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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맅업 Litup Apr 23. 2021

32살, 영국 런던 뮤지컬 무대에 서다

(1)뮤지컬 배우에게 직접 듣는 뮤지컬 이야기

 맅업은 왜?라는 물음으로 문화를 읽다를 모토로,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과 연결된 문화 이슈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 어떤 미디어에서도 이야기 되지 않았던 문화와 예술을 새롭게 바라보고 자기다운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 그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박영주 님은 뮤지컬 배우로서의 도전을 위해 오스트리아 비엔나 콘저바토리움(Vienna Konservatorium)에서 뮤지컬을 공부하고 영국, 독일, 스위스에서 뮤지컬 <미스 사이공> 유럽 투어를 한 뒤, 국내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지금부터 박영주 배우 님이 들려주는 해외와 국내 뮤지컬 이야기, 총 3편으로 연재됩니다.  




언어는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현지에서 본토박이 친구들의 발음을 다 녹음을 해서 아무리 듣고 흉내를 내고
따라 해도 그 한 끗 차이가 있는 것 같더라고요.




인홍: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영주: 안녕하세요. 저는 뮤지컬을 너무 좋아하는 뮤지컬 덕후이자 뮤지컬 배우 박영주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인홍: 네, 반갑습니다. 저는 영주 님께서 독일에서 뮤지컬 공연을 하시는 걸 처음 보고, 공연 뒤풀이 술자리를 함께하면서 신기하게도 저희 둘이 생일이 같다는 공통점을 알게 되어 친해지게 되었는데요.


영주 님께서는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 뮤지컬 공연을 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한국에서 어떤 공연에 출연을 하시고 해외에서는 어떤 공연을 하셨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뮤지컬 <미스 사이공> 유럽 투어 당시, 김수하 배우와 함께 (사진 제공: 박영주 배우)



영주: 2009년에 뮤지컬 <모차르트>라는 작품 초연 앙상블로 시작해서 뮤지컬 <어쌔씬>, 창작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 연극 <크루서블>, <오이디푸스>에 참여했고, 최근에는 국립 오페라단의 오페라 <라보엠> 공연을 했습니다. 그리고 해외에서는 뮤지컬 <미스 사이공>으로 영국, 아일랜드, 유럽 투어를 2년 정도 다녔고요. 그 외에도 대학로 소극장의 다수 창작 뮤지컬에 참여했어요.



인홍: 다양한 작품에 참여하셨네요. 그만큼 오디션도 많이 보셨다는 건데, 각 나라마다 오디션이 어떻게 다르게 진행되는지 혹은 특징이 있다면 뭐가 있을까요?


영주: 출연한 작품 수 10배 이상의 오디션을 본 것 같아요. (웃음) 제가 독일 함부르크, 오스트리아 비엔나, 영국 런던에서 가서 직접 오디션을 봤었는데요. 영국에서 활동하는 뮤지컬 배우들은 대부분 에이전시가 있어서 에이전시를 통해 오디션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어요. 종종 대작인 뮤지컬 <미스 사이공>, <알라딘>, <라이온 킹>에서는 새로운 배우를 찾고 싶을 때, 오픈 오디션을 진행해요. 제가 영국 런던에서 뮤지컬 <미스 사이공> 오디션을 볼 때, 배우가 준비해온 한 곡을 다 부르고 코멘트를 받으면 불합격인데 오히려 한 곡을 부르다가 멈추게 하면 그게 합격 사인이었더라고요. 


또 해외 뮤지컬 제작사들은 보통 오디션을 보다가 배우가 마음에 들면 작품 작업처럼 디렉션을 주면서 오디션이 진행되는 경우들도 있어요. 반면, 우리나라에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오디션을 본 친구 이야기를 들었는데, 15초 동안 지정곡 '지금 이 순간'을 부르고 순간적으로 합격과 불합격이 결정된다고 하더라고요.  



