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장성 할머니 1

할머니의 머리핀

by 아이쿠

12월 따뜻한 어느 날 할머니 한 분이

힘들게 가게 안으로 들어오셨습니다.

의자가 필요하다기에 의자를 내어드리고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예전부터 가끔 저희 가게에 오셨는데

최근에 침대에서 떨어져 허리를 다쳐

한동안 못 오시다 이제야 와보니

주인이 바뀌었구나 하셨습니다.


몇 가지 필요한 물건을 사시고 가시겠다며

뒤돌아서는데 할머니 머리에 꽂은 머리핀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그 옛날 뒷머리에 쪽지듯이

꽂으셨던 그 머리핀과 완전히 똑같았습니다.

오랜만에 본 그 머리핀이 너무나 반가웠고

돌아가신 외할머니 생각에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할머니 제가 들어다 드릴게요."

"내가 미안해서 안돼"라고 말씀하셨지만

반기는 눈치였습니다.


남편에게 가게를 맡기고 같이 길을 나섰는데

할머니 걸음에 맞춰 걷다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지요.

마침내 엘리베이터 앞까지 모셔다 드리고 돌아오는 길이

착한 일 한 아이처럼 보람차고 뿌듯했습니다.


며칠 뒤인 설 며칠 전

할머님은 병원 가다 들렀다면서

또 여러 가지 물건을 계산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천 원짜리 신권을 한 장 주시며

"자네 내 복돈 받게. 복 많이 받소"

라고 말씀하시는데 눈물이 날뻔했습니다.

남편과 친정엄마에게 자랑을 하며 감동을 전했습니다.


그 천 원이 아니 그 마음이 너무 감사해서

오실 때마다 베지밀을 챙겨드렸고

할머니는 본인 아파트에 슈퍼가 있음에도

빨리 부자 되라고 일부러 저희에게

쌀 배달을 시켰습니다.


배달을 가면

할머니 고향 장성의 사과 감 고구마가

세상 제일 맛나다며 챙겨주셨지요.


작년 여름 오랜만에 전화를 주셨는데

매장 손님도 챙기면서 전화를 받으니

"이쁜아!! 난 자네가 이렇게도 반가운디

자네는 안 그런 가부네" 하며 서운해하셨죠.

"아니에요 할머니 얼른 챙겨 갈게요"하고 갔더니

할머니가 "이쁜아 나 니가 겁나 보고 싶었다.

나 그동안 아파서 죽다가 살아났다"라며 반기셨습니다.


얘기를 들어보니 신장에 문제가 생겨서

한 달을 병원에 입원했다 퇴원한 지 얼마 안 되었다고...

"나 안 보고 잡던? 내 얼굴 한번 봐바라 곧 죽겄지야?"


오랜만에 뵌 할머니의 야윈 모습에 내심 놀랬는데

이렇게 물으시니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는 찰나에

할머니의 검고 진한 눈썹이 보였습니다.

"할머니 어쩜 눈썹이 이렇게도 검고 진해요??

하나 빠진 것 없이 가지런하니 제 눈썹보다 더 예뻐요.

눈썹만 보면 아픈 줄도 모르겠어요."


할머니는 크게 웃으시면서

"내가 아가씨 때부터 눈썹이 진하고 가지런했는디

아직도 그런가?" 라며 고맙다 하셨습니다.

혼자 사셨기에 무료하셨던지 저를 붙잡고

한참 동안 지난 세월을 얘기했습니다.


몇 년 전까지 직접 운전을 하고 다니셨고

옛날 사업하면서 나름 세상 휘젓고 다닌 얘기 등등

듣고 있자니 거짓말 같지 않습니다.

그 오래되고 낡은 40년 된 아파트를 사시는 동안

얼마나 깨끗하게 쓸고 닦았는지 빈티지가 느껴진다고 할까요??


할머니에게서도 집에서도 진실되고 반듯하고

예의를 중시하는 성품이 느껴졌습니다.

"할머니 필요할 것 있으면 언제든지 전화 주세요.

건강 챙기시고요"

"그래 고맙다. 담엔 오면 우리 고향 고구마 챙겨주마"

할머니의 인심에 제 마음이 따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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