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 온 지 두세 달이 지나자 낯설기만 했던 일상이 조금은 편해졌어요.
여직원 두 명과 밥해주는 아주머니와 함께 살아서 무섭지 않고 좋아요.
비록 가끔씩 자기들끼리 사소한 말다툼은 있지만요.
아침이면 아주머니가 죽을 끓이거나 아주 간단한 식사를 차려주지만
나는 요즘 출근길에 파는 창펀에 푹 빠졌어요.
여기 친구들은 이오우티아오를 많이 먹는데
난 쫀득한 식감과 간장 양념이 너무 잘 어울린 창펀 맛이 좋아
한 개로는 아쉬울 정도예요.
일도 어렵지 않아요.
난관은 있지만 그때마다 사장님과 통화 후 결정에 따르면 되니까요.
오늘은 직원이 말한 맛집을 가기로 했어요.
당연히 중국식당이지요. 여긴 한국식당이 없으니까요.
넓은 홀에 수십 개의 테이블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테이블마다 만석이라 머리가 아플 정도로 시끌벅적해요.
푸우위엔(종업원이) 주둥이 댓발 나온 주전자로
찻잔에 물만 따라주어도 물개 박수가 절로 나왔어요.
티비에서 보던 중국 식당 분위기와 종업원의 퍼포먼스를
눈앞에서 마주하니 내가 성공한 사람 같아요.
어학연수하던 시절 자주 먹었던 찡장로우쓰(경장육슬)와
특별히 좋아하는 동파육도 시켰어요.
직원들이 추천하는 이 지역 특산요리도 맥주와 함께 시켰지요.
테이블마다 가족, 친구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웃고 떠드는 걸 보니 문득 엄마 아빠가 그리워져요.
한국이나 중국이나 사람 사는 것 다 똑같다는 생각과 함께
어쩌면 중국도 살만한 곳일지 모른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비록 지금 내 눈앞에서 식당 바닥에 쓰레기를 버리고 있지만요...
저녁을 먹고 집으로 가는 길에는 산책 삼아 광장에 들렀어요.
광장 안에서는 단체로 대형을 이루고 춤을 추고 있어요.
귀가 찢어질 것 같은 큰 음악소리와 시원한 저녁 바람과
활기찬 광장 분위기, 맥주로 인한 약간의 취기로 인해
내가 낯선 이국땅에 서있다는 게 더욱더 실감 나요.
걸어서 세계여행에서는 여행객이 춤추는 무리에 들어가 같이 춤을 추며
"여행이란 이렇게 낯선이들과도 어우러지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라는 나레이션이 나오던데 난 아무리 이방인이라 해도
그렇게는 못하겠어요. 발이 부끄럽고 얼굴이 화끈거려요.
차마 대형에 낄 엄두를 못 내고 주변만 맴도는데
한쪽에서 탱고를 추는 게 보였어요..
중국도 라틴댄스 바람이 부는구나.
구경을 하는 사이 직원이 다가왔어요.
"찐샤오지에. 저것 보세요"
"응. 탱고를 추는 중인가 봐"
"탱고가 중국 춤인 거 알아요??"
이력서에 고졸이라고 썼던데 학력위조가 의심되는 순간이에요.
"응?? 아닐걸?? 탱고는 남미 춤일걸??"
"원조는 중국이란 걸 사람들은 잘 모르죠..."
술이 확 깨는 발언이에요. 애 낼 짜를까?? 고민이 되지만 안돼요.
취한 것인지 도른것인지 지금 헛소리를 하고 있지만
일을 꼼꼼히 하고 정리정돈도 잘하고
예의 있게 행동하는 것이 보기 드문 인재란 말이에요.
일단 보류해야겠어요.. 탱고 얘기만 안 하면 되겠죠...
애랑 광장만 안 오면 돼요!!
"탱고는 중국에서 시작..."
하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