인홍: 오디션 문화를 보면 해외에 비해 우리나라가 좀 칼 같네요. 아, 현재 저도 5년째 영국 런던에서 거주하지만, 한국어가 아닌 영어로 생활한다는 건 여전히 어려운데요. 한국어가 아닌 그 나라 언어로 노래하고 연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뮤지컬 <미스 사이공>의 투이 역할로 무대에서(사진 제공: 박영주 배우)

영주: 일단, 언어는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있었을 땐 독일어로, 영국에서는 영어로 노래를 해야 했었는데요. 현지에서 본토박이 친구들의 발음을 다 녹음을 해서 아무리 듣고 흉내를 내고 따라 해도 그 한 끗 차이가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때, 뮤지컬 공연을 하면서 연출 선생님과 음악 감독님들한테 계속 지적을 받았어요. 다행히도 영국에서 뮤지컬 <미스 사이공>의 투이 역할을 열흘 정도 했을 때는 발음이 점점 좋아진다고 주변에서 말해주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여전히 영국식 영어를 쓸 줄 모르고 언어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부분이 있긴 해요.




인홍: 전 모국어가 아닌 다른 나라 언어로 연기한다는 게 상상이 되지 않네요. 그렇지만 관객의 입장에서 영국 런던에서 뮤지컬 <레미제라블>, <팬덤>을 오리지널로 먼저 보고, 유튜브를 통해 한국에서 하는 동일한 작품, 즉 라이선스 공연들을 보니까 오리지널과 달리 조금 어색한 부분이 느껴지더라고요. 제가 어색하다고 느낀 부분이 언어에서 오는 건지, 아니면 왜 그런 건지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영주: 제가 번역을 보니까 번역이란 게 정말 어렵더라고요. 단순 구글 번역기로 직역을 하는 게 아니라 작품 안에 들어 있는 시대와 문화를 번역에 어떻게 녹아들게 할 수 있느냐가 핵심인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뮤지컬 <어쌔신>은 미국 대통령을 암살하려고 했던 9명의 범죄자들 이야기를 담은 작품인데요. 미국 사람들은 이 작품에 담긴 당시 상황, 문화, 유머 코드 등의 사전 정보를 이미 알고 공연을 관람할 수 있죠.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한 라이선스 뮤지컬 <어쌔신>의 경우엔, 가사 안에서 사전 정보들을 번역해 전달하려고 하니 설명을 하게 되고 외국 특유의 속어(Slang)만이 가진 찰진 맛을 살리기가 어려운 것 같았어요. 그래서 오리지널 공연과는 다른 번역이 나오게 되는 것 같고요.


특히, 라이선스 작품은 이미 원곡이 그 나라 언어와 멜로디에 맞게 작곡이 되어 있는 걸 한국어로 번역하는데요. 번역 이후, 배우들이 원곡으로 연기하면서 강조했던 부분이 한국어 가사로 옮겼을 땐 멜로디에 맞지 않기에 연기로 살리지 못하는 부분들이 있어요. 아마 관객들도 이런 부분이 어색하다고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인홍: 원어를 완전히 번역으로 대체하긴 어렵군요. 그럼 영주 님이 생각하시기에 가장 번역이 잘된 작품은 어떤 게 있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영주: 요즘 뮤지컬 작품들의 번역은 정말 좋아졌어요. 뮤지컬 <썸씽 로튼>은 요즘 세대가 쓰는 말과 유머 코드를 사용해 관객들이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생겼는데요. 또 우리나라에서 10년 넘게 공연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는 지속적으로 번역이 발전하면서 이젠 처음 본 사람이 봐도 문화적인 코드, 가사가 주는 의미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되었어요. 또 뮤지컬 <위키드>도 이런 코드들을 고려해서 모든 대사를 한국어로 전달하는 게 아니라 영어와 적절히 살려서 극의 재미를 더하고요.



*인터뷰 2편 '내가 서 있는 무대는 평등할까?'로 이어집니다. 


인터뷰어 소개

인홍 | INHONG
영국 런던에서 문화예술을 공부하고 있어요.
조금 더 좋은 세상에서 살기 위해 오늘도 귀찮은 일을 즐겁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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