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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맅업 Litup May 10. 2021

배트맨 슈트를 만든 자, 한국에 오다

(1) 정통영국 양복을 만드는 테일러 김동현

  맅업은 왜?라는 물음으로 문화를 읽다를 모토로,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과 연결된 문화 이슈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 어떤 미디어에서도 이야기되지 않았던 문화와 예술을 새롭게 바라보고 자기 다운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 그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두 번째 인터뷰이로, 테일러 김동현 님은 세빌로 거리에 위치한 역사 깊은 양복점에서 한국인 최초로 정통 영국 양복을 만들어오셨습니다. 현재는 한국에서 정통 영국 양복의 멋을 넘어 서울의 멋을 만들어나가고자 노력하고 계신데요. 테일러 김동현 님의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인홍: 맅업에서는 문화와 예술을 새롭게 바라보고 자기다운 길을 가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요. 제가 두 번째로 만날 분은, 영국 런던 세빌로의 한국인 최초 테일러 김동현 님인데요. 먼저 본인 소개 부탁드릴게요.


동현: 안녕하세요. 양복을 만들고 있는 김동현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영국 런던 세빌로 거리에 있는 Cad and Dandy 가게에서 맞춤 양복을 만들다가 현재 귀국해 서울에 있는 말리본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출처: 서울 청담 비스포크 양복점 '말리본'의 테일러 김동현 님(사진제공: 김동현)


인홍: 영국 런던에서 지난 5년간 한국인 최초 정통 영국 양복을 만드는 테일러로 인터뷰를 많이 하셨는데요. 영국에선 맞춤 양복을 비스포크 슈트(Bespoke suit)라고 부르는데 비스포크의 뜻이 정확히 무엇인가요? 


동현: 비스포크 슈트는 한국말로 쉽게 말하면 맞춤 양복이고요. 비스포크(Bespoke)는 'been spoken for'의 줄임말로 영국에서만 쓰는 단어예요. 대화를 통해서 그 사람의 취향이나 그 사람이 선호하는 옷에 대한 스타일을 파악해서 세상에서 단 한 사람을 위해 제작되는 양복이란 뜻이고요.


테일러 김동현 님의 기고글: 에스콰이어 1월호 <브리티쉬 스타일은 무엇인가?>


인홍: 비스포크가 영국에서만 사용되는 단어라니 신기하네요. 동현 님께서 근무하셨던 영국 맞춤 양복 가게가 영국 런던 세빌로 거리에 위치한 곳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 세빌로 거리에 있는 영국 맞춤 양복 가게들은 오랜 시간 정치인부터 연예인, 영국 왕실까지 정통 영국 양복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죠. 양복의 역사가 깊세빌로에서 한국인 최초 테일러로 입문하셨는데, 가게에 오신 분들이 다른 나라 사람이 영국 전통 양복을 만드는 것에 대해 신기하게 생각하는 일은 없었는지 궁금하네요. 


동현: 사실 영국이란 나라가 굉장히 보수적이고 그 안에서도 정통 영국 양복을 소비하고 향유하는 사람들은 계급이 높고, 돈이 많은, 보수적인 성향의 사람들인데요. 처음 이곳에 입문했을 때는 제가 내세울 것도 없고 아시안이고 한국인이기 때문에 '양복 자체의 결과물이 좋으면 잘 팔릴 것이다' 한 가지 생각만 했던 것 같아요. 또 '양복이 영국인이 만든 것보다 조금 더 깔끔하고 멋있게 보인다면 인정을 받을 것이다' 이런 생각으로 옷을 만들었고 지금까지 잘해온 것 같아요.


인홍: 그렇다면 처음으로 세빌로에서 고객의 의뢰를 받아 첫 양복을 만들었을 때 그 기분은 어땠을까요?


동현: 제가 영국 런던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가게에 들어갔어요. 처음엔 손님의 옷을 혼자 다 만들지는 못하고 양복 수선을 하거나 양복에 대한 일정 파트를 만들게 되는데요. 아예 제가 전적으로 양복을 혼자 다 만들어야 했을 때는 굉장히 떨렸어요. 혹시나 원단을 망치지 않을까, 실수해서 다시 이 옷을 물어주지 않을까, 가게에 폐가 되지 않을까 등등 이런 부분들을 걱정하면서 조마조마하게 양복을 만들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양복을 만드는 손과 눈이 익숙해지자 이런 걱정들이 사라지게 되었어요. 


인홍: 그 떨림이 아직도 생생하게 전해지는 것 같네요. 그동안 세빌로에서 기억에 남는 고객이 있을까요?


동현: 영국에서 우리나라 대사님이 한번 바뀐 적이 있었는데요. 그 대사님이 영국 최초의 여자 대사로 부임하셨어요. 또 이분의 남편분도 유엔에 근무하시는 대사라서 두 분의 옷을 맞춰드리게 되었는데요. 이분들이 공식석상에서 제가 만든 옷을 입고 나오셔서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었죠. 또 최근에는 영화 의상 작업을 하다가 한국에 들어왔는데요. 내년에 로버트 패틴슨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 <배트맨> 영화 의상, 그리고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맡은 다이애나비가 나오는 영화 <스펜서>의 영화 의상을 만든 게 기억나네요. 



*출처: 첫 여성 대사관으로 부임한 박은하 대사 가봉 사진(사진제공: 김동현 님)


인홍: 영국 대사님의 옷부터 영화 의상까지. 다이애나비가 나오는 영화 <스펜서>의 경우는 시대극이라서 의상이 달라지잖아요. 예를 들어, 18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찍는다면 그 시대에 살아본 게 아닌데 경험해보지 않은 시대의 옷을 만들 때는 어떻게 하시나요? 


동현: 정통 영국 양복은 양복 깃의 폭, 깃과 카라가 만나는 부분(고지-Gorge)의 높낮이로 시대상을 조금 구분할 수 있거든요. 이번 영화 <스펜서> 영화 의상으로 다이애나비가 살아있을 때의 찰스 황태자 양복을 제작할 때는 같은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책, 그리고 다큐멘터리도 보고 인터넷 리서치를 열심히 했죠. 또 찰스 황태자와 다이애나비의 옷들을 다시 살펴보았는데요. 공교롭게도 그 옷들도 세빌로에서 맞췄던 옷들이에요. 그래서 그 옷들을 복학하는 느낌으로 영화 의상을 만들었던 것 같아요. 


테일러 김동현 님의 개인 블로그
영화 <배트맨> 의상 제작기
영화 <스펜서> 의상 제작기


인홍: 세발로에 위치한 가게들이 정말 유서가 깊네요. 그럼 동현 님께서 누군가의 맞춤 양복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동현: 아무래도 제가 최근 한국에 돌아와서 일하다 보니 요새 생각하는 분들은 디자이너 양태오 씨나 조승연 씨 같은 분의 양복을 만들어보고 싶은데요.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시면서 문화에 대해서도 해박하신 분들이라면 제가 만든 양복을 어떻게 생각하고 소화하실까 하는 궁금증이 들어요. 




인터뷰어 소개
인홍 | INHONG
영국 런던에서 문화예술을 공부하고 있어요.
조금 더 좋은 세상에서 살기 위해 오늘도 귀찮은 일을 즐겁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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