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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Mar 22. 2022

절친 고양이가 낯설게 느껴질 때

꽃샘추위도 오후의 봄햇살에 부드러워지는 오후에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간다고 말하고 고양이를 만나러 갔다. 나의 절친 길고양이 몽땅이가 있는 아파트 산책로를 걸으면서 몽땅이를 불러본다. 그런데 몽땅이가 외출했는지 나타나지 않았다. 오늘은 싫어하는 고양이가 없다는 맛있는 고양이 캔을 들고 갔는데 아쉽지만 돌아서려는데 마른 풀숲에 앉아 있는 고양이와 눈이 마주쳤다. 분명 몽땅이 같은데 반응이 없다. 일어서지도 않고 귀를 쫑긋하지도 않고 그냥 앉아 있다. 몽땅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고양이와 눈을 맞추고 한참을 서 있었다. 그래도 고양이는 꼼짝 않고 앉아서 마치 나를 나무 보듯 한다. 나는 몽땅이를 만나지 못해서 서운했지만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래도 미련을 버리지 못해 뒤를 돌아보니 몽땅이가 내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뭐지? 몽땅이가 맞았잖아. 그런데 왜 모른 척한 거야? 몽땅이가 낯설다. 이렇게 나를 고양이 나무 보듯 한 것은 처음이다. 나한테 서운한 것이 있었나 싶어서 나는 얼른 캔을 땄다.


냄새를 살짝 맡아본 몽땅이는 혀 한번 안 대고 캔을 무시했다. 이것도 안 먹는다고? 몽땅이는 이 동네 고양이 중에 입맛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워낙 인기 냥이라 산책을 나오는 사람들이 간식을 많이 챙겨주기도 하지만 이 고양이는 식탐 자체가 없는 것 같다. 사료도 좋아하는 사료만 조금 먹는다. 간식도 아무거나 먹지 않는다. 결국 간식은 다른 고양이 급식소에 두고 몽땅이와 잠깐 놀아주기로 했다.


그런데 오늘따라 영 시큰둥하다. 궁둥이 팡팡 해주라고 하더니 금세 발라당이다. 뭐지? 궁둥이 팡팡에 진심이었던 거 아니야? 오늘따라 왜 이렇게 몽땅이가 낯설지? 너 왜 그래?


퇴근하던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주차하고 집으로 오려는데 몽땅이가 야옹 하면서 남편을 불렀다고 한다. 그리고는 남편을 반기는 몽땅이와 놀아주고 있다는 것이다. 창문을 통해 사냥놀이를 하고 있는 몽땅이와 남편이 보였다. 아까의 시큰둥한 반응은 없고 남편과 신나게 사냥놀이에 격하게 발라당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뭐지? 왜 나한테 차갑고 남편에게 뜨거워진 거지? 오늘 정말 몽땅이 너 낯설다. 나한테 삐진 거 있으면 얼른 풀었으면 좋겠다. 내일 몽땅이가 좋아하는 간식으로 다시 준비해서  찾아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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