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브런치북
지선이의 슬기로운 산촌 생활 1
02화
1. 오늘부터 나도 국민학생!
야호!! 드디어 나도 학교에 간다!! 오늘은 국민학교 입학식 하는 날~~
by
아이쿠
Apr 2. 2021
1987년 3월.
오늘은 목이 빠져라 기다리던
국민학교 입학 날이다.
동네 언니 오빠들이 매일 가방을 메고 학교에 가는 게 너무나도 멋져 보였다.
부러움에 등굣길을 몇 번 따라갔다가 동네 어귀에서 돌아오곤 했으며 멀리 하교하는 모습이 보이면
또 동네 어귀까지 마중가기도
했었
다.
그런데 오늘부터는 나도 학교에 간다니!! 설레어 새벽부터 눈이 떠졌다.
엄마는 며칠 전 장날에 오늘 입을 새 옷과 빨간색 책가방을 샀다.
어젯밤에는 팔팔 끓인 가마솥 물과 찬물을 커다란 고무 다라에 섞어 머리부터 발끝까지
목욕도 시켜줬다.
방금 아침밥도 든든하게 먹었으니 이제 나는 1학년이 될 모든 준비가 끝났다.
하지만 엄마는 나의 입학식 참여를 위해 새벽부터 움직였지만 아직도 채비로 분주하다.
추위를 많이 타 평소 여러 겹의 윗도리를 입고 두터운 겨울 몸빼바지 안에는 내복을 챙겨 입었으며
두툼한 겨울용 버선과 털이 수북한 털고무신을 신는 엄마이지만 지금은 블라우스와 긴치마를 입고 있다.
"자네 내 새양말 어쨌는가?"
엄마 도움 없이는 어떤 물건도 절대 찾지 못하는 아빠의 짜증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거기 뺏간(서랍)에 없소?"
"난 도저히 못 찾겄네. 자네가 찾아보소"
"눈앞에 두고도 맨날 못 찾네. 이거 양말 아니요?"
"맨날 자네만 아는 곳에 숨겨두니 내가 어떻게 알아?"
외출할 때마다 벌어지는 똑같은 상황에 엄마는 듣는 척도 안
하고 검은색의 자개장롱문을 열었다.
첫아이의 입학식인 오늘 뭘 입을지 한참을 고민하더니 아끼는 진한 카키색의 오바를 꺼내 입었다.
오바 위에는 검은색과 투명색의 큐빅이 순서대로 박힌 브로치를 하니 멋쟁이 엄마가 되었다.
"우와 엄마 진짜 예쁘다. 맨날맨날 이렇게 입어"
"이쁘냐? 오늘 우리 딸 입학식인데 이쁘게 입어야제. 얼른 가자 늦겄다."
엄마는 나를 재촉하면서 털고무신 대신 굽이 낮은 구두를 신었다.
"메리야 나 학교 갔다 올게."
메리 머리를 쓰다듬으니 메리도 꼬리를 흔들며 잘 다녀오라고 인사했다.
따라오겠다는 두 동생을 바로 옆에 사는 할머니 집에 억지로 떼놓으며 할머니 말 잘 듣고
있으라는
동생들이 듣지도 않을 말을 엄마는 신신당부했다.
엄마 손을 잡고 신작로에 나가니 언니 오빠들, 종국이가 외숙모와 함께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 동네에서 1학년 입학생은 나와 외사촌 종국이 이렇게 두 명뿐이다.
"어서들 타자. 이러다
늦겄다"
아빠의 재촉에 하나둘씩 경운기에 올라탔다.
우리 동네는 학교에서 가장 먼
동네로 4km나 떨어져 있다.
버스가 다니지만 하루에 세 번만 오기에
등하교 시간과는 어긋난다.
그래서 평소에는 모두들 걸어서 등하교를 하는데 오늘은 입학식이라 아빠가 특별히 경운기를 태워주는 거다.
어른 둘과 언니 오빠들, 입학생까지 모두 앉으니 자리가 꽉 찼다.
아직 추워서 바닥에 종이를 깔아도 엉덩이가 차갑고 떨어지지 않으려 잡은 손도 시러웠다.
"지선아 이리 와"
혹시나 떨어질까 엄마가 나를 끌어당겨 무릎에 앉혔다.
" 지선 아빠 늦겄네. 얼른 출발해"
툥툥툥툥툥 소리를 내며 경운기가 출발하자
언니 오빠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아싸 오늘은 안 걸어가도 된다!!"
"야 근데 우리 담임 누가 될까?"
"아 씨 뚱뚱이 선생님이 담임되면 안 되는데!!"
"야 그러면 우린 1년 죽는 거야"
"야 오늘 도시락 뭐 쌌어?"
"계란 프라이랑 김치볶음"
"너는?"
"난 소시지"
"오~~~ 소시지~~~"
소시지라는 말에 모두가 흥분했다.
경운기 소리에 안 묻히려 다들 목소리가 점점 커지니 도대체 대화를 하는 건지 싸움을 하는 건지 모르겠으나
모두들 웃고 있는 걸 보니 즐거운 대화를 하는 것 같다.
