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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맅업 Litup Apr 26. 2021

내가 서 있는 무대는 평등할까?

(2)뮤지컬 배우에게 직접 듣는 뮤지컬 이야기


뮤지컬 박영주 배우와 컬처앤아트와의 인터뷰는 지난 1편에 이어 2편으로 계속됩니다.

1편: 32살, 영국 런던 뮤지컬 무대에 서다 

3편: 흔들림 없이 내가 가는 길




커버 시스템이 있다면 앙상블을 하는 배우들이
주조연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고,
제작사와 관객들도 새로운 배우를 발견해
배우의 풀(Pool)을 계속 넓힐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인홍: 해외와 국내에서 뮤지컬 활동을 모두 하신 분들이 많진 않은데요. 그래서 이번 인터뷰에서 영주 님께 궁금한 점이 많은 것 같아요. 제가 영국에서 계속 공연을 보다 보니까 여기는 작품 역할에 따라 배우들이 원 캐스팅(One Cast)으로 출연하고, 종종 해당 배우가 바뀌면 그날 공연장 문 앞에 배우가 바뀌었다고 공지를 내는데요. 우리나라는 공연 티켓팅부터 동일 역할에 따라 2명 이상을 캐스팅해서 더블, 트리플 캐스팅으로 운영하더라고요. 뮤지컬 캐스팅 시스템 관련해 해외와 국내가 왜 다른 지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영국 런던에서 오픈런이었던 뮤지컬 <드림걸즈> 포스터에서도 볼 수 있듯이 각 배역마다 출연진 1명 구성되어 있음

영주: 뮤지컬이란 게 사실 우리나라에서 시작된 게 아니잖아요. 미국 브로드웨이, 영국 웨스트엔드, 독일, 오스트리아 등 해외는 일 년 이상 장기적으로 주 8회 이상 공연을 하다 보니까 배역에 따라 원 캐스팅으로 한 명을 세우고 주요 배역에 대해서는 대체할 수 있는 배우를 두고 있어요. 이렇게 대체할 수 있는 배우들을 얼터네이티브(alternative)라고 하죠.


 이외 주연과 조연 배우가 휴가를 가거나 얼터네이티브 배우가 갑자기 아프거나 하는 긴급한 상황을 대비해 앙상블을 맡은 배우들이 대신 무대에 서는데요. 이걸 커버라고 해요. 보통 세컨드 커버(Second Cover)까지 두지만,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과 같이 전용 극장에서 매일 공연을 하는 경우엔 3, 4번째 배우까지 커버로 둔다고 해요. 그래서 기존 배우가 대체되었을 때, 당일 공연장 문 앞에 적어두는데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장기적으로 공연을 하지 않아 커버 시스템을 운영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인홍: 그럼 해외 원 캐스팅 기반의 커버 시스템과 우리나라 더블/트리플 캐스팅 시스템의 장단점이 있을까요?


영주: 예전에 뮤지컬 배우 마이클 리 씨가 인터뷰에서 미국은 원 캐스팅이라 그다음 날 공연을 위해 컨디션 조절 때문에 모든 에너지를 쏟기 어렵다고 했는데요. 반면, 우리나라는 더블, 트리플로 진행되어 부담 없이 공연에서 100%의 에너지를 쏟을 수 있다고 말씀하셨죠. 주연과 조연 배우가 공연하면서 온 에너지를 쏟을 수 있다는 건 더블, 트리플 캐스팅의 장점인 것 같아요.


 하지만 장기적으로 국내 뮤지컬 시장이 성장하고 배우들과 관객들이 윈윈(Win-win) 하려면 커버 시스템이 정착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뮤지컬 <미스 사이공> 유럽 투어를 할 때, 앙상블로 연기를 하다가 커버로 투이 역할을 했었어요. 그때를 잊을 수 없는데요. 커버로 무대에 선 배우들에게 한 회의 공연은 일생일대의 순간으로 오는 경우가 많아요. 홍광호 배우님도 뮤지컬 <미스 사이공>의 크리스 역할을 커버로 섰는데, 그때의 기회로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고 들었고요.


