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나의 하루 2

by 아이쿠



직원과 담당 교대를 하고 잠시 멍 때리며 앉아 있습니다.

좀 있으면 저녁거리를 살 손님들이 올 것입니다.

제일 먼저 베트남 친구들이 들어옵니다.


생수 한 세트를 가져오며

"담배!! 두 개!!"를 외치자

"미디엄???" 하며 장난을 걸어봅니다.

"몰라!!"

"레드!! 너의 담배는 레드야 레드!!

미디엄 아니야!!"

"나 한국말 몰라. 나 바보"

갑자기 짠해져서

"바보 아니야 괜찮아 천천히 배워~"

라고 위로하지요.

"감사합니다." 언제나 그렇듯

쑥스럽게 인사하고 갑니다.


계란을 사는 주민들마다

"뭔 계란이 7천 원이 넘는다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습니다.

"요즘 영암 쪽에서 오리 조류독감

뉴스 나오던데 그래서 올랐나 봐요"

"허기는.. 뉴스에 나옵디다."

알면서도 그냥 물어본 것입니다.


오늘따라 부산에서 온 손님들이 많이 옵니다.

20대 초반의 체격이 큰 남자아이는 평소에

굳은 표정으로 다녀서 좀 무섭기도 합니다.

"부산분이시죠??" 하고 처음으로 말을 걸어봅니다.

"네" (부산 특유의 억양 표현을 잘 못하겠어요..)

"온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요?? 일하러 오신 거예요??"

"네... 일 때문에 왔는데 광주 온 지 얼마 안 되어서

광주말 할 줄 몰라요..."

하며 활짝 웃는데 세상에 이런 꼬꼬마가 없습니다.

웃는 모습이 완전 애기입니다.

'그동안 무서워해서 미안하구나'

"부산분이면 당연히 부산말해야지 광주말을

뭐하러 배워요??"

제가 웃으며 말하니 또 귀엽게 웃습니다.


또 한분은 30대로 몇 달 전에 오셨는데

이분도 말이 별로 없습니다.

"부산분이신 것 같은데 낯선 곳이라 힘들겠어요??"

이분에게도 첨으로 말을 걸어봅니다.

"네 일 때문에 왔는데 코로나로 마스크 쓰고 있으니

동료들과 대화도 힘들고 광주말도 잘 못 알 들을 때가

많아요.... 그러니 아직 친구가 없네요."

"그래요?? 광주말이 그렇게 어렵군요"

광주 사투리를 못 알아듣는다는 말에 웃음이 납니다.


이렇게 부산에서 온 30대 남자 손님들은 항상 혼자 오고

모두들 평소 말이 없어 포인트 번호를 얘기할 때만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약간은 외로워 보입니다.


이제 8시입니다. 지금부터 10시까지는 좀 한가해서

인터넷 카페도 들락거려보고 뉴스도 읽으며

지루한 시간을 보냅니다.


10시가 되면 이제는 서비스직에 종사하는

원룸 친구들의 퇴근시간입니다.

내돈내산!! 이제 20대 초중반 원룸 손님들은

내가 번 돈 내가 다 쓴다입니다.


여자 친구들은 손톱에 각양각색의 젤 네일을 하고

코로나 마스크 따위는 개나 줘버리는 정성스럽고

예쁘게 화장을 하고 예쁜 옷을 입고 다닙니다.

20대의 그들을 보고 있자니 그 나이가 참 부럽습니다.

'예쁘다... 피부가 참 좋다...'


남자 친구들의 패션은.....

흐음.. ...롱패딩에...흐음....청바지...또..

그냥 담배와 술에 돈을 다 쓰는 듯합니다.


퇴근 후 지금 이 시간은 오늘 하루 열심히 일한

자신에게 보상할 시간입니다.

귀찮으니 컵라면 등의 온갖 인스턴트식품과

만두, 피자와 같은 냉동식품을 고르고

맥주나 소주를 곁들입니다.


친구가 놀러 온 날에는 더 시원하게 씁니다.

만원 행사하는 수입맥주와 과자

비싼 오징어 꾸이와 더 비싼 딸기를 카운터에

올려놓습니다.

제 입꼬리가 또 올라갑니다.


계산을 하려던 차에 한 친구가 태클을 겁니다.

"아야~~ 우리 치킨도 시켰는데 뭘 그렇게

많이 사냐~~ 오징어랑은 빼자!!!"

'노노노노노 너 그러면 못써!! 안돼!!'

찬물을 끼얹는 그 친구가 밉습니다.

"그냥 사자~~ 두고 먹지 뭐"

손님 마음이 바뀌기 전에 어서 계산합니다.


이렇게 원룸 손님은 저희 매출 중

아주 많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원룸의 특성상 정이 들라하면 떠나고

또 새로운 사람이 이사 오고...

이런 패턴입니다.


오래된 동네의 오래된 주택에 사는

토박이 주민 손님들과

오래된 동네의 한쪽은 새로 지어지는

원룸의 젊은 1인 가구들이

따로인 듯 같이 사는 동네입니다.


12시... 기다리던 퇴근시간입니다.

뒷정리를 하고 차에 올라탑니다.

집으로 가는 새벽의 도로는 한산합니다.

그래서인지 드라이브하는 기분도 들고요.



오늘 하루도 이렇게 지나갑니다.

몇년 째 오늘과 같은 하루를 보내며

자유로운듯 자유롭지 않아

힘들고 그만두고 싶을 때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코로나로 더 힘든 사람들에 비하면

얼마나 감사한 삶인지요.

감사하고 또 감사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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