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막내의 심부름

너... 설마.... 그런 거니??

by 아이쿠


저희 손님 중에 간호사분이 있습니다.

저는 마스크 답답하다고 매일 투덜댔는데

이 손님은 병원 출근을 위해 마스크는 당연하고

주기적으로 코로나 검사를 합니다.

목구멍까지 쑤셔 넣는데 너무 아프다며

제발 코로나가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온화한 성품의 손님은 인정도 많습니다.

아이들의 간식을 사거나 본인의 커피를 살 때면

꼭 하나씩 저에게 나눠주려고 합니다.


수확기일 때는 시골에서 가져온 단감

텃밭에서 키운 동글이 호박까지....

저에게 주면서도 쑥스러워합니다.


출근 전 혹은 퇴근길에는

항상 저희 가게에서 장을 봅니다.


"애들이 왜 이렇게

많이 먹는지 모르겠어요.

밥 먹고 간식 먹고 장을 봐도 봐도

맨날 먹을 게 없으니 보통 일이 아니에요

요즘엔 뭐해 먹고살아요??"


"저도 똑같아요. 맨날 뭘 사도 뭘 해도

뒤돌아서면 또 밥해야 하니 미칠 노릇이네요"

둘 다 워킹맘이라 공감되는 대화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손님이 가게 쪽으로 오는 것만 봐도

수다 떨 마음에 벌써 기분이 좋아집니다.


간호사 손님에게는 딸이 셋이며

모두 10대로 막내가 5학년입니다.

온라인 수업이 한창일 때 막내는

언니들 심부름으로 가장 바빴습니다.


어느 날은 막내가 냉동고 앞에서

한참을 서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왜? 찾는 게 없어? 아줌마가 찾아줄까?"

"아니요. 언니가 치킨 윙 사 오라고 했는데 없는 거 같아요."

그러면서 치킨 텐데를 가져옵니다.


언니들 심부름을 열심히는 했지만

잘못 사가서 혼날 때도 많았습니다

언니가 말한 게 없으면 정신적 혼란이 옵니다.


그냥 집에 가야 할지, 비슷한 뭐라도 사야 할지

인생의 기로에 서있는 듯 오랫동안 고민합니다.


"치킨텐더는 언니가 사 오라는 거 아니잖아?

언니한테 전화해볼래?"

"아니요. 그냥 이거 살래요."

'너 또 쫌 불안하다' 속으로 생각합니다.


"없으면 이거 사 오랬어요."

"그래? 넌 좋겠다 언니가 둘이나 있어서"

"언니들 있는 거 싫은데요..!!

맨날 심부름시켜요. 하기 싫은데...."

"어 그래"

('어머.... 너.... 혹시... 일부러 잘못 사가니??....')


말은 싫다 했지만 요즘도 언니들과 함께 와서

알콩달콩 의논하며 물건을 사 갑니다.

자매들의 그런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아 흐뭇합니다.


저 아이는 알까요?

크면 언니들이 얼마나 큰 힘이 되어줄지...

자기가 얼마나 복이 많은 아이인지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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