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뮤지컬 배우에게 직접 듣는 뮤지컬 이야기
뮤지컬 박영주 배우와의 인터뷰는 1편과 2편에 이어 3편으로 계속됩니다.
이 공부에는 끝이 없는 것 같아요. 저 스스로에게 거짓말하지 않고 진실되고,
같이 공연을 하는 스태프들과 배우들, 그리고 관객들한테 좀 믿음직스러운 배우.
믿음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인홍: 지금까지 국내와 해외 뮤지컬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는데요. 2년 간 뮤지컬 <미스 사이공> 유럽 투어를 다니셨을 때 어떤 기분이었는지 궁금해요.
영주: 사실 저는 그때가 너무 그리워요. 저는 뮤지컬 10년 동안 제 능력과 노력을 그대로 봐주고 인정해줬던 순간이 처음이었던 것 같아서 너무 행복했었거든요.
인홍: 정말 뜻깊고 잊을 수 없는 시간이셨겠어요. 그리고 뮤지컬 <미스 사이공>에서 투이 역할의 퍼스트 커버를 하셨잖아요. 그때 투이 역할을 하시면서 김수하 배우님과 호흡을 맞추셨었는데요. 해외 뮤지컬 한 작품에 한국인 배우 2명이 함께 선다는 것이 흔한 일이 아닌데요. 혹시 김수하 배우님과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영주: 수하는 여자 주인공 '킴'으로 매일 공연을 하지만, 저는 커버로서 투이 역할을 맡아 무대에 섰기 때문에 에너지 350%를 사용하는데요. 마치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고 생각을 하고 공연을 하죠. 뮤지컬 <미스 사이공>에서 '투이'가 '킴'의 아들을 죽이려는 장면이 있어요. 저랑 수하가 무대에서 맞붙는 장면이기 때문에 서로 에너지적으로 지면 안 되는데요. 그때 수하가 저랑 공연을 하고 나면 입술이 다 부르터서 "오빠, 너무 힘들어" 이랬던 기억도 있고. 제가 투이 역할로 무대에 올라갈 때마다 매번 투이를 최대한 다르게 연기해보려고 노력했는데, 그때마다 수하가 잘 이해해주고 호흡을 맞춰줘서 좋았어요.
또 제가 공연에서 헤드 웨이터를 맡았을 때, 저희 둘만 한국 사람이니까 한 번은 수하가 지나갈 때 "여기 봉골레 하나요~"라고 한국어로 드립을 쳤었어요. 공연 중에 수하가 너무 웃긴데 절대 웃는 얼굴을 보이면 안 되니깐.(웃음) 이렇게 장난쳤던 기억도 있어요.
인홍: 무대 위에 있는 다른 외국 배우들과 관객들은 알아듣지 못하지만 한국 배우인 두 분만 들을 수 있는 거네요.(웃음) 그런 김수하 배우님께 한마디 해주실 수 있을까요?
영주: 사람들은 영국 가서 좋았겠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수하랑 마지막 공연 때 한 말이 있어요. 수하가 막 울면서 "오빠, 우리 이렇게 고생한 거 누가 알아줘. 누가 알아주냐고"라고 했었는데요. 뮤지컬 <미스 사이공> 유럽 투어가 한 곳에서만 공연한 것도 아니고 길게는 8주 공연, 짧게 4주 공연을 지역 옮겨가며 했던 2년 동안 정말 힘들었거든요. 또 수하는 여자 주인공으로 정말 절제하고 그 최선의 모습, 최상의 컨디션으로 공연을 하기 위해 노력을 정말 많이 했어요. 다시 생각해도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추억이고, 서로 한국인이었기 때문에 아마 서로 의지하면서 유럽 투어를 돌 수 있었던 부분도 많았던 것 같아요.
지금도 수하에게 너무 고맙고 한국에 와서 수하가 여우신인상, 여우주연상 받으면서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 좋거든요. 언젠가 저희가 다시 한 작품에서 만나면, 그때 또 재미있게 공연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지금 수하가 여자 주인공으로 창작 뮤지컬 <포미니츠>를 하고 있는데요. 파이팅!
인홍: 너무 훈훈하네요. 영주 님도 최근에 뮤지컬 <드라큘라>에 앙상블로 캐스팅되셨습니다. 한국으로 돌아가신 뒤로 오랜만에 공연을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그럼 곧 5월 중순부터 뮤지컬 <드라큘라> 공연을 하는데, 영주 님만의 관전 포인트가 있을까요?
영주: 지금 연습에 들어가서 대본을 차근차근 읽어봤는데 뮤지컬 <드라큘라> 공연의 핵심은 드라큘라가 미나를 얼마나 사랑했는지에 있는 것 같아요.
저는 드라큘라가 죽은 아내 (엘리자벳사)를 얼마나 사랑했으면 신을 저주하고, 스스로 본인의 삶을 영원한 삶이라고 말하지만 사실 영원한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던 중 미나가 등장하면서 드라큘라의 삶 자체가 완전히 달라지기 시작하는데요. 그 과정에서 드라큘라의 마음을 관객 여러분들이 조금이나마 공감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저는 뮤지컬 <드라큘라> 공연 안에서 이런 장면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 제 역할을 할 거고요.
인홍: 한국에 있으면 저도 너무 보러 가고 싶네요. 궁극적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으신가요?
영주: 이 공부에는 끝이 없는 것 같아요. 저 스스로에게 거짓말하지 않고 진실되고, 같이 공연을 하는 스태프들과 배우들, 그리고 관객들한테 좀 믿음직스러운 배우. 믿음을 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러려면 저 스스로에게 진실되고 열심히 해야겠죠.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는데 계속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 신념을 가지고.
인홍: 마지막으로, 배우님께서 정말 하고 싶은 뮤지컬 작품과 역할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영주: 저는 디즈니 뮤지컬을 너무 좋아하는데요. 디즈니 뮤지컬 <노틀담의 꼽추>의 콰지모도 역할이 제 인생 꿈이에요. 콰지모도의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 실제 파리에 가서 노트르담 대성당의 종탑까지 갔다 왔어요. 2019년에 노트르담 대성당이 불타는데 정말 가슴이 무너지더라고요. 나중에 제 아들을 데려가고 싶었거든요. 그리고 이탈리아에 있는 두오모 성당 옥상에 올라가서 디즈니 뮤지컬 <노틀담의 꼽추>의 곡인 “Out there”을 부르기도 했어요. 실제로 독일 함부르크 가서 그 작품 오디션도 보고 공연을 관람하기도 했고. 정말 너무 좋았어요.
인홍: 그 꿈이 현실로 됐으면 좋겠네요. 저는 항상 그렇게 믿고 있어요.
영주: 네 감사합니다.
인터뷰어 소개
인홍 | INHONG
영국 런던에서 문화예술을 공부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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