 커버 시스템이 있다면 앙상블을 하는 배우들이 주연과 조연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고, 제작사와 관객들도 새로운 배우를 발견해 배우의 풀(Pool)을 계속 넓힐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제작사 입장에서는 커버 시스템을 두면 추가적으로 또 다른 배우들을 연습시켜야 돼서 시간과 돈이 들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배우, 제작사, 관객 모두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구조로 갈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인홍: 이번에는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최근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창작 뮤지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영주: 제가 2009년 뮤지컬을 처음 시작했을 때와 비교하면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 작품들이 질적으로, 양적으로 급속하게 성장했어요. 현재는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이 일본으로 수출되는 경우도 많이 있고요.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 <프랑켄슈타인>, <잭 더 리퍼> 등은 일본에서 공연을 하고 뮤지컬 <광주>도 그렇죠. 또 뮤지컬 <마리 퀴리>, <레드북>과 같은 좋은 창작 뮤지컬들도 많아지고 있어 고무적이다라고 생각해요. 창작 뮤지컬이 다양해진다는 것은 배우들의 역할이 많아진다는 거니까요.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에서 오징어 사부 역할을 맡았던 박영주 배우 (사진 제공: 박영주 배우)



다만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오래갈 수 있는 창작 뮤지컬 작품들의 퀄리티가 떨어지지 않았으면 해요. 시간이 흘러 관객들이 같은 작품을 다시 보러 갔을 때, '이 공연 여전히 좋다.'라고 말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로 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단기적으로 창작 뮤지컬을 통해 돈만 버는 게 아니라 지속적인 투자로 연출과 음악 감독님의 작업이 계속 이뤄져서 창작 뮤지컬이 성장할 수 있는 구조가 된다면,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이 해외에 나가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인홍: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의 미래가 긍정적이네요.   


영주: 뭐, 사실 해외는 거의 다 창작 뮤지컬이죠. 해외는 장기간 작품에 투자하고 워크숍을 통해서 작품이 업그레이드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런 시간을 인내할 수 있도록 정부나 기업에서의 문화적인 지원이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이 해외로 수출돼서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나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게 되었으면 정말 좋겠어요.  



인홍: 저도 개인적으로 요즘 우리나라 영화도 해외에 많이 진출을 하고 드라마도 넷플릭스를 통해 많이 알려져서 그다음엔 뮤지컬이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과거엔 해외에서 한국 문화라고 하면 서브컬처(하위문화)라는 말을 했었는데, 이제는 해외에서도 서브컬처가 아닌 주요 문화로 한국 문화가 인식되고 있으니까요.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도 해외로 많이 진출했으면 좋겠네요.

 

영주: 우리나라 드라마가 넷플릭스 순위권 상위에 있고 영화도 잘돼서 점점 문화적으로 국가 위상이 올라가고 있으니까 뮤지컬도 충분히 그렇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홍: 이제 뮤지컬 공연장에서 느낀 문화적인 차이에 관해 물어보고 싶은데요. 제가 영국에서 주로 뮤지컬 공연을 보러 가면, 여기는 가족 단위로 공연을 보러 오거나 공연 자체를 보러 와서 공연 후에 관객들이 배우를 기다리는 일이 거의 없더라고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뮤지컬 공연이 끝난 다음에 배우들을 만나려고 관객들이 기다리는 경우가 많아서 신기했는데요. 해외와 한국의 뮤지컬 공연 문화에 대한 차이점을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영주: 우리나라는 뮤지컬뿐만 아니라 드라마나 영화 모두 팬 문화가 잘 형성되는 것 같아요. 영국이나 다른 나라는 관객들이 공연을 보고 저 배우 연기 잘한다고 말하지만 배우 자체에게 관심이 크게 쏠리지는 않거든요. 반면, 우리나라는 뮤지컬을 보고 배우에게 직접적으로 사랑을 보내는 팬층과 공연 자체를 보러 오는 분들로, 뮤지컬 관객층이 구분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흔한 영국 뮤지컬 공연장 풍경. mp4


실제로 우리나라 뮤지컬 관객 중 90%는 20대 후반에서 30, 40대 여성분들이지만, 해외는 나이 드신 할아버지, 할머니가 손주, 손녀를 데려오는 경우처럼 관객층의 연령대가 상당히 높거든요. 그리고 뮤지컬 문화 자체에 대한 해외와 국내의 인식도 많이 다른 것 같은데요. 해외에서는 나이 드신 어른들, 혹은 가족 단위로 공연을 즐기러 오는 경우가 많은데 아직 우리나라에선 뮤지컬은 좋아하는 사람만 보는 것, 뮤지컬은 사치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뮤지컬 자체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있어서 뮤지컬 공연 문화가 좀 다른 게 아닐까 싶어요. 




인터뷰어 소개

인홍 | INHONG
영국 런던에서 문화예술을 공부하고 있어요.
조금 더 좋은 세상에서 살기 위해 오늘도 귀찮은 일을 즐겁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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