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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Feb 08. 2022

코로나 시국에 아들은 고양이를 노래한다!

몽땅이 1              

             

코로나라는 섬에

갇혀 있는

우리 가족


7시 30분부터

8시 사이


잠시 행복의

육지로 데려가는

배가 있다.


그 배의 이름은 고양이이다.




작년 여름 저녁 산책을 하면서 고양이 몽땅이와의 만남을 아들이 시로 표현한 것이다. 우리 가족이 지나가면 몽땅이는 야옹! 하면서 어디선가 나타나서 우리를 따라다닌다. 다리에 머리를 비비고 발라당을 하면서 반갑게 맞아주었다. 우리는 사냥놀이를 하기도 하고 몽땅이와 별구경을 하기도 하면서 행복한 여름을 보냈다.


오늘 저녁을 준비하면서 창밖을 봤는데 몽땅이가 급식소로 가는 뒷모습이 보였다. 겨울이라 통통해진 뒷모습이 귀여웠다. 몽땅이의 짧은 꼬리가 위로 올라가 있었다. 잠시 후 다시 창밖을 보니 급식소에서 내려오는 몽땅이가 보였다.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이다. 며칠을 몽땅이를 만나려고 간식을 들고 나가서도 보지 못했는데 창문으로나마 볼 수 있어서 좋다.


일 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고양이에게 관심이 전혀 없었다. 사실은 조금 무서웠다. 산책길 한복판에 누워서 느긋하게 낮잠을 자는 고양이들을 보면 왜 고양이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 내가 일 년도 지나지 않아 고양이 관련 글과 영상을 찾아보는 냥이 폐인이 되고 말았다. 세상에는 아마 두 종류의 사람이 있는 것 같다. 고양이의 귀여움을 아는 사람과 알지 못하는 사람. 나는 일 년 전에는 고양이의 귀여움을 알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다른 종류의 사람으로 진화했다.


생각해보면 고양이의 귀여움은 잔인한 데가 있다. 고양이의 어떤 모습은 귀엽지 않아야 하는데 모든 고양이의 모든 모습이 귀엽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어느 순간의 고양이는 참기 어려울 만큼 귀엽다. 그런데도 집사가 될 수 없는 극한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어서 귀여움을 직접 체험할 수는 없게 한다. 고양이와 함께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추워도 헤어지기 아쉬울 정도다. 정말 참을 수 없는 고양이의 귀여움이란.  


까만 점이 있는 몽땅이의 핑크 젤리마저도 참을 수 없게 귀엽다.



몽땅이 2

나는 매일

코로나 19라는

쓰디쓴 약을 삼킨다.


행복이 섞인

고양이라는 약을

삼키면


잠시나마

약의

쓴 맛을 잊을 수

있다.





아들이 코로나 시기에 고양이를 만난 기쁨을 노래한 또 다른 시다. 코로나 시기에도 항상 잘 지낸다고 생각했는데 아들도 많이 힘들었던 모양이다. 말은 괜찮다고 하지만 아들은 사실 스트레스를 많이 느끼고 있다. 내 눈에도 보일 정도로 행동으로 보인다. 외출하는 일도 집에서 하는 놀이에도 예전만큼 흥미를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런 아들에게 조건 없이 행복을 준 고양이, 우리 길 친구 몽땅이에게 항상 감사하게 생각한다. 겨울이 막바지다. 얼른 따뜻한 봄이 왔으면 좋겠다. 길고양이들이 추운 겨울을 건강하고 덜 힘들게 보냈으면.

얼른 봄볕에 앉아서 몽땅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나뭇가지나 풀잎으로 사냥 놀이하고 놀 때 몽땅이의 집중하는 눈빛! 솔직히 무섭다기보다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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