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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 Mar 17. 2021

아들의 친구가 한 충격적인 말

간식을 먹으면서 아들이 말했다.


"엄마 @@가 중학생 되면 자살할 거래요."


아들의 말에 충격을 받았다. 12살인데 자살을 생각하고 있다니. 우리나라 초등학생 중에 자살을 생각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내 주변에 이런 아이가 있다니 많이 놀랐다. 더군다나 그 아이는 밝고 활발한 아이였다.


같은 초등학교를 다니지만 아들과 같은 반인 적은 없던 아이였다. 그 친구는 우리 옆 동에 살고 있어서 같은 놀이터에서 놀다가 만났다. 아들이 8살 여름이었다. 비가 예쁘게 와서 아들과 우중산책을 나갔다. 그날 그 아이를 만났다. 화단에서 잡은 달팽이를 투명한 우산에 담고 걷고 있었다. 자신은 비를 맞으면서. 그 모습이 예뻤다. 나에게 그 아이는 비 오는 날, 우산을 들고 걸으면서 달팽이 친구를 찾는 동화 같은 모습이었다.


그런 아이가 그런 슬픈 마음을 품고 있었다는 것이 충격이었다. 마음이 아파왔다. 눈이 많이 오는 날, 놀이터에 쌓인 눈을 너희 엄마라고 생각하고 때리라고 했던 그 아이.


"그래서 너는 @@에게 뭐라고 했어."

"그건 좀 아닌 것 같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뭐래?"

"이미 마음은 정했대요. 지금은 어떤 방법으로 죽을지 생각 중이래요. 와 진짜 그 말 듣고 놀래 가지고."

"그런데 @@는 왜 죽고 싶대?"

"엄마가 너무 싫대요. 엄마가 시키는 것만 해야 되고 자꾸 억울하게 혼나고, 말해도 자기 말은 안 들어준대요."


아들도 많이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나는 아들에게 해 줄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래서 너는 뭐라고 했어?"

"뭐 그냥 네가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 보라고 했어요. 와 그 말 듣고 놀라서 뭐라고 할지 갑자기 들은 말이라 말이 안 나왔어요."

"그래 잘했어. 너도 놀랐겠다."

"그런데 엄마! @@이 엄마한테 말하면 안 된대요. 엄마가 알면 가만 안 둘 거래요."

"그건 걱정 안 해도 돼. @@엄마가 누군지도 몰라서 말하고 싶어도 못할 것 같아. 그런데 또미야 너도 그런 생각 한 적 있어?"

"네? 아니요. 가끔 힘들 때 그런 마음 잠깐 들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자살은 심하죠."

"그런 생각 할 때도 있어?"

"아니 내가 그렇다는 말이 아니라 그런 생각하는 애들도 있다는 거죠."


마음이 복잡해졌다. 아들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아들, 너 행복해?"

"네."


아들의 답을 듣고도 믿어도 될까 의심까지 했다.


"또미야 어떤 문제든지 힘들면 엄마 아빠한테 말해줘. 엄마 아빠는 네 말을 들을 준비가 항상 돼 있어. 알지?"

"네. 그런데 힘든 거 없어요."

"앞으로도 아무 때나 어떤 문제든 엄마한테 말해 줄 거지?"

"네."


아들과 @@에게 어떤 말을 해주면 좋을까 생각해 보다가 얼마 전에 10대 사이에서 자살을 뜻하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났다.


나 오늘 파스타 먹었어.


이 문장은 한나 데인스의 시 '오늘은 스스로 목숨을 끊지 마'라는 시에서 나온 것이다. '누군가에게 네 최고의 파스타 레시피를 알려주기 전까진 죽지 마', '샴푸와 컨디셔너를 끝마치기 전까진 죽지 마' 등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뜻하는데, 이 문구는 '오늘 파스타를 먹고 샴푸와 컨디셔너를 끝냈으니 목숨을 끊겠다'라는 의미로 사용된다고.


넷플릭스 무료 시청 기한이

일주일 남았으니 오늘은 죽지 마

스타벅스가 다음 달에

새로운 프라푸치노를 출시할 테니 오늘은 죽지 마

......

더 많은 이유를 계속해서

내놓을 테니

그 모든 것을 들어줘"

                 오늘은 스스로 목숨을 끊지 마 - 한나 데인스


아들과 이 시를 함께 읽었다. 아들은 @@이 좋아하는 것들을 말하면서 세상에는 좋은 것들이 많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쿠키런 딱지 다 모아야지. 앞으로 더 좋은 쿠키런 딱지가 나올 거야 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조금만 있으면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탈 수도 있다고. 어른이 되면 네가 하고 싶은 대로 살 수 있다고.


한국 청소년 사망 원인 1위 '자살'


나는 행복하지 않은 아이들을 많이 만났다. 내가 출산 전에 학원에서 가르친 아이들 중에는 그런 아이들이 종종 있었다. 세상에 화가 나 있고, 살고 싶지 않다고 하는 아이들이었다. 꿈이 없는 아이들이었다. 커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물으면 서울대를 가는 것이 꿈이라고 말하는 아이들이었다. 그 이후의 삶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아이들이었다. 그 고등학교만 가면, 그 대학만 가면 된다고 했다. 엄마가 그 학교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초등학교 3학년이 밤 10시까지 학원에서 수업을 들었다. 엄마가 정한 그 고등학교, 그 대학을 가기 위해.


나는 아들의 말을 듣고 내가 가만히 있는 것이 맞을까 고민에 빠졌다. 그 아이가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했단다. 이 일은 세상에 나와 너만 알고 있어야 한다고. 어쩌면 그 아이는 도움을 받고 싶은지도 모르는데 그냥 있어도 괜찮을까? 장난으로 해 본 말이라고 넘어가도 될까? 너무 진지하게 말해서 어떤 말을 해 줄지 몰랐다고 했던 아들의 말이 마음에 걸린다. 혼자 알고 있기 무서워서 엄마한테 말했다는 아들의 말이 자꾸 신경 쓰인다. 그 아이는 살고 싶은 것이다. 도움을 원하는 것이다.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들의 말을 들은 어제부터 지금까지 머릿속에 나약하게 방관하고 있는 나에 대한 질책들이 싹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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