"다 왔다 얼른 내려라"
학교 정문 근처에 경운기를
세운 아빠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언니 오빠들은 모두 점프해서 내리더니 순식간에 달려가고 없다. 엄마손을 잡고 들어선 운동장은 우리 동네 신작로보다 훨씬 넓었다.
그리고 운동장 한쪽에 있는 구름다리와 미끄럼틀 그네, 철봉.. 없는 것이 없는 놀이터도 보였다.
운동장 뒤로 보이는 학교 건물 또한 크고 멋진 것이 마을 회관과는 비교가 안 되는 크기다.
학교 앞은 어떻고? 온갖 과자가 진열된 점빵도 있으니 학교는 천국이라는 생각이 든다.
엄마가 가제수건을 반쪽으로 접어 길게 늘어뜨린 채 내 가슴에 옷핀으로 고정시켰다.
"콧물 나면 이 수건으로 닦아. 이제 교실로 가자"
운동장을 가로질러 건물 입구에 서니 기다란 복도가 눈앞에 보였다.
실내화로 갈아 신고 복도를 걷는데
나무 바닥에서 삐그덕 소리가 나 약간은 무서운 느낌도 들었다.
1학년 교실 앞에 다다르자 젊은 남자 선생님이 우리를 맞이하며 엄마와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지선이 엄마예요. 앞으로 우리 지선이 잘 부탁드립니다."
엄마도 나도 처음인 입학식에 약간은 긴장되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1학년 담임 선생님입니다. 이렇게 친구들과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우리 반은 총 12명으로 여자 친구는 2명 남자 친구는 10명입니다.
앞으로 1년 동안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도록 해요."
학교를 중심으로 근방 몇 km 이 동네 저 동네에서 모두 모인 1학년 신입생이 총 12명...
탈농촌 도시 이주로 동네마다 젊은 사람들은 계속해서 이사를 갔고 수십 년의 역사를 자랑하던 우리 학교는
이제 전교생 백명도 안되는 분교가 되어 있었다.
교실을 둘러보다 하나뿐인 여자 친구와 눈이 마주쳤는데 언뜻 봐도 나보다 예쁘다.
쳇!! 질투가 나지만 괜찮다. 어쨌든 나도 여학생 미모순위 2위니까~~
"오늘은 간단하게 학교를 둘러보고 입학식을 끝내겠습니다."
선생님은 책을 나눠준뒤 학생들과 학부모들을 이끌고 교무실과 운동장 등을 안내했다.
마지막으로 데려간 곳은 학교 건물과 좀 떨어져 위치한 화장실.
푸세식도 아닌 옛날 뒷간 같은 화장실은 밑이 뻥 뚫려 몇 미터나 땅속으로 파여 있었다.
자칫 잘못하면 저 깊은 똥구덩이에 떨어져 죽거나 빨간 휴지 줄까? 파란 휴지 줄까? 하고
밑에서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았다.
혼자서는 죽어도 못 오겠다는 생각에 하나밖에 없는 여자 친구와 꼭 친해져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했다.
공포의 화장실 견학을 마지막으로 입학식이 끝났다.
우리들은 "친구들아 안녕! 선생님 안녕히 계세요"를 외치고 다시 경운기에
올라탔다.
오는 길에는 자리가 널널하니 바닥에
종이를 깔고 나와 종국이를 앉히고는 엄마와 외숙모는 양쪽 가장자리에 앉았다. 앉은자리에서 엄마 얼굴을 올려보는데 오늘따라 주근깨가 더 많아 보인다.
"엄마 난 엄마 잃어버려도 찾을 수 있어.
엄마는 주근깨가 많으니까 금방 찾아"
엄마는 미소를 지으면서 주근깨 대답 대신 당부의 말을 했
다.
"지선아 종국아. 내일부터는 언니 오빠들 따라서 걸어 다녀야 해
!
잘 따라다닐 수 있지?
학교 가서도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친구들하고 사이좋게 놀고!!"
"응. 걱정마 엄마!!"
털털거리는 경운기를 오래 타서인지 엉덩이도 아프고 일찍 일어나서인지 피곤이 몰려왔다
그래도 1학년이 되었다는 생각에 내 자신이 대견하고 내일이 벌써 기다려진다.
keyword
입학
그림일기
국민학교
Brunch Book
지선이의 슬기로운 산촌 생활 1
01
프롤로그
02
1. 오늘부터 나도 국민학생!
03
2. 싫어!! 학교 안 갈 거야!!!!
04
3. 당산나무 사랑 걸렸네.
05
4. 툇마루가 있는 우리 집
지선이의 슬기로운 산촌 생활 1
brunch book
전체 목차 보기 (총 25화)
25
댓글
8
댓글
8
댓글 더보기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아이쿠
소속
나는야슈퍼우먼
일상을 글로 남기려 노력중입니다.
팔로워
268
제안하기
팔로우
이전 01화
프롤로그
2. 싫어!! 학교 안 갈 거야!!!!
다음 03화