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 진짜 왜 니 맘대로야??"
"내가 뭘??"
"왜 니 맘대로 바꾸냐고??!!"
직원애들이 쓰는 방에서 싸움을 하는지 고성이 들려요.
문을 열고 들어가니 둘 다 서로를 향해 눈으로 레이저를
쏘고 있어요. 마치 드라마 M의 심은하가 내 눈앞에
서 있는듯해요. 그 레이저에 데일 것 같아요.
"너네 무슨 일이야?"
"찐 샤오지에. 이것 좀 보세요.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침대 위치를 바꿔놨어요."
탱고 아니 샤오린이 잘되었다는 듯 나에게 일러요.
"네가 맨날 창가 쪽 썼으니까 한번 바꿔도 되잖아"
샤오동도 물러서지 않아요.
"왜 물어보지도 않고 니 맘대로 하냐고?"
샤오린은 비록 탱고가 중국 거라는 입에 담지 못할 막말을 하긴 했지만
일이 빠릿빠릿하고 정리정돈까지 잘하는 눈치 있는 아이예요.
샤오동은 샤오린과 정반대의 성격으로 평소에도 자주 투닥거렸어요.
한두 번도 아니고 그동안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짜증이 나곤 했어요.
헌데 오늘은 작정한 듯 소리를 지르는 걸로 보아
그동안 쌓인 감정이 폭발한듯해요.
"어쨌든 상의 없이 맘대로 자리 바꾼 건 잘못이야.
앞으로는 한 달씩 바꿔가며 사용하도록해"
나름 절충안을 내놓으며 소란은 끝났어요.
다음날 점심시간이었어요.
찐샤오지에?? 잠깐 얘기 좀 할까요??
낯선 젊은 여자가 날 찾아왔어요.
"저 샤오동 언니예요. 상의할 것이 좀 있어서요"
어리바리한 샤오동에 비해 언니는 말투며 행동이
굉장히 똑 부러져요.
마주 앉아 명함을 내미는 언니의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는 것 같아요.
중국은 레이저 맛집인가 봐요 역시 데일 것 같아요.
"제가 듣기로는 우리 샤오동이 여기서 제대로 된 대접을 못 받고 있다던데"
이거 뭐죠?? 내정간섭 아니 내사 간섭인가요??
나이도 나보다 어려 보이는데 눈을 똥그랗게 뜨고
또랑또랑한 말투로 따지는 게 배운 사람 느낌 나요.
명함을 다시 한번 훑어봤어요..
법률사무소... 법률사무소에서 일한데요.. 어쩐지!!!!!
흥!!! 네가 법률사무소에 다녀??
그래서 니 동생 대신 나한테 따지러 왔다 이거지??
중국이 꽌시꽌시 하더니 내가 직접 겪어보는구나.
내가 눈 하나 깜짝하나 봐라!!! 내가 너한테 질 것 같아??
그리고 네 동생이 잘못했다고!!
지지 않으려 눈을 부릅뜨고 똑같이 레이저를 쏘았어요!
지금 내 앞에서 노동법과 세법을 설명 아니 협박하는데 제가 왜 솔깃하죠??
이 아이랑 손잡고 죽도록 일 시키는 우리 사장님 신고할까 봐요.
하느님 보우하사 검정 봉지 들고 다니는 나를 가엾게 여기사
여기를 탈출할 기회를 주는 것 같아요.
안돼!! 안돼!! 정신 바짝 차려 여기 휩쓸리면 안 돼!!
눈 똑바로 떠!!
공산국가가 노동법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들을수록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걸 느껴요.
사장님이 그렇게 치밀한 분은 못되던데 꼬투리 잡히면
골치 아플 것 같다는 계산이 나와요.
그리고 나는 아직 여기서 법까지 해결할 깜냥이 안돼요.
일 크게 만들지 말아야 해요. 납작 엎드려야겠어요.
눈을 너무 부릅뜬 건지 분위기 파악을 한 건지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어요.
"있잖아. 사실... 나도 힘들다.
한국사람도 없는 머나먼 이곳에서 관리자로 있는데 애들이 맨날 싸워서
얼마나 스트레스받는 줄 아니?? 집에 가기 싫을 정도야"
동정심을 사기 위해 그저 악어의 눈물을 흘리려 했는데
어쩐 일인지 진심으로 서러운 눈물이 줄줄 흘러요.
"둘 중 하나는 찔라야 조용할까 싶고...
근데 솔직히 너도 니 동생이 어떤 성향인지 조금은 알 텐데..??"
훌쩍이며 언니의 표정을 살폈어요. 눈동자가 흔들리는 게 보여요.
"그래.. 나도 무슨 말인지 알아.
하지만 찐샤오지에가 매번 다른 직원만 감싼다고 하던데..."
"아니야. 나 나름 공정하려고 해. 근데 상황이 매번..."
"휴... 그래 나도 이해해.. 근데.. 좀 신경 써줘.. 성격이 모나서 그래.
짜르지만 말고 잘 가르쳐줘. 샤오동도 한국 회사라고 일이 편해서 좋다고 해."
"어 그래. 안 짜를게. 걱정마"
닭똥 같은 눈물이 힘을 발휘했는지 나의 예상과 달리 일이 너무 쉽게 끝나버렸어요.
순조로운 흐름에 눈물 흘린 게 부끄럽고 민망하고 후회가 될 정도예요.
근데 있잖아.. 노동법이 어떻게 된다고??
우리 사장님을... 나 좀 도와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