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수학학원 반편성 시험이 끝나는 날.
아이의 노력에 보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과가 어떻든 간에 가을 내내 보강수업까지 하느라 고생한 그 성실함만큼은 칭찬해주고 싶었죠. 시험을 마치고 나오는 아이는 후련하다는 밝은 표정을 지었지만 불안한 눈빛을 하고 있더군요.
"시험 보느라 고생했어. 오늘은 엄마가 맛있는 거 사줄게. 뭐 먹을까?"
오랜만에 큰 아이와 둘이서만 외식을 한다는 생각에 저도 조금 설레었습니다. 새우장이 먹고 싶다는 아이를 위해 일식집에 가 간장새우초밥을 주문했지요.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침묵의 시간.
식전에 시험 이야기를 꺼내자니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망설이는 저와 엄마와 둘이서만 식당에 와 있으니 엄마가 무슨 말을 꺼낼까 불안해하는 아이였거든요.
"엄마. 내가 시험을 잘 봤든 못 봤든 엄마가 먼저 말을 꺼내지 말아 줘."
아이가 먼저 입을 엽니다.
"왜?"
"내가 먼저 성적 확인하고 엄마한테 말해줄게."
"그래"
대화를 들으면 아이가 공부 꽤나 하는 줄 아시겠지만 지난 글에도 썼듯이 공부 대신 딱지와 포켓몬고에 미쳐있던 지난 일이 년이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아이가 아직 어리다는 정신승리로 버텨왔지만 고학년이 된 지금도 공부에는 흥미가 없어 보여 내심 초조해졌습니다. 게다가 올해 너무 많은 일들이 연속적으로 터져 아이의 공부까지 봐줄 여력이 안되어 미안했습니다. 아이에게서 멀어진 관심만큼 아이의 성적도 같이 멀어지니 그 초조함은 더 심해졌지요. 최근에서야 이제라도 관심을 가져보자 생각하게 되어 이렇게 둘이 마주하고 있는 것이지요.
또다시 침묵. 아이가 핸드폰을 켭니다.
식당에 사람이 많지 않아 휑한 기분인데 아이가 유튜브에 집중하는 모습에 외로움까지 겹치는 순간입니다.
집에서였다면 벌써 큰소리가 났을 테지만 오랜만의 외식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아 아주 친절하고 상냥하게 얘기했지요.
"이제 그만 핸드폰을 내려놨으면 좋겠다"
상냥한 말투지만 눈으로 욕하고 있는 상황을 눈치챈 아이가 재빨리 핸드폰을 내려놓으니 이제야 대화할 타이밍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오늘은 학교에서 재밌는 일 없었어?"
"으음. 친구랑 둘이 축구를 했는데 내가 네 골을 넣었어"
"오~ 그랬어? 기분 좋았겠네"
"응"
끊긴 대화에 눈을 이리저리 굴리던 아이가 또 핸드폰을 집어 드는 순간 주문한 음식이 나오니 구세주가 따로 없다는 표정입니다. 초밥을 두 접시나 먹던 아이는 배가 불렀는지 인심이 후해지더군요.
"엄마. 이것 좀 맛보셔. 엄청 맛있어"
존댓말까지 하는 아이 따라 기분 좋아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오늘은 엄마가 공차도 쏠게"
즐거워하는 아이의 모습에 저의 인심도 후해집니다. 한편으로는 차를 마시며 아이와 더 깊은 대화를 하고 싶었습니다. 드라마에 나오는 다정한 엄마와 아들 사이.. 우리도 가능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아들. 요즘 너의 관심사는 뭐야?"
"너희 반에 제일 인기 많은 애는 누구야?"
작정하고 묻는 엄마의 질문에 경직한 아들은 건성건성 예스 아니면 노 단답형 대답을 하더군요. 이 분위기 어쩔티비...견디지 못한 아이는 또 핸드폰을 만지작거렸습니다.
지금 이 순간이 아니면 다시는 핸드폰을 못 볼 사람처럼 초집중을 하더군요.
'저 망할 놈의 핸드폰을 언젠간 부숴버리고 말 것이다'
다짐과 달리 저도 어느새 핸드폰을 꺼내 들고 있으니 누가 누굴 말하겠습니까?!
아들아 지금 니 성적이 문제가 아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