는 가방을 자랑할 때도 고양이를 생각했다. 고양이와 함께 사는 집사는 부러워도 샤넬 가방을 든 그녀는 부럽지가 않다고 생각했다. 집사로 사는 많은 사람들이 부럽다. 요즘의 나는 아들과 매일 고양이 이야기를 한다. 우리의 소중한 명품 길고양이 몽땅이, 아침에 눈을 뜨면 보고 싶은 몽땅이. 아들과 나는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인사를 하고 나면 몽~땅~아! 보고 싶은 몽땅아! 를 외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엉덩이를 내밀고 앉은 몽땅이! 뒷모습도 예쁘다~


지난 주말에는 아들과 산책을 하면서 몽땅이를 만났다. 몽땅이는 기분이 좋아서 화단에서 좌로 굴러 우로 굴러를 하느라 온 몸이 흙투성이였다. 에고! 그러고는 궁디를 두들겨라 라며 엉덩이를 보이고 앉았다. 엉덩이를 두들길 때마다 흙먼지가 폴폴 났지만 참으로 사랑스러운 고양이다. 사냥놀이도 하고 내 무릎에 앉아서 사색도 하던 몽땅이가 갑자기 산 쪽으로 갔다. 산에서 흘러내린 꽁꽁 언 물을 마시는 몽땅이를 보는 내 마음이 정말 아팠다. 따뜻한 것을 좋아해서 내 무릎에서 담요 덮고 자는 것을 좋아하는 몽땅이가 차가운 얼음을 밟고 서서 물을 마시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정말 아프다. 물을 다 마시고 얼른 화단으로 올라와서 발이 시린 지 발끝을 얼른 터는 몽땅이는 귀엽고 아프다.

날씨가 포근해져서 살짝 녹은 물을 혀로 핥아먹는 몽땅이! 이렇게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몽땅이는 유독 좋아한다.

나는 고양이에게 따뜻한 방을 내주는 사람들이 부럽다. 고양이를 위해 집 곳곳에 숨숨집을 만들어주는 집사가 부럽다. 캣타워에서 내려다보는 고양이와 눈을 맞추는 사람들이 부럽다. 밖에서 오들오들 떨지 않고도 무릎 냥이를 무릎에서 원 없이 재우는 사람들이 부럽다. 나도 모르게 고양이의 분홍 코에 뽀뽀하려다가 놀라서 멈추지 않을 수 있는 사람들이 부럽다. 명품가방도 샤넬 가방도 부럽지 않다. 평생 가장 비싸게 산 가방이 이십만 원도 안 되는 가방이지만 나는 고양이의 사랑을 받는 집사들만 보면 부러워서 배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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