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맅업 Litup May 25. 2021

코로나19로 변화된 무대 위의 삶

(2)아레테 콰르텟의 비올리스트 장윤선 님이 말하는 연주자 생활

지난 인터뷰 1편에 이어 2편으로 이어집니다.


(1)한국 현악사중주단 최초 프라하 봄 콩쿠르 우승

(3)클래식 음악은 어디까지일까?




인홍: 이제 독일 뮌헨에서 현악사중주 석사 과정을 공부하게 되셨는데요. 클래식 음악 교육에 있어 한국과 독일의 다른 점이 있을까요?


윤선: 독일 뮌헨에 온 지 이제 3개월이 채 되지 않았지만 한국과 독일은 생활하는 환경뿐만 아니라 교육 시스템도 완전히 다르더라고요. 우리나라와 달리, 독일에서는 현재 프로 연주자로 활동하고 계신 유명한 분들이 대학교에 오셔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은데요. 그런 연주자 분들과 이야기 나누고 더 가까이에서 배울 수 있다는 건, 너무 좋은 경험인 것 같아요.


 또 클래식 음악이 유럽에선 대중가요 같은 장르라서 독일 사람들이 클래식 음악에 대한 관심이 높아요. 제가 악기를 메고 다니면 독일 할머니 분께서 너 연주자냐, 어디서 연주하고 왔냐라는 말을 걸어주시면서 관심을 가져주시더라고요. 우리나라에선 클래식 음악을 좋아한다고 하면 경제적으로 부유하거나 고상하다는 이미지가 있는데 독일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클래식 음악을 듣고 보는 게 일상이더라고요. 


 특히, 독일은 코로나 19 때문에 공연이 잘 없어서 이분들에겐 일상이 없어진 것과 같은데요. 집에서 클래식 음악 연습을 하는 소리가 나면 이분들은 연습하는 곳을 쳐다보고, 길가에서 클래식 음악 연습을 하는 광경을 보면 서서 듣고 계시곤 해요. 그만큼 클래식 음악 연주 공연에 목말라 계신 것 같아요.



인홍: 그렇군요. 이젠 코로나19 이전과 다르게 비대면 환경에서 문화예술계가 활동을 하고 있는데요. 코로나19 이후에 참여하신 콩쿠르, 그리고 클래식 음악계는 어떻게 변했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윤선: 코로나19 이전에 열렸던 콩쿠르의 경우엔 연주가 녹화된 DVD로 예선 심사를 하고 대면으로 1차, 2차, 파이널 대회를 진행했었는데요. 이번엔 예선부터 1차, 2차 대회 심사까지 DVD로 하겠다는 공문이 갑자기 왔어요. 그래서 예선에 합격한 후에는 독일에서 공간 및 전문적인 녹음 장비 대여, 연주 녹음을 진행해주실 톤마이스터 분을 찾는 것까지 여러모로 신경 써야 할 게 많았죠. 또 요즘 콩쿠르들이 영상으로 많이 진행되어 현장에서 함께 느낄 수 있는 벅찬 느낌이 사라져서 아쉬워요.



인홍: 저 같은 경우엔 무대에 서본 경험이 별로 없어서 오히려 관객이 없는 무대가 심적으로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막연하게 드는데요. 윤선 님께선 이번 콩쿠르 파이널에서 무관중으로 연주하는 건 어떠셨나요? 


윤선: 사실 저희 팀이 한국에서 무관중으로만 연주를 두 번을 했었고, 이번 콩쿠르도 무관중으로 연주를 했는데요. 연주자는 일방적으로 음악을 들려주는 입장이 아니라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는 무대를 만들어 가는 상호협력적인 관계예요. 그런데 관객이 아예 없어져버리니까 연주자 입장에서는 무대에서 뭘 위해서 연주를 하지?라는 생각도 들고 조금 덜 신이 나더라고요. 


*코로나19로 인해 무관중으로 이루어지는 클래식 음악 공연장


특히나 이젠 무관중 무대가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진행되어 무대 자체보다 녹음에 신경을 써야 하는 게 배로 어려웠어요. 조금 다행인 건, 이번 콩쿠르 파이널에서는 심사위원 분들이 계셨고, 그분들도 관객이기 때문에 관객이 아예 없는 무대보다 마음이 조금 더 편했던 것 같아요.



인홍: 그렇다면 영상으로 보여주는 비대면 형식의 연주와 직접 사람을 대면하는 연주가 다를 수 있을까요? 


윤선: 음, 네 비대면과 대면 연주가 조금 다를 수 있어요. 왜냐하면 실제 공연장을 보면 그 공간이 넓어서 무대 가까이 있는 관객과 멀리 있는 관객이 듣는 게 좀 달라지거든요. 규모가 큰 공연장에 가면 소리가 조금 지저분하게 나도 직접 연주를 전달하는 느낌에 훨씬 충실해야 해요. 반면, 비대면 연주는 녹음을 하게 되니까 진짜 미세한 잡음이 다 들어와서 작은 연주 소리에도 더 많이 신경을 써야 해요. 연주를 하는 느낌을 전달하는 것보단 연주 소리를 더 깔끔하게 해야 하는 게 가장 다른 점 같아요.


*비대면 연주의 활성화로 마이크를 통해 연주 소리를 녹음하는 마이킹 기술


인홍: 참 비대면 연주를 한다는 게 대면 연주와 달리, 또 다른 어려운 점들이 있네요. 혹시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연주가 활성화되면서 좋은 점으로 작용한 건 어떤 부분일까요?


윤선: 음, 아무래도 연주 녹음을 하는 마이킹 기술이 더욱더 발전하는 것 같아요. 관중이 있는 대면 연주를 했을 땐, 가끔 녹음본이 너무 이상하게 나와서 실망했던 적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젠 온라인 스트리밍의 활성화로 인해 마이킹 기술이 더 좋아져 연주 느낌이 영상으로 더 잘 전달되는 것 같더라고요. 


 또 유튜브와 같은 온라인 채널에서 스트리밍을 보면 연주 내내 박수를 치는 타이밍을 잘 몰라도 상관없고 굳이 기침을 참지 않아도 되니까 장점인 것 같아요.




인터뷰어 소개

인홍 | INHONG
영국 런던에서 문화예술을 공부하고 있어요.
조금 더 좋은 세상에서 살기 위해 오늘도 귀찮은 일을 즐겁게 합니다.



맅업은 호기심 많은 어른이를 위한 세상을 읽는 문화예술 뉴스레터입니다. 
맅업을 통해 누구나 다양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길 바랍니다. 
매주 월요일 오전 8시 20분마다 메일함에서 '맅업' 을 만나보세요! 


이전 07화 한국 현악사중주단 최초 프라하 봄 콩쿠르 우승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