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좋아하는 일을 하며 ‘자기다움'을 찾는 이들의 이야기
맅업은 왜?라는 물음으로 문화를 읽다를 모토로,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과 연결된 문화 이슈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 어떤 미디어에서도 이야기 되지 않았던 문화와 예술을 새롭게 바라보고 자기기다운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 그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맅업 구독자분들 중 문화예술산업 내 공연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과 함께 ‘왜 우리는 공연 분야에서 일할까?’란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모더레이터
: 맅업 운영진 고누리
인터뷰이
황조교: 1세대 뮤지컬 콘텐츠 크리에이터
한규호: 음악 공연 기획사 대표
김경은: 전통 음악 단체 ‘소리퍼커션’ 기획팀
누리: 안녕하세요, 오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먼저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황조교: 저는 뮤지컬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황조교입니다.
규호: 전 음악 공연 기획사 ‘Alive Now’ 대표 한규호입니다.
경은: 저는 전통음악 단체 '소리퍼커션' 홍보 마케팅 담당자 김경은입니다.
누리: 저희는 올해 1월부터 문화예술 지식정보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있어요. 뉴스레터를 통해 문화예술산업의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과 생생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요. 이번엔 공연 분야에 계신 분들을 모셔 보았어요. 먼저 지금의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부터 이야기해볼까요?
황조교: 전 원래 국제통상학을 전공하다가 뮤지컬이 하고 싶어서 뮤지컬과로 편입을 했는데요. 그 당시 ‘나만의 방식으로 스스로를 홍보하라'란 과제가 있었어요. 평소 좋아해온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한국어로 소개하면 좋겠다 싶었죠. 한동안 해외 뮤지컬을 소개하다가 국내 뮤지컬 콘텐츠도 만들어봤는데, 사람들의 반응이 좋은 거에요. 그때부터 인스타그램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본격적으로 콘텐츠 기획을 시작했어요.
규호: 전 공연을 정말 사랑하는 공대생이었어요. 그래서 공연계 분들과도 인연이 닿아 꾸준히 교류하고 있었는데요. 어느 날, 작은 카페의 사장님께서 제게 공연 기획을 권하셨고, 덕분에 한 달 동안 약 20개의 공연을 만들게 됐어요. 그 과정에서 공연기획자만의 차별성을 갖춰야겠단 생각을 했죠. 이후에 다양한 악기와 작곡을 배워 지금 1인 공연 기획사를 운영하게 되었어요.
경은: 전 고등학교 때부터 국악을 공부했고, 음대를 졸업했지만, 신기하게 첫 직장은 골프 관련 회사였어요. 그때 다양한 업무를 하며 나의 기획이 결과물로 완성될 때의 즐거움을 배웠죠. 퇴사한 후 이제는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좀 더 해보기로 했어요. 국악 음악 제작사 '소설'을 거쳐 지금은 예술 단체 '소리퍼커션'에서 일하는 중이에요.
누리: 세 분 모두 오래전부터 문화예술을 즐겨 찾는 분들이셨네요. ‘덕업일치'를 이루셨다니 멋져요! 지금 하는 일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황조교: 전 뮤지컬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뮤지컬과 대중을 연결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요. 누군가 제가 만든
콘텐츠를 본 후 뮤지컬에 관심을 두고, 일상 속에서도 뮤지컬이란 장르를 즐긴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진입장벽을 낮춘 것 같아 뿌듯해요.
규호: 작년 8월의 공연이 기억나요. 공연 1주일 전, 갑자기 확진자가 늘며 50명 관객 제한이 생겼죠. 이미 티켓 판매가 완료된 상황에서 공연 취소 여부를 고민하다가 결국 감행하기로 했어요. 대신 관객분들께 라텍스 장갑을 제공하는 등 방역지침을 철저히 지켰는데요. 공연이 끝나고, 관객분들께서 공연 취소하지 않고 공연 볼 수 있게 해줘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해주실 때마다 정말 뭉클했답니다.
경은: 전 문화생활을 통해 에너지를 많이 얻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더 많은 사람이 이 좋은 공연을 함께 경험하길 바랐어요. 해외여행을 할 때 공원에서 만난 버스킹 공연이나 여유로운 분위기가 너무 인상적이었는데요. 분명 그들의 일상도 마냥 여유롭진 않을 텐데, 사람들이 공연을 보며 행복해하는 게 좋더라고요. 일하면서 문화예술을 통해 이런 행복을 전할 수 있어 좋아요.
누리: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나답게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일이란 게 늘 즐거울 순 없잖아요. 혹시 일하며 느낀 고충도 있을까요?
황조교: 작년 코로나19가 시작된 후 전 세계의 많은 오프라인 공연이 온라인 공연으로 바뀌었는데요. 그 과정에서 문화예술에 대한 인식이 나라마다 많이 다르다는 걸 느꼈어요. 해외에선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연 스트리밍을 하더라도 후원금이 많이 모이는데요. 반면, 우리나라에선 '왜 돈을 내고 온라인 공연을 봐야지?'라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더라고요. 문화예술을 경험하고,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는 문화가 정착되려면 여러 노력이 필요할 거 같아요.
규호: 저도 유럽 아티스트들과 일하면서 문화적 차이를 많이 느꼈어요. 유럽 사람들은 좋은 경험을 하면, 당연히 돈을 지불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거든요. 또 인디음악계는 탄탄한 시스템이 없다 보니 이슈가 생겼을 때, 다 함께 해결 방안을 도출하기가 힘들어요. 아직은 그 부분이 어렵네요.
경은: 저는 정부 지원 사업에 대한 의구심이 있어요. 힘들게 사업계획서를 작성해도 선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선정된 단체를 봐도 어떤 기준으로 심사했는지 정확하게 알기 어려워서 힘이 빠지더라고요. 또 공연 분야엔 정말 다양한 장르가 있는데요. 단기적으로 공연을 위한 협업은 하지만, 정말 문제가 발생했을 땐 각자의 목소리만 내는 경우가 많거든요. 결국 문제 해결에 대한 방법은 찾지 못하고 오히려 갈등이 생기기도 하더라고요.
*이어서 인터뷰 2편에서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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