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할머니의 육아
코로나가 여러모로 사람 잡네!!
코로나 시대인 요즘.
제일 고생인 손님이 한분 계십니다.
맞벌이 하는 딸부부를 대신해
손주들을 돌보는데요.
코로나가 시작될 때는 기꺼이
아이들을 돌봐야 한다고 하셨는데
예상과 달리 장기화되자 지치기 시작했습니다.
여름 어느 날에는
"아니 애들 언제 유치원 간답디요?
아이고 나 미치겄네"
"글쎄요. 저희 애들도 못 가고 있는데
한 2주 뒤쯤 등원할 것 같던데요.
애들 보느라 힘드시죠?"
"뭔 놈의 가시나가 저렇게도
말을 안 들을까 모르겄네
아조 내 말은 무장 더 안 듣는구먼
작은놈은 지 누나 따라 하느라
말을 안 듣고 참말로 환장하겄네
저것들땀시
내가 어디를 갈 수가 있는가
누구를 만날 수가 있는가
병원도 못 가고 성가셔 죽겄네
코로난지 뭔지
아조 성질나 죽겄네"
"그니까요..
저도 지긋지긋하네요. 이놈의 코로나"
지칠 대로 지친 아주머니는
한참 동안 속풀이를 했습니다.
힘든 건 아주머니뿐만은 아니었습니다.
아주머니의 미혼 아들도 퇴근하고 집에 오면
조카들 뒤치다꺼리하느라 육아에 지쳐
웃음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아주머니의 아들에게서 저의 모습이 보입니다.
아이들도 하루 종일 집에만 있다가
할머니와 함께 저희 가게에 오는 게
유일한 외출이었습니다.
너무 신이나 저기서부터 뛰어들어옵니다.
"안녕하세요??" 둘이 합창을 합니다.
"어 왔어?? 할머니는??"
제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과자 코너로 뛰어가고
좀 있다 아주머니가 들어옵니다.
"저것 보시오 저것 봐 천천히 가래도
저렇게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니니
겁나서 데꼬 나올 수가 없어."
애들은 마이쭈, 과자, 초콜릿..
최애 라면인 육개장 사발면까지
야무지게 챙겨 옵니다.
"아야!!
과자를 그렇게 많이 사면 어떻게 해
너네 엄마가 이런 거 먹지 말랬잖아
할머니 혼난다니까"
매번 말은 저렇게 하시지만 다 사줍니다.
손주들도 그 사실을 알기에 듣는 척도
할머니 눈치를 보지도 않습니다.
그저 신이나 양손 가득 야무지게
과자를 들고 또 뛰어나갑니다.
"아야 차 조심해라 아이고 나 얼른 갈라요."
몇 달째 아니 거의 1년째 하루를 이렇게 보냅니다.
아주머니가 참으로 고생이 많습니다.
무장 : 날이 갈수록.. 점점 더.....라는 뜻의 전라도